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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석희 Dec 23. 2021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엔딩의 의미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의 엔딩과 제목에 담긴 의미는.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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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카페 장면에서 MJ가 차고 있는 목걸이는 ‘파 프롬 홈’에서 피터가 선물한 블랙 달리아 꽃 목걸이입니다. 전편에서 꽃잎이 부서졌는데도 차고 다닌 모양이에요. ‘그대와 나의 영원한 유대(끈)’라는 달리아의 로맨틱한 꽃말과 달리 블랙 달리아의 꽃말은 ‘배신, 슬픔’입니다.



한국어로 배신의 정의는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인데요. 영어에서는 의미의 범위가 다소 넓습니다. 아래와 같은 의미도 있어요.



‘도움을 주지 않거나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함으로써 당신을 믿는 이(친구나 가족 같은)에게 상처를 주는 일. (to hurt -someone who trusts you, such as a friend or relative- by not giving help or by doing something morally wrong)’



예를 들어, 꼭 돌아오겠다며 전쟁터에 나간 연인이 전쟁터에서 전사하여 돌아오지 못하면 그것도 나와의 약속을 배신한 게 됩니다. 그 약속을 배신하지 않으려면 어떻게서라도 죽지 않고 돌아와야 하는 거예요.



피터는 MJ에게 “내가 반드시 널 찾아가서 다 설명하고 모두 없던 일처럼 만들 거야”라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MJ의 눈썹 옆에 난 상처를 보고 끝내 하려던 말을 꺼내지 못하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굳게 약속을 하고도 그 약속을 배신하고 맙니다. 타의인지, 자의인지, 타의에 의한 자의인지 결국은 말을 삼키고 돌아서죠.



표정이 참 묘합니다. 피터는 입술을 뗀 채로 닫지도 못하고 심지어 혀로 마른 입술을 적십니다. 목끝까지 올라와 있는 말이 금방이라도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데 MJ의 눈썹 옆에 있는 작은 상처가 자꾸만 그 말을 틀어막습니다. 결국은 혀 위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키고 입술을 닫죠.



눈은 이미 금방 쏟아질 것처럼 눈물이 가득한데 억지로 다문 입은 지긋이 웃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배신하고 떠나야 하는 마음이, 차라리 울 것이지 울음보다 훨씬 아픈 미소를 짓습니다.



MJ가 일하는 카페 이름은 ‘Peter Pan(Donut & Pastry Shop)’. 실제로도 이런 이름의 가게들이 존재합니다. 존 왓츠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꿈보다 해몽인지 모르겠지만 피터의 상황과 잘 어울리는 가게 이름이죠.



닥터 스트레인지는 피터에게 충고하듯 말합니다. 문제는 네가 두 개의 삶을 살려 하는 데에서 온다고.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과 피터 파커로서의 삶. 한쪽은 네버랜드의 피터팬처럼 판타지 같은 삶이고 한쪽은 현실의 삶입니다.



여기서도 타의인지, 자의인지, 타의에 의한 자의인지 피터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차마 현실에 남지 못하고 네버랜드를 택합니다. 그나마 현실과의 끈이던 MJ와 네드는 이제 피터에 관한 기억을 잃은 채 대학에 가고 곧 어른이 되겠죠.



네버랜드에서 피터팬과 하늘을 날며 신나게 모험을 하던 웬디와 아이들도 결국은 현실로 돌아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됩니다. 네버랜드에 두고 온 피터팬을 서서히 잊어 가면서.



Peter Parker와 Peter Pan.



두 피터는 이름만큼이나 많이 닮았습니다.



“No way Home”은 집으로 가는 길을 잃었거나, 집으로 가는 길(방법)이 사라졌음을 뜻하는 말이죠. 피터에게 있어서 집은 메이와 MJ, 네드, 해피를 의미했지만 집이 사라진 지금 피터가 돌아갈 집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피터는 다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리지널 스파이더맨의 팬들에게는 이제야 스파이더맨이 집으로 돌아온 게 됩니다. 팬들에겐 ‘노 웨이 홈’이 아니라 다시 ‘홈 커밍’이 되는 거죠. 피터의 처지를 생각하며 제목을 볼 땐 양가적인 감정이 듭니다.



너무나도 반갑지만 반가움이 미안한.



자꾸만 그런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스파이디가 우리의 집으로 돌아오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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