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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Oct 14. 2020

자가격리 D+6. 격리가 체질

여기가 한국이 맞나?

어제부터 다시 일이 바빠져서 정신이 없다. 일도 바빠졌고, 온라인 강의도 들어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하는데, 퍼즐 맞추기도 하고 싶다. 1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별일 없이 바쁘게 아주 잘 지내고 있다. 격리가 체질인가!


오늘은 일어나서 어제 끓여둔 김치찌개에 밥을 먹는데, 여기가 한국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했다. 평소와 너무 별 다를 바 없는 생활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마트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집에만 있었으니까. 멍 때리다가 '아, 나 한국에 왔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다 거봉을 꺼내 먹으면서 이건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거야 하면서 한국에 왔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거봉은 철이 지났다고 생각해서 주문하면서도 맛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그래도 거봉이 있으면 한 번 먹어줘야지 하는 마음에 시켰다. 어제 도착한 거봉은 크기는 크고 탱글탱글했지만 색깔이 까맣지 않아서 조금 의심이 갔다. 하지만 정말 달고 맛있는 데다가 씨도 없었다. 대박, 씨 없는 거봉이라니! 좋다!

너무 달아서 놀랐다.

집에만 갇혀있으니 한국에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한국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아 여기 한국이었지 싶은 거다. 이런 생각이 계속 들면 격리의 고비가 오는 건가 싶었지만 퍼즐 맞추다 보니 잡생각은 사라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격리에 최적화된 취미다. 


사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은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갑자기 많아진 일 덕분에 풀타임으로 꼬박 일을 하고, 3시간 정도는 온라인 수업을 듣고 나머지 시간은 밥을 먹으면서 퍼즐을 맞춘다. 이것만 해도 이미 하루가 다 간다. 


시공간이 분리된 세계에서 살고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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