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한국이 맞나?
어제부터 다시 일이 바빠져서 정신이 없다. 일도 바빠졌고, 온라인 강의도 들어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하는데, 퍼즐 맞추기도 하고 싶다. 1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별일 없이 바쁘게 아주 잘 지내고 있다. 격리가 체질인가!
오늘은 일어나서 어제 끓여둔 김치찌개에 밥을 먹는데, 여기가 한국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했다. 평소와 너무 별 다를 바 없는 생활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마트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집에만 있었으니까. 멍 때리다가 '아, 나 한국에 왔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다 거봉을 꺼내 먹으면서 이건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거야 하면서 한국에 왔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거봉은 철이 지났다고 생각해서 주문하면서도 맛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그래도 거봉이 있으면 한 번 먹어줘야지 하는 마음에 시켰다. 어제 도착한 거봉은 크기는 크고 탱글탱글했지만 색깔이 까맣지 않아서 조금 의심이 갔다. 하지만 정말 달고 맛있는 데다가 씨도 없었다. 대박, 씨 없는 거봉이라니! 좋다!
집에만 갇혀있으니 한국에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한국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아 여기 한국이었지 싶은 거다. 이런 생각이 계속 들면 격리의 고비가 오는 건가 싶었지만 퍼즐 맞추다 보니 잡생각은 사라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격리에 최적화된 취미다.
사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은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갑자기 많아진 일 덕분에 풀타임으로 꼬박 일을 하고, 3시간 정도는 온라인 수업을 듣고 나머지 시간은 밥을 먹으면서 퍼즐을 맞춘다. 이것만 해도 이미 하루가 다 간다.
시공간이 분리된 세계에서 살고 있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