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글을 쓰는 것

by 취한하늘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것이 중요해진다. 품질에서 다른 콘텐츠들을 압도하는 것도 좋지만, 콘텐츠가 많아지면 압도적인 품질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콘텐츠가 범람한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품질의 향상보다 고유한 특징을 갖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 된다.


글쓰기가 이런 상황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품질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AI가 좋은 문장을 만들어주고, 전체적인 구성도 잡아주게 되면서, 이제 그럴듯한 글을 쓰는 것은 훨씬 쉬운 일이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좋은 글이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지게 될 텐데,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것이 작가에게 필요하다.


글은 크게 두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내용과 형식이다. 그래서 나다운 글을 쓰는 것도 내용과 형식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려면 고유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그것은 하나의 단어일 수도 있고, 문장일 수도 있다. 그 주제가 희소한 것이면 좋겠지만, 희소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어떤 주제로부터 내가 떠오르는 것보다는, 나로부터 그 주제가 떠오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주제가 꼭 ‘글에 자주 사용하는 소재’를 말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내가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뜻한다. 늘 내 머릿속에 있고, 깊이 생각하게 되는 무언가가 나의 고유한 주제다. 예를 들어, 나는 리더십에 관한 글을 많이 썼고 직장인과 관련된 글을 지금도 계속 쓰고 있지만, ‘리더십’도 ‘직장인’도 나의 고유한 주제는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주제는 바로 ‘사람’이다. 문장으로 말하면 ‘사람은 어떠한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내가 가진 주제다. 그래서 내가 쓴 글에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내 생각의 바탕에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쓰는 글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묻어난다. 그리고 그것이 내 글의 고유한 색깔이 되는 것이다.


형식에 있어서도 고유한 특징이 존재한다. 그런데 형식의 고유성은 의도적으로 형성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형식이라는 것이 하나로 정의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읽고 쓰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형식이라는 것이 정립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AI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AI에 의존하면 형식을 잘 갖춘 글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나만의 형식을 형성하기는 어렵다. 내가 글을 통해 달성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을 상상해 보면서, 스스로 어떤 형식으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쓴 글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면서 점차 자신의 형식을 깎아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점차 일정한 형식으로 글을 쓰게 되는데, 그게 나의 고유한 형식이 된다.


형식을 고민할 때는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하면 좋다. 바로 문장, 연결, 구성이다. 처음에는 하나하나의 문장 표현이 적절한지 살펴본다.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쓰게 되었다면, 그다음에는 각 문장이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각 문장의 연결까지 자연스러워지면 마지막으로 글의 전체적인 구성을 살피고 고민한다. 구성은 연결에 영향을 미치고, 연결은 문장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구성, 연결, 문장 순으로 고민하는 것이 글을 쓰는 속도는 더 빠르다. 하지만, 연습할 때는 거꾸로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문장, 연결, 구성 순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면 연결이 문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구성이 연결을 어떻게 달라지게 하는지 이해하기 좋을 것이다. 자신만의 문장, 연결, 구성을 갖추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다운 내용과 형식을 찾는 것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주제와 내가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읽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냥 읽기보다는 글의 내용과 형식을 나름대로 평가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관심과 기준이 생기고, 그 관심과 기준이 쌓여서 나다운 내용과 형식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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