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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이트리 Jul 11. 2024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4 감상

3가지 생각 from Samsung Galaxy Unpacked 2024

삼성전자가 2024년 7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 2024(Galaxy Unpacked 2024)를 통해 갤럭시 Z 폴드6와 갤럭시 Z 플립6를 공개했습니다. 2019년 가로와 세로로 디스플레이가 굴절되어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하드웨어(HW)의 혁신이었습니다. 이번 6세대 접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스마트폰 내부 칩 성능은 개선하고 경량화 시키면서 배터리 용량은 늘리는 등 여러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온디바이스AI 기반의 여러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증진도 고려하였습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I 기능을 통해 통번역 기능과 더불어 음성 받아쓰기(STT, speach to text)와 글쓰기(이는 우리가 LLM(large language model) 기반의 생성형 AI인 Chat-GPT에게 키워드를 제시하면 글을 써주는 것처럼, 갤럭시 스마트폰에게 키워드를 주면 SNS 게시글에 올릴 문장을 써준다고 합니다.) 등의 기능도 제시되었습니다.


이번 갤럭시 언팩 2024를 통해 제가 생각해 본 3가지 단상을 전해보고자 합니다.



1. 좁아져만 가는 스마트폰 내부 공간에서 고성능 칩을 보다 원활하게 돌리기 위해서는 '방열'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시장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경량화와 고성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운 공학(engineering) 분야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폰은 세대가 지날수록 가벼워져야 하고, 동시에 성능이 좋고, 배터리 사용시간도 길어지기를 시장은 원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기준은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성능 칩들은 한정된 부동산(칩 공간) 속에서 최대한 많은 연산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반도체 집적기술을 활용하여 빽빽하게 아파트(트랜지스터와 소자 수)를 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동시에 칩이 소형화되고 성능이 뛰어나져 집적 밀도가 높아지는 만큼 발열이 증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열 관리를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 칩에 오류가 생기거나 고장이 나서 제대로 성능을 내지 못하게 될 수 있고, 수명도 단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접근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삼성에서는 베이퍼 챔버(vapor chamber)라는 기술적 접근을 들고 왔습니다. 베이퍼(vapor)라는 단어는 증기를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하나의 비유로 생각해주시며 좋을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냉매가 순환하면서 열을 들고가주는(뺏어가주는)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들을 보시면 조금 더 이해가 용이하실 수 있습니다.


베이퍼 챔버 구조도(예시) (출처 : https://namu.wiki/w/%EB%B2%A0%EC%9D%B4%ED%8D%BC%20%EC%B1%94%EB%B2%84)


베이퍼 챔버는 전자기기, 특히 고성능 칩에서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열을 넓은 표면적으로 빠르게 분산시켜 칩의 특정 부분에 과도한 열이 축적되지 않도록 하며, 열을 고르게 분산시켜 칩 전체의 온도 균형을 유지합니다. 높은 열 전도율로 열을 빠르게 전달하고 냉각하며, 슬림하고 가벼운 디자인이 가능하여 스마트폰이나 울트라북 같은 슬림형 기기에 적합한 방법입니다.


베이퍼 챔버 작동 원리(이미지) (출처: https://celsiainc.com/technology/vapor-chamber/)


베이퍼 챔버는 액체가 증발하면서 열을 흡수하고, 증기가 다시 응축되면서 열을 방출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효과적인 냉각을 제공합니다. 또한, 팬이나 기타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부품을 사용하지 않아 소음 없이 열 관리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고성능 전자 기기의 열 관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기기의 성능을 최적화하며 장기적인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베이퍼 챔버 작동원리(단면도) (출처 : https://www.global.dnp/biz/solution/products/detail/10161128_4130.html)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기 위해서 소재 단에서 칩에서 사용하는 접착 소재를 나노 소재 복합물을 활용하여 방열 소재를 실험해 보기도 합니다. 지금 이번 삼성의 접근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베이퍼 챔버와 같이 (비유해보자면) 집(칩)에 보일러(베이퍼 챔버)를 깔아서 열교환 형태로 방열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칩 방열 문제 해결을 위한 물리적, 화학적 시도들이 다양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AI 시대에 칩은 점점 더 많은 일(연산)을 하기 위해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밀도가 높아질 것이고, 이는 열 관리 문제로 이어 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 'AI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용자의 실제 경험(experience)에 대해 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다음 주제입니다. 2024년은 한 단어로 표현해보면 AI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이런 생각 많이들 하셨을 거 같습니다. AI가 유행이라는데, 그럼 지금 가장 많이 쓰는 기술이 녹여진 플랫폼이 스마트폰이라면, AI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는 걸까요?


먼저 온디바이스 AI(on device AI)입니다. 요새 AI 관련 뉴스에서 많이 나오는 단어죠. 최대한 간단히 거칠게 설명해보자면, 서버에서 돌리는 대규모 언어모델이나 알고리즘 연산을 쓰지 않고, 칩 안에서 최대한 경량화하되 효율적으로 필요한 AI 기능들을 활용해보자는 접근법입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AI 칩이 들어가서 우리가 인터넷 없이도 AI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다면 상당히 생활이 편리해질 것입니다. 마치 들고다니는 AI 비서 또는 어시스턴트(assistant)가 생기는 셈입니다.


지금 연초부터 삼성을 포함하여 글로벌 레벨에서도 온디바이스 AI를 염두에 둔 AI 칩 개발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관련 뉴스들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저전력 AI 반도체와도 연결이 됩니다. 왜냐하면 작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서 AI 기능을 활용하면 많은 전력이 소모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아울러 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는 자신들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이 AI를 어떻게 연결지을지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https://news.samsung.com/kr/%EA%B8%B0%EA%B3%A0%EB%AC%B8-%EC%A2%85%ED%95%A9-%EB%B0%98%EB%8F%84%EC%B2%B4-%EC%97%AD%EB%9F%89%EC%9C%BC%EB%A1%9C-ai-%EC%8B%9C%EB%8C%80%EC%97%90-%EA%B1%B8%EB%A7%9E%EC%9D%80-%EC%B5%9C%EC%A0%81


국내에서도 LG전자와 같은 노트북 제조사는 그램(gram) 노트북에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하고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들과 연계하여 PoC를 통해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OI)를 하면서 폭넓게 아이디어를 구하고, 여러 기술과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리트머스지를 대보고 있습니다.


https://zdnet.co.kr/view/?no=20240321154441

https://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640460&pWise=sub&pWiseSub=C2


어제 갤럭시 언팩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이 온디바이스 AI였습니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에 AI칩을 적용하여 우리가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삼성에서는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AI 기능을 활용해서 폰을 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갤럭시 AI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서클 투 터치'(손으로 동그라미 그리면 검색해주는 기능)과 '플렉스캠'(자동으로 사진 찍을 때 최적의 구도 잡아 주는 기능) 등이 있었습니다.


https://www.samsung.com/sec/galaxy-ai/


이번에는 AI 기능을 통해 갤럭시 Z 폴드6와 갤럭시 Z 플립6에서 단말을 펼치지 않고도 문자에 답장을 보내거나, 온디바이스AI 기반의 언어모델이 상대와의 대화내용을 분석하여 3가지 답변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발표하였습니다. 한편 2025년말까지 모든 갤럭시 AI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이는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https://www.etnews.com/20240710000257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4/07/11/G7YGODM3YRCXDG6SOMBH3NLSBQ/


앞으로 스마트폰과 AI가 결합되었을 때, 사람들은 폰을 열지 않고도 많은 기능을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간다고 하는 생성형 AI 모델인 Chat-GPT 4o 조차도 아직은 답변의 깊이나 내용의 정확도 측면에서 갈 길이 많이 멀어 보입니다.)


애플도 공간 컴퓨팅으로 접근을 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XR의 미래를 비전 프로(Vision Pro)로 그렸지만 시장에서 next iPhone이라기에는 반응이 충분치 못했었습니다. 앞으로 미래 유저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을 (이미 내부적으로 잘 검토하고 있겠지만) 더 잘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앞으로 갤럭시에서 제공하는 AI 기능이 충분히 더 다양해지고, 기능이 깊어져야 보다 사용자들의 피부에 와닿을 것 같습니다.)


Chat-GPT가 나오면서 이제야 next iPhone(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맥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도체의 탄생-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으로 이어진 이 긴 흐름과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다음은 뭘까?에 대한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에 대한 퍼즐 조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형태로 그려질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요.) 우선은 최대한 충실히, 다양하게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하면서, 다가올 내일을 잘 준비할 때라고 봅니다.



3.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애플이 하드웨어에서 뒤쳐졌을지라도) 왜 애플을 [그래도] 쓰나?' 브랜드 가치와 충성도(loyalty)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애플(Apple) vs 삼성(Samsung). 이건 너무 체급(시가총액) 차이가 클까요? 그럼, 2024년 기준으로, 아이폰(iPhone) vs 갤럭시(Galaxy) 브랜드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브랜드 가치에 큰 차이가 있죠. 아이폰은 현재 우리가 향유하는 스마트폰 개념을 2007년부터 정립해왔고, 갤럭시는 패스트 팔로워(fast-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상황입니다. 왜 갤럭시는 애플에 브랜드 가치와 고객 충성도가 밀릴까요? 앞으로 어떻게 브랜드 스토리를 쌓아나가야 할까요?


https://www.metrolexus.com/lexus-vs-genesis-comparison.html

https://www.genesis.com/kr/en/genesis/brand/brand-overview.html


왜 젊은 세대일수록 아이폰을 쓸까요? 근데, 사실 아이폰을 자꾸 '지나치게' 의식하는 건 갤럭시에게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무슨 스토리를 갤럭시로 전할껀가요? 이에 대한 답을 사용자와 시장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 리빌딩(re-building)이 안되면, 10~20년 내로 중국 저가 폰에게 밀려서 시장을 잠식당할 겁니다.


차분하게 장기적인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미래에 next iphone이 무엇이 될지는 지금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선행 미래기술(사실 이미 내부적으로 잘 R&D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들에 대해 여러 사용 시나리오들을 열어놓고 기다리다보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올해만 장사할 건 아니니까요.


마지막으로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son)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오토바이 브랜드로 유명한 할리 데이비슨은 고객 충성도가 유독 높기로 유명합니다. 사람들이 할리 데이비슨 브랜드명이 등에 박힌 가죽 점퍼나 브랜드 로고가 앞에 박힌 셔츠를 입고, 심지어는 할리 데이비슨 브랜드 이미지를 형상화한 문신을 새기기까지도 합니다. (OMG!)


우선 할리 데이비슨은 헤리티지(heritage)를 가졌습니다. 1903년 미국 밀워키에서 창업해서 현재까지 오토바이 한 우물만 판 엄청난 기업입니다. 지난번 브런치 글인 엔비디아(NVIDIA) 젠슨 황(Jensen Huang)의 칼텍 졸업 연설에서도 말한거긴 한데, 한 우물만 파는 고집이 무서운 저력을 보이는게 이런 때입니다. 품질을 높이고, 고객들이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사실 되게 당연한 얘기긴 합니다.). 하지만 습자지 같은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는 대목은 감성과 스토리입니다.


아래의 링크드인 글에도 잘 적혀 있는데, 잠깐 요약 정리해보면, 1980~1990년대 할리 데이비슨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Ken Schmit)는 감성 마케팅과 스토리를 입혀서 단순 오토바이 판매가 아니라, 자유와 열정, 개성, 힘을 갖고,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통해 포효(roar, 인간이 가진 본연의 야수성을 긍정적으로 발산)하고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현재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https://www.linkedin.com/pulse/power-community-brand-building-case-harley-davidson-enow-bisong/


그리고 여기에는 커뮤니티(community)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치 뉴진스(New Jeans)의 버니즈와 같은 팬덤 문화가 필수적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도, '사람들이' 안 사주고 안 써주면, 그 브랜드는 (과격하게 말해) 쓰레기통행인 것과 진배없을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역시 테슬라(Tesla)를 통해 테슬람(?) 문화를 만들어 팬덤을 키운 적이 있고, 스페이스 엑스(Space X) 역시 로켓 발사하는 유니콘 스타트업인데, 작년쯤부터는 갑자기(?) 방송이나 영화를 기획하고 촬영하는 사람들과 영상 편집자 등을 채용하여, 스타십(Starship) 발사에 대한 서사(epic)을 만들고자 유튜브와 X(트위터)를 통해 스토리가 담긴 여러 콘텐츠들을 자체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행성 종족이라는 스페이스엑스의 비전을 우주 덕후(?)들이라는 강한 팬덤을 통해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2BdNDTlWbo

https://www.youtube.com/watch?v=ApMrILhTulI


아래 글에서도 확인 가능하듯이, 할리 데이비슨은 회원 커뮤니티를 잘 키워왔습니다. HOG(Harley Owner's Group)과 끊임없이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소통하고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을 풀어왔습니다. 이는 바이럴을 통해 사람들에게 퍼지고, 팬심이 강한 오너들은 할리 데이비슨을 부릉부릉 멋있게 길에서 끌고 다니며(미국에 가면 할아버지들이 이렇게 멋있게 다니는 모습을 볼 경우들이 생깁니다. 오토바이가 바퀴가 두개라 무서워(?)하는 저조차도 그 순간만큼은 '와, 존멋.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한 광경입니다. 국내에도 이런 분들을 길에서 볼 때가 있죠. 멋집니다.), 이런 스토리와 인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해주는 역할(?)까지 (스스로 알아서) 해줍니다.


https://www.dialogue.agency/blog/what-can-companies-learn-from-the-harley-davidson-brand-community


조금 다른 핀트의 얘기지만, 다시 위에서 말했던 헤리티지라는 단어로 돌아가서, 브랜드 가치에 헤리티지와 스토리가 왜 중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예전에 2019년에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영국에 국빈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트럼프가 속된 말로 영국 왕실의 뻑갔다고 합니다. 영국의 왕실/귀족 문화는 역사가 200년인 미국이 가지지 못한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라도 이 핏줄에 얽힌 역사를 돈으로 살 방법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한 영국 왕실은 위기에 빠진 영국을 구하기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행사를 철저하게 잘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헤리티지 스토리는 사람을 매혹(attract)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동기(intention)로 작용합니다. 괜히, 미국의 정치학자인 조셉 나이(Joseph Nye)가 자신의 책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무력이나 경제력같은 물리적인 하드 파워(hard power)가 아니라 매력이라고 했을까요 ㅎㅎ.


자, 다시 갤럭시로 돌아와봅니다. 갤럭시는 사람들에게 뭘 전하고 싶나요? 예전에 페이스북은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연결성(connectivity)에 대한 비전을 저크버그를 통해 일관되게 전해오고 있습니다. 애플은 iOS 생태계로 강력하게 유저들을 락인(lock-in)시키고, 사과 마크가 큰 가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제품 가격을 떠나서) 스벅에서 그램 놋북 편 거랑 맥북 편 거랑 다르겠죠? (심지어 그램이 더 가볍고, 싼데도 말이죠!)(참고로 이게 제가 그램을 미워하는게 아닙니다. TMI 이지만, 저도 2015년부터 지금까지도 그램 두 대를 이어서 잘쓰고 있습니다.) 포시즌스 호텔에 가서 발렛파킹 맡기는데 벤츠 마이바흐에서 내릴 때랑, G90 풀 옵션 달린 차량에서 내릴 때랑 다르겠죠? 하차감? 가심비? 뭐, 그런겁니다.).


잠깐 다른 얘기인데요. 도요타(Toyota)의 걱정은 젊은 일본 친구들이 차를 구매하지 않는 것입니다.(아주 간단히/거칠게 말해보면, 돈도 없고, 주차자리 사는거도 비싸고, 대중교통과 차량공유 서비스를 쓰면 되는데, 왜 차를 사지? 뭐 이런 접근입니다.) 이걸 해소를 해보려고 여러 광고 캠페인을 하면서, 탈 것이라는 기능이 아닌, 모빌리티(mobility)라는 공간(space)에 집중해서, 이 모빌리티 공간 안에서 보내는 시간(time)과 경험(experience)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자, 갤럭시도 같습니다.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 스마트폰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또 하나의 두뇌'이자, '주변 사람들과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공간'입니다. 가상 공간이라는 건,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물리 세계가 곱하기 2 되거나 혹은 제곱, 그 이상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에 대한 이미지와 스토리를 쌓아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게임이나 XR/VR 등 다양하게 어필합니다. 하지만 갤럭시의 마케팅은 뭔가 기능 설명 위주라는 틀에 갇힌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물론 최근 몇 년의 광고는 이제 애플과 갤럭시가 서로 닮아가서 비슷하긴 합니다. 근데, 이건 이거대로 저는 애플 혁신이 역으로 죽은 거라고 봅니다.(물론, 시쳇말로 20년째 혁신이 죽어도, 그래도 애플 시총은 그래도 세계 1위! 굳건하지만요. ^^;)).


최근에 애플과 삼성의 생태계(eco-system) 경쟁 양상에서 재미있는 요소를 하나 포착했습니다. 헬스케어(health-care)입니다. 애플은 애플 워치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각종 생체 정보를 애플 워치로 얻을 수 있는데, 헬스케어에서 (당장 쓰지는 않지만 잠정적인 의료계 평가로는) 환자 모니터링 수준에서 꽤 의미있다는 의견들도 심심치않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삼성에서는 이번에 갤럭시 링도 언급했습니다. 지난 2024년 2월 MWC 2024에서 디자인을 처음으로 선보였었죠. 갤럭시 링은 반지 모양의 제품입니다. 반지를 끼고 있으면, 수면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좋은 (또, 필요한) 접근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헬스케어 쪽에서도 애플과 삼성의 행보를 지켜보려고 합니다.


UX, 디자인, 감성. 애플도 삼성도, 그리고 우리도 아는 답입니다. 이걸 어떻게 실무에서 풀어야 하는지는 여러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저도 당장 해답은 없습니다. (입으로만 말하기엔 정말 어려운 일이고, 지난한 길임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포기없이 밀고 가야합니다. 글로벌 시장이 전장입니다. 한국에서의 지위에 안주하면 안 될 일입니다.) 갤럭시가 가진 하드웨어 혁신(접는 폰 등)이 브랜드 가치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사실 지난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방향타는 잃지 않길 바랍니다. '고객', 고객이 원하는 길,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게 터치해주는게 스마트폰이 나갈 본질 아닐까요.


삼성은 최근 HBM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바 있습니다. 과연 이번 언팩 이후에 시장 컨센서스(예측치)를 넘어설 정도로, 내부적으로 목표한만큼 스마트폰 판매도 많아지고 브랜드 가치도 올라갈까요?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다소 주제넘을 수도 있는 이번 갤럭시 언팩 풀이(review)였습니다. 애정에서 나온 피드백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좋은 글로벌 브랜드가 지속될 수 있다면, 한국 사람으로서 그만큼 또 자랑스러운 일이 있겠습니까. 이것도 TMI지만 저는 2015년 인도 뭄바이에서 잠깐 일할 때, 거리나 역에서 갤럭시 광고 전광판과 현수막을 보면서, 반갑고 장하고, 그 광고 간판이 뭐라고 (약간 오바해서) 내적으로 의지도 조금되고, 그랬었답니다.) 계속 지켜볼 부분입니다. (저만의 시선으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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