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효율부(DOGE)의 공과 과를 돌아보며
일론 머스크가 주도한 미국 정부의 ‘정부 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는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초에 출범한 파격적인 실험이었습니다. 머스크는 무보수 특별직으로 임명되어 이 부서를 이끌었으며, 연방 정부의 비효율적인 지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목적 아래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이 부서는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정부 조직을 '스타트업식 효율성'으로 개편하려는 시도였으며, 기대와 우려 속에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약 13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DOGE는 연방 정부의 운영 방식에 강한 충격을 가했으며, 그 영향은 지금도 정치권과 학계에서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DOGE의 가장 대표적인 공로는 머스크가 주장한 1,75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 절감입니다. 이 절감은 수많은 연방 계약의 취소, 비효율적인 기관의 축소 및 통합, 그리고 약 26만 명에 이르는 연방 공무원의 감축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발표되었습니다. 특히 군수 계약과 정보 기술(IT) 관련 사업에서의 정리 작업은 예산 낭비에 대한 시민의 분노를 반영한 조치로, 머스크는 이를 ‘세금 낭비를 멈추는 국민적 승리’라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DOGE는 ‘소프트웨어 현대화 이니셔티브’를 통해 정부 전반의 디지털 인프라를 업데이트하고, 노후화된 시스템을 민간의 최신 기술로 대체하려는 작업을 병행했습니다. 머스크 특유의 기술지상주의가 반영된 이 계획은 일부 부처에서 업무 속도와 데이터 정합성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DOGE의 운영 방식은 실리콘밸리식의 ‘성과 기반’ 방식에 기반했는데, 대표적으로 도입된 것이 ‘What You Did Last Week’라는 주간 보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제도는 모든 연방 공무원이 지난 한 주 동안 수행한 업무를 요약 보고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업무 반복과 비효율을 제거하고 각 개인의 책임과 성과를 명확히 하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민간 기업에서는 보편적인 방식이지만, 공공 행정 영역에서는 강한 저항에 부딪혔고, 결국 일부 기관에서는 이 시스템이 불필요한 관리 비용만 증가시킨다는 이유로 조기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DOGE의 과감한 개혁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했습니다. 환경보호청(EPA), 해양대기청(NOAA) 등 주요 규제 및 관측 기관들이 인력 부족과 예산 삭감으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하거나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산불, 해양 재해, 탄소 배출 규제와 같은 긴급 사안에 대한 대응 능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각종 자연재해의 사전 경고 시스템에도 공백이 발생하였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공 안전과 환경 보호라는 국가의 핵심 기능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DOGE는 또한 법적 논란에도 휘말렸습니다. 예를 들어, 재무부의 지급 시스템에 DOGE 관계자들이 접근하면서 민감한 개인 금융 정보가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비영리 감시단체 American Oversight는 관련자들을 상대로 정보 공개 청구 및 법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특히 정부 내 공식 절차 없이 사설 업체가 연방 시스템에 접근한 사례는, 전례 없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DOGE가 주장한 ‘민간의 민첩성과 공공의 책임성의 결합’은 현실적으로는 절차와 투명성 결여로 이어지며 법적 공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내부 갈등도 DOGE의 문제점 중 하나였습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Big Beautiful Bill’이라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법안을 ‘역겨운 괴물’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이는 결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노선 충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으며,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행정부의 일원이라기보다 별개의 정치적 행위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행정부 내에서 머스크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DOGE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증폭시켰습니다.
더불어, 일부 DOGE 직원들의 현장 행동은 미숙하고 비전문적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청사 내 점거 후 퇴거 시 쥐, 바퀴벌레, 마리화나 흔적 등이 발견되었다는 내부 보고서가 공개되며, DOGE 팀의 관리 부실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정부기관의 업무공간을 일시적으로 스타트업처럼 '무단 활용'하는 방식은 민간과는 달리 공공영역에서는 통제와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되었고, 이는 DOGE의 전체적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결국 머스크는 2025년 5월 말 DOGE 책임자직에서 물러났으며, 그에 따라 일시적으로 부서 운영이 중단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DOGE의 인력과 예산을 확대하는 예산안을 제출하며, 해당 부서를 공식적인 ‘정부 혁신 부처’로 승격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움직임은 머스크의 개인적 카리스마에 의존했던 초기 DOGE와는 다른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머스크 없는 DOGE’가 과연 지속 가능한 혁신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남아 있습니다.
정부 효율부(DOGE)는 단기적으로는 예산 절감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목표를 부분적으로 달성했으나, 그 과정에서 공공 서비스 약화, 법적 논란, 정치적 갈등, 조직문화 붕괴 등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실리콘밸리식 정부 개혁’은 미국 행정 시스템의 보수적인 체계와 충돌하며, 근본적인 구조 개혁의 어려움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OGE는 ‘정부도 민간처럼 바뀔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대중에게 던졌고, 향후 정부 개혁 논의에서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