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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스리랑카 Dec 17. 2022

노가다는 나의 벗

스토브 리그

2022.12.15일을 종착점으로, 범 바이오매스 팀의 모든 산림사업이 종료되었다. 산사태, 산림조사, 임도관리, 바이오매스 팀이 순차적으로 문을 닫으며 산더미처럼 화목용 나무들이 쌓였던 그 자리에, 산림 홍보관 건물이 들어서는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몸은 또 백수가 되었다.  다음 해 초봄 운 좋게 일자리를 만날 때까지. 수년간 반복된  일상이지만,  빈 숟가락 빨면서 잘 버티는 방법을 배우고, 혹여 신세 진 벗 들, 미처 술 한 잔 챙기지 못하고 스치고 만  벗 들, 미치도록 가고 싶은 곳,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빨빨거리며 돌아칠 일만 남았다. 해서 어제는 은행에 들려 일 년 치 입출금 내역을 기록해 주시오 하면서 정리한, 무려 3 권의  통장을 좌~악 펼쳐놓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총수입 19,745,000, 총 지출 13,419,000, 잔액 6,326,000, 이 정도면 비교적 장사를 잘한 것 아닌가.. 총 수입 대비 32%의 수익률이라면 그 어떤 펀드매니저도 손쉽게 넘볼 수 없는 수치. 이 정도면 그레잇 엑설런트. 물론 쥐꼬리만한 총량이긴 하다. 하지만 나름 재정의 건전을 개선하고자 부채를 아예 제로로 만들고, 미래 청사진에 쓸데없는 지출은 현재의 즐거움으로 돌린 탓이다. 그럼에도 벗들아, 그 옛날  혹여, 이 몸이 저지른, 술값 무서워 줄행랑친 기억을 갖고 있는 벗이 있다면(정확히 언제인지 기억할 수는 없어도 분명 그런 일이 있었다) 언제라도 주저 마시고  콜해 주시면 술병 꽤 차고 그대를 찾아, 기꺼이 화해의 술잔을 바칠 것이다.  살 만큼 산 이 몸은, 그대의 기억 속에 쪽팔리는 빚으로, 남아 있고 싶지 않다.




  

이 모든 노가다 정산에 몇 푼 남았다고 호들갑을 떨긴 했지만, 아직  파미르행 뱅기표를 끊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 덕분에 화폐가치는 반 토막이 나고, 한 끼 밥에 족히 배추 잎, 한 장을 지불해야 하는 작금의 세상 살이에 파미르 타령이 때론 가당치가 않다만, 아직도 호시탐탐 파미르를 꿈꾼다. 그곳,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을 나의 벗 만년설과 살아생전 꼭, 만나길 고대한 그 냉랭한 바람 하며,  스산한 햇살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질 때, 분연히 노가다 삽자루를 팽개치고 달려가겠다. 지금은 스토브 리그 ~ 다음 정규 시즌 일거리를 찾는 기간. 이 몸도 노가다 프로가 되기위한 몸만들기에 전력을 다한다. 고질병처럼 통증이 오는 팔목 관절 근육의 회복, 지속적인 훈련을 통한 노동력 강화(?) 등 전력 보강을 위해 이 겨울, 거실 스토브에 마구 장작을 넣는다. 더불어, 술독 항아리에 착실히 익고 있는 돌배주와 함께  벗들과 술타령이라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벗들의 건투를 빈다.          





사업 종료 쫑파티




2022.12.09 일거리를 마치고, 참나무 장작 숯불을 피우고, 산적 삼겹살 구이로 종 파티를 한다. 벗들의 구미를 돕기 위해 파티의 면모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산적용 꼬챙이는 이날의 파티를 위해 치악산 줄기 매봉산에서  곱게 자란 참싸리 나무를 꺾어와, 껍질을 벗기고, 화살촉처럼 끝을 날카롭게 다듬는다. 그다음, 일 인당 한 개씩  꼬챙이를 챙긴 다음,  20여 센티 통으로 자른 삼겹살을 끼운다. 그것이 끝이다. 그 위에 각자 소금을 적당히 뿌리고, 슬슬, 슬렁슬렁, 빙글빙글, 꼬챙이를 돌리면, 이내 삼겹살은 누렇게 익으며 마구 기름을 쏟아낸다. 각자 취사 성향에 따라 미디엄, 웰던 등으로 요리하면 끝이다. 맛이 어떠냐고?? 솔직히 원시적인 맛이다! 그 맛은 지글지글 삼겹살 기름이 빠진 자리에 참싸리의 향이 스며와, 느끼함을 중화할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이 전혀 없어도, 하등의 지장이 없다.  더욱 착한 것은, 깊은 산자락에서  자란 야생 돌배로 담근 돌배 주로 목이라도 축인다면, 족히 인당 400~500그램 정도의 왕성한 식성을 자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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