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365 인문학 일력
뒤늦게 알아가고 깨닫는 것들 아빠가 아프기 전에 늘 음식맛을 모르겠다고 불편한 증상을 자주 언급했었다.그리고 아빠는 편찮으셨고 그 뒤로 곧 엄마가 이어하셨다.
“통 음식맛이 없다 아무 맛이 나질 않아 어떤 것을 보아도 도무지 먹고 싶은 음식이 없어”
그냥 나이들면 입맛이 떨어지는 거라고 치아가 좋은게아니라서 그럴 수 있다라고 여기려고만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쉽게 단정지었거나 나이듦의 원인이라고 연결했을지 모른다.
이제서야 엄마가 속이 편하도록 재료를 적당히 갈아 만든 죽에 곁들일 동치미 국물을 만들어 본다. 따로 무우를 채썰어 그것을 다시 잘게 잘게 아이 이유식을 만들 때처럼 자른 후 비트를 넣은 색감까지 예쁜 동치미 국물에 썰어 둔 무우를 섞어 국물을 낸다.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겠냐 말하고 싶지 않다. 근처 대학 암센터 병원에서의 진료가 11월 10일 잡혀있었는데 조금 전 하늘에서 별이 응답하듯 3일 일정으로 좀 더 일찍 진료를 갈 수 있게 되어 마음이 조금 더 가볍긴하다.이제 조금씩 엄마께도 통보할 일이 가까워지고있고 그래서 희망이라는 것까지 안고 우리는 또 길을 가야 한다.
여전히 죽조차 먹는게 힘들다하고 동치미 국물은 드셔보시겠다고 하는 엄마 나이듦은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일 자식이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공짜가 아닐만큼 특별하여 언젠가 다시 받은 사랑을 그이상 부모에게 자식은 드리며 섬기게 되는 일이 남아 있다. 병원이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인건 젊거나 어리거나 나이들었거나 큰 병원일수록 환자에 따라 붙은 보호자와 가족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 그것에 또 위안하고 용기를 내며 공간에서의 같은 마음을 느끼며 돌아보곤 한다.
2025년 10월이 부쩍 달력 한장이 나부끼듯 지나간다
11월에는 어떤 삶의 노래를 부르며 달려가고 있을까 토요일이 아빠가 돌아가신지 3재가 되는 날이다.아마도 거의 하루를 절에서 동참기도를 하게 될 테니까. 인간이 사는 일만이 끝이 아니라 잘 보내드리는 일도 보이지 않지만 못지 않은 소중한 일이라서 삶의 가을만이 이렇게 깊어가 있다.
2025.10 김주영 작가
질문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