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베이커 <탠저린>
MTF 트랜스젠더이자 매춘부인 신디(키타나 키키 로드리게즈)는 구치소에 구금된 지 28일째 되는 날 출소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출소한 그녀는 친구인 알렉산드라(마이아 테일러)를 만난다. 신디는 알렉산드라에게 자신의 남자친구이자 포주인 체스터(제임스 랜슨)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분노한 신디는 체스터를 찾아 LA 시내를 활보한다. 한편 신디와 알렉산드라를 비롯한 트랜스젠더 매춘부들의 단골손님인 아르메니아 출신의 택시기사 라즈믹(카렌 카라굴리안)은 갑작스레 집으로 온 장모를 피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택시를 몬다. 이런저런 손님들을 받던 그는 저녁식사를 하고 알렉산드라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집을 빠져나온다.
아이폰 5s로 촬영한 션 베이커의 데뷔작 <탠저린>은 2015년 선댄스 영화제를 한 번 뒤집어 놓았던 작품이다. 스마트폰의 영상이 보여주는 거친 디지털 그레인과 인물들의 얼굴에 집중한 다양한 앵글, 종종 홈비디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장면들과 분노하여 LA를 활보하는 신디의 마음을 대변하듯 영화에 거칠게 끼어들어오는 음악들, 여기에 욕설로 가득한 대사와 막장드라마에 한 장면 같은 클라이맥스. <탠저린>은 속칭 ‘날것의 강렬함’으로 대변되는 온갖 강렬한 체험으로 가득한 영화다. 트랜스젠더, 매춘부, 이민자 등의 소수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단지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모음일 뿐만이 아니다. 우정, 갈등, 싸움, 거래, 배신, 사랑, 연대 모든 것이 뒤섞여 벌어지는 강렬한 난장판이다.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상들은 관객을 그러한 난장판 한가운데로 불러올뿐만 아니라 난장판 안으로 관객을 동참시킨다.
<탠저린>은 어쭙잖게 연민이나 이해를 요구하는 영화가 아니다. 마이너리티들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그것만의 매력을 88분 동안 펼쳐내 보이는 것이 영화의 목표처럼 보인다. 매력적인 난장판의 한가운데로 끌려온 관객들은 영화가 담아내는 맹렬함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몇 줄의 글로는 설명되지 않는 강렬함을 품은 영화를 정말로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알렉산드라에게 화가 난 신디는 혼자 거리로 뛰쳐나가고 알렉산드라는 그녀의 뒤를 쫓아간다. 그러던 중 신디는 차를 타고 지나가던 백인 남성들에게 공격을 당한다. 알렉산드라는 신디를 데리고 코인세탁소로 가 그녀의 옷을 벗기고 세탁기에 돌린다. 그녀는 가발까지 오물에 젖어 세탁기에 돌리고 있는 신디에게 자신의 가발을 벗어서 준다. 둘이 맞잡은 손은 난장판의 끝에 등장한 짧은 연대의 모습이다. 맹렬하게 관객에게 다가오던 영화는 마지막에 잠시 멈춰 선다. 그 순간에 느끼게 된 어떤 감정, 감동이라는 단어로는 온전히 표현되지 않는 순간은 이 영화를 통해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