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럭저럭 즐길만한 한계점

<요로나의 저주> 마이클 차베즈 2019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제임스 완이 총괄하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신작 <요로나의 저주>를 보고 왔다. <컨저링> 시리즈에 등장한 ‘우는 유령’ 요로나(마리솔 라미레즈)를 주연으로 삼은 프리퀄 겸 스핀오프인 작품이다. 영화는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자 아동복지국에서 일하는 애나(린다 카델리니)가 자신의 두 아이 크리스(로만 크리스토우)와 샘(제이니-린 킨첸)을 요로나로부터 구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놉시스만 본다면 역시 싱글맘을 주인공으로 삼은 <바바둑>이나 독박육아/가사노동을 담은 <어둠의 여인> 등의 여성주의적 함의가 들어간 호러영화가 연상된다. 하지만 <요로나의 저주>는 그렇게 흘러갈 수 있는 소재를 ‘컨저링 유니버스’의 스타일 안에 포섭하려다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는 작품이다.

MV5BMTBjN2Y5YjItZDlkNy00YTJlLTk1NzctNDI0YTI3MDhlYjhkXkEyXkFqcGdeQXVyNjQ4ODE4MzQ@._V1_SX1776_CR0,0,1776,744_AL_.jpg

우선 <더 넌>을 통해 낮아질 대로 낮아진 기대치보단 즐겁게 볼 수 있는 장르영화였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카피가 무색하게 요로나의 등장은 언제나 점프스케어를 동반하고, 오컬트 영화에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흥미로워할 장치들이 여럿 등장한다. <애나벨>에 등장했던 페레즈 신부(토니 아멘돌라)와 애나벨의 카메오 출연 또한 반갑다. 대부분의 장면이 어둡지만, 단지 어둡기만 한 영화들처럼 어둠이 단점으로만 적용하지 않는다. 어둠에서 나타나는 요로나의 특성을 어느 정도 살린 연출이 돋보인다. 또한 싱글맘/워킹맘으로서 애나가 겪는 삶을 보여주는 초반부의 몇몇 묘사와, 아동복지국에서 일한다는 설정을 통해 드러나는 개연성과 캐릭터가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한다.

MV5BMjAzMDE0Njg1MV5BMl5BanBnXkFtZTgwNTk4MTA0NzM@._V1_SX1777_CR0,0,1777,744_AL_.jpg

하지만 전직 신부인 퇴마사 라파엘(레이몬드 크루즈)이 등장하면서 많은 장점들이 상쇄된다. 헛웃음을 유발하는 유머들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컨저링 유니버스’의 전통이 된 악령과 물리적으로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실소가 터진다. 왜 ‘컨저링 유니버스’의 영화들은 언제나 악령들과 물리적으로 격투를 벌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퇴마 하는 것일까? 다행히도 <더 넌>에서 총으로 수녀귀신을 쏴 죽이는 수준의 어처구니없음이나 <애나벨: 인형의 주인>의 레슬링에 버금가는 몸싸움 수준의 장면은 없지만, 적당히 잘 쌓아오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이상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요로나를 막기 위해 라파엘이 동원한 여러 주술적인 방법이 결국 물리적인 퇴마로 이어지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더 넌>이나 <애나벨>보단 즐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