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Take Me Home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제작연도: 2016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유작 중 한편인 <집으로 데려다 주오>는 러닝타임 16분의 단편영화이다. 16분의 시간 동안 영화는 어느 집의 문앞에서 출발하여 온갖 계단과 골목길을 거쳐 끝없이 하강하는 축구공의 운동을 보여준다. 어떤 인간도 축구공의 하강에는 개입하지 않으며,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몇몇 동물들이 잠시 등장할 뿐이다. 16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끊임없이 하강하는 축구공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기이하다. 그 시간 동안 축구공이 하강할 수 있는 공간은 대체 어디이며, 어떻게 축구공은 턱에 걸리거나 속도가 줄어드는 일이 없이 하강을 계속 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지점 때문에 <집으로 데려다 주오>의 공간이 실제하는 높다란 산동네의 골목에서 실제로 축구공을 굴린 것이 아닌, 여러 골목과 계단의 모습을 촬영하고 하강하는 실제 축구공과 CG 이미지로 만들어진 축구공이 덧대여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따금 관객이 일상적으로 인식하는 물리법칙과는 다소 다른 운동을 보여주는 축구공이 그 사실을 뒷받침 한다. 16분 간의 하강 운동은 축구공의 주인인 것으로 보이는 아이에 의해 멈춘다. 아이는 축구공을 들고 계단과 골목길을 올라가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데려다 주오"의 발화자는 축구공인 셈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상승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가 축구공을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명시될 뿐, 관객은 집에 도착한 축구공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축구공의 하강운동을 수십개의 숏으로 나누어 남은 영화는 집으로 돌아가는 상승운동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축구공은 물처럼 아래로 흐르고,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다. 영화는 CG를 동원하여 아래로 흐르는 축구공을 구현하지만, 그것이 돌아가는 과정을 담아내진 못한다. 이 짧은 픽션은 영화가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어떤 운동에 대부분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마침내 가능케 하는 작은 기적, 축구공을 안고 집으로 올라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영화라는 광활하고 한정적인 매체를 통해 진행한 여정이 이 영화 속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