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일곱 살, 다섯 살 된 조카들이 우리 둘째를 보더니 한 번만 안아보자고 했어.
태어난 지 100일이 넘은 우리 둘째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잘 울었어. 아무나 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까르르 웃기만 했지. 큰 조카에게 조심스럽게 둘째를 넘겨주었더니 우리 둘째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어.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둘째 조카가 자기도 한번 안아보고 싶다고 계속 성화였어. 당연히 큰 조카가 순순히 넘겨 줄리가 없었지.
"잠깐만. 잠깐만 있다가 넘겨줄게"
그런데 그 새를 못 참고 둘째 조카가 큰 조카를 팔을 세게 끌어당겼어.
우리 둘째가 바닥으로 떨어진 거야.
울음소리 대신 가쁜 숨소리가 더 컸어. 그리고 모든 걸 멈추었어.
작은 숨소리조차도.
나는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어.
그리고 내 모든 걸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렸어.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어.
그렇게 나는 오랜 세월을 굳어갔어.
나는 자식을 잃었으니까.
나는 이런 아픔을 가진 사람이니까.
어느 누구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았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렇게 살았어
그렇게 반세기를 꼬꾸라진 채 살아온 거야.
이제 슬슬 우리 둘째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우리 둘째가 이렇게 내게 물어오면 어쩌지?
자신은 100일 남짓밖에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궁금할 거 아니야.
하지만 나는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어.
나는 이제야 다시 펴진 세상을 보려고 나온 거야.
-지난주 운동센터에서 만난 어르신의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기록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