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자문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다. 그 속뜻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문이 퍼지는 속도의 무서움을 의미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소문’이 더욱 무서워졌다. 인터넷과 방송매체의 발달로 사람들이 ‘말’에 도달하는 시간은 찰나에 가까워졌고, 카카오톡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메신저의 발달로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소문’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소문이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험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거나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에게 정신적, 물질적으로 손해를 주게 될 지경에 이르면 그 때부터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얼마 전에 유치원을 운영하시는 모 원장님으로부터 상담전화가 걸려왔다. 원장님은 ‘본인이 운영하는 유치원의 선생님 중 한 사람이 학부모 몇 명과 함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과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하여 유치원에 대한 허위사실을 만들어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유치원 문을 닫게 될 지경’이라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법적인 조언을 구하였다.
취할수 있는 법적 조치는?
먼저, 현실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게 가장 현명한 조치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만 보면 민, 형사상 조치를 모두 취할 수 있다.
위 사안에서 유치원 선생님과 학부모 몇 명은 형사적으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하겠다)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이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여기서 명예의 주체는 사람과 법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 포함하고 집단의 경우에도 집단의 특정에 의하여 그 구성원이 특정이 될 수 있으면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특정 유치원을 비난하게 되면 그 유치원에 속해 있는 원장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유치원 자체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만약 허위 사실이 아니라 사실을 유포하였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사실을 유포하였을 때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으면 처벌을 한다. 다만, 그 처벌 수위가 허위사실을 유포하였을 때보다는 낮을 뿐이다.
가해자의 처벌수위는?
그렇다면, 실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을 때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초범의 경우는 대개 벌금 100~200만원 정도의 생각보다는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다.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하고 있는 처벌 수위는 법정형으로 법에서 정한 처벌의 범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가해자는 본인이 벌금 전과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여 예상되는 벌금액수 정도로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인터넷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합의를 해 주면 가해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만약, 전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가해자가 끝까지 합의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형사합의금은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피해자가 형사합의금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피해자가 금전적인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위자료를 청구하거나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해 볼 수 있고, 대개는 가해자가 받은 벌금상당액에 해당하는 액수가 인정된다.
실제 손해가 발생했을때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한지?
다음으로, 위 사안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실제로 유치원이 문을 닫게 된 경우 이에 대한 민사적 조치로서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은 하지만 쉽지는 않다.
유치원 원장님 입장에서는 허위의 소문 때문에 이 소문을 듣고 걱정한 원생들의 부모들이 찾아 와 항의하고, 유치원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바람에 결국 유치원 문을 닫게 되었으니 그 손해가 막심함은 의심할 필요조차 없다. 상식적으로는 이와 같은 접근이 가능하나 법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조금 복잡하다. 법적으로 가해자들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원장님이 손해의 발생과 손해액, 손해의 발생과 가해자들의 가해행위 사이의 인과 관계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되는데 이 경우 유치원 폐업으로 인한 손해가 얼마인지, 원생들이 유치원을 그만 두게 된 이유가 전적으로 허위 소문 때문인지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민사적 조치로 위에서 설명한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 외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나 위자료는 큰 액수가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민법 제764조에 의해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청구할 수도 있으며, 가해자에게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글의 게시를 하도록 하는 청구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외 가해자 또는 가해자가 게시한 글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수는 없을까?
방법은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에 의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게시글 등의 삭제 또는 반박을 요청할 수 있고, 제44조의2 제4항에 의해 게시글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30일간 할 수 있다. 다만, 제44조의2 제1항에 의한 조치는 임시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그 법률적 요건이 까다로우므로 일단 위 제44조의2 제4항에 의한 임시조치를 먼저 취하는 것이 좋다.
이상과 같이 명예훼손과 관련한 제반 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당장, 네이버와 같은 사이트에서 명예훼손으로 검색을 해 보면 해결책을 자처하는 수많은 검색결과가 나오고, 누구나 쉽게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실제로 명예훼손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고 나름의 조치를 취해 보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명예훼손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는 우선적으로 가해자와 원만하게 합의를 해 가해자가 사과 게시글을 작성해 주는 등 성실하게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다 정확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