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사장의 시선

투자 1

투자 1.

창업 후 몇 년 동안 나는 투자 유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회사 초창기 때는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중요했다. 직원들의 급여와 사무실 임대료를 해결하는 것이 직면해 있는 가장 큰 과제였다. ‘투자’라는 것은 마치 영화 속 다른 세계의 얘기 같았다. 현실적으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매출을 올려 회사가 생존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회사가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가치 있는 성장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매출이 조금씩 오르고 직원도 늘어나니 회사의 운영 자금이 예전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회사가 성장하면 할수록 더 큰 자금이 필요했고, 과거 작은 회사일 때처럼 돈을 빌리러 은행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또한 영업 활동을 통한 매출만으로 회사의 성장을 계속 이끌어 가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도 조금씩 깨달았다. 회사의 자금 흐름을 검토하던 중 경영지원팀장의 미팅 요청이 있었다.

“사장님, 아무래도 이번 분기의 자금 상황이 생각보다 많이 안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신규 개발을 시작하려면 자금 투자가 필요한데 이제는 투자유치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투자유치’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내 귀에 들어왔다. 나는 고민 끝에 개발팀장 서민우와 최근 기획팀장으로 승진한 김윤서를 회의실로 불러 투자에 대해 함께 논의하기 시작했다. 서민우 팀장은 투자유치의 필요성에 대해 현실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사장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우리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자금 문제로 우수한 개발 인력 충원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아 일정이 지연되기도 하고 시장 확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우수한 인력 확보와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필수입니다. 아시겠지만 아직 우리 제품만으로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에 영업 매출만으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김윤서 팀장도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 덧붙였다.

“맞습니다. 현재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도 자금이 필수적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시장에서 더 크게 도약하려면 더욱 장기적인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투자유치를 통해서 우리 비전과 목표를 공유할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나는 두 팀장의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회사의 대표로서 투자유치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꾸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가 있었다.

“두 분의 의견은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막상 투자라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싶네요.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 기간 동안 영업 확대와 기술 향상에 그만큼의 누수가 생길 수도 있어요. 또 투자자들이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과연 얼마나 높게 평가할지 등 우리가 아직까지 큰 투자금을 받아 본 경험이 없어서 솔직히 자신 있다고는 말을 못 하겠어요.”

내가 그렇게 속마음을 털어놓자 서민우 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쉽지 않다는 것은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 지금 우리 회사는 분명 좋은 기술력과 뛰어난 제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넵투와 넵포머는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더 확장하려면 투자유치를 통해서 자금을 확보하고, R&D를 제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시장을 확대하고 있고 분명히 잠재력이 있으니, 어쩌면 투자자들이 우리를 찾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잘됩니다.”

김윤서 팀장도 개발팀장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분명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가 잘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투자유치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투자유치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자금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직원들에게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부심을 투자유치 성공을 통해서 얻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분명 중요한 부분입니다.”

맞는 얘기다 투자유치가 단지 자금을 확보하는 행위가 아니라,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할 동반자를 찾고, 직원들에게 인정을 받는 회사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우리 회사가 가진 비전과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그들이 우리를 인정하고 투자 결정을 내릴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계속 남아 있었다. 실제로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설득과 분석, 그리고 전략이 필요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마주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두렵고 자신감이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