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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ckling Sep 11. 2019

사무실에서 우는 신입

이 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입사 6개월, 일이 느는만큼 눈치도 늘었지만 여전히 다른 분들과 업무적으로 크게 겹치는 부분이 없는 나는 회식때 다들 주고받는 업무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끼지도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건 눈치가 늘어서 회식때 자연스럽게 고기를 굽고, '진상'으로 소문난 사람들의 이름과 에피소드를 외우고 있다가 맞장구를 쳐주고 호응을 해줄 수 있는 정도가 된 것. 그리고 사수 없이 일을 하다보니 온갖 자료를 찾아서 얼추 비슷하게 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였다. 이쯤되면 레벨업했다고 해도 되나 싶을때, 너무 방심했던 것 같다. 아직까지 멘탈은 20대 초반의 그것과 같았다. 어느 방향으로 뜯어도 박살나는 쿠크다스와 같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다른 팀 팀장님의 전화가 왔다. 우리팀에서 보내준 서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나와 같이 문서업무를 했던 과장님도 같이 불려갔다. 혼나는 거야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탈탈 털릴 거란 생각을 못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팀장님의 타액과 함께 엄청난 질책이 쏟아졌다. 업무적 미숙함에 대한 지적에는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제가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 것쯤이야 어차피 내가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그런 지적이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화가나고 억울했던 건, 그 분이 지적하는 바를 듣다보니, 일을 잘못한 건 내가 아니었다. 자세히는 밝힐 수 없지만, 순전히 그 분의 섣부른 판단으로 인한 실수였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었는데 그래도 나와 같이 일했던 과장님이 끝까지 내 입장을 말씀해주셨다. 그 팀장님께 사과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그렇게 멍청이는 아니란 걸 그 광경을 쳐다보던 사무실 사람들이 알게 해줬으면 했는데 끝까지 질책이었다. 별 것도 아닌 걸로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는.


평소 같았으면 뭣같은 경우를 다 봤네 했을테지만, 함께 일하는 과장님 앞에서 그런 꼴을 보이다니. 쪽팔리고 자존심이 상했다. 사무실로 컴백함과 동시에 괜찮냐고 묻는 과장님의 말에 엉엉 울었다.


혼나는건 괜찮은데 꼴에 저도 자존심이 상해서 죽을 것 같아요. 억울한데 해명할 기회를 안주잖아요, 저한테는 언제까지고 신입 딱지 붙여놓고 그렇게 막 대할 거잖아요.


두 번 다시는 없을 반항(?)으로 사무실의 한 두 사람을 울렸고 다섯 사람 넘게 당황시켜버렸다.

그러고나서 점심먹고 한결 진정하고, 야근까지하고 저녁 얻어먹으면서 깔깔 웃고 기분 좋아져서 집까지 40분을 걸어왔다. 이렇게 뒷끝 작렬하고 있지만 나는 퇴사 대신, 내일도 오늘처럼 오전 8시 20분에 출근을 할 것이다. 출근해서 씩씩하게 내 일 하고, 웃으면서 추석 인사 날리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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