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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김장김치 물러지지 않는 아삭함 유지 특급비법

100년 식당 사계절 한결같은 김치맛의 비밀 따라잡기

by 멘탈샘


배추보다 양념이 더 많은 김장 김치를 만나면 처음엔 반갑지만 오래 두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양념이 많으면 입은 잠시 즐겁지만 김치는 금세 물러지고 맛도 탁해진다. 어떤 요리든 재료를 팍팍 넣어야 맛있다고 하는 것은 하수의 방식이다. 고수는 재료를 많이 쓰지 않는다. 오히려 적게 넣되, 정확히 넣는다.


내가 자주 가는 100년 맛집의 김치는 사계절 내내 한결같은 맛을 낸다. 아무리 더워도 추워도 그 맛은 흔들리지 않는다. 호기심에 서빙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런 김치 맛을 유지하나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매년 김장을 직접 담그는데 그날만은 본점의 사장님이 오셔서 양념을 해주세요. 김치 레시피는 사장님만 가지고 있는데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아요"




김치 숙성의 세 가지 원리

제대로 담근 김치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물러지지 않는다. 그 비결은 세 가지 원리에 있다.


1. 좋은 재료, 좋은 균
깨끗한 배추와 물, 천일염이 기본이다. 좋은 재료는 맛을 내기도 하지만, 유익균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2. 숙성의 온도와 염도
온도가 높으면 젖산균이 폭주해 김치가 시고 물러진다. 너무 낮으면 숙성이 멈춘다. 그 사이, 2~3도의 완만한 호흡 속에서 김치는 가장 깊은 맛을 낸다. 염도 역시 숨은 조율자다. 너무 낮으면 부패균이 번식하고, 너무 높으면 유익균이 자라지 못한다. 김치에게 이상적인 염도는 2.5~3%, 바닷물보다 약간 순한 정도다. 이 농도에서 젖산균은 천천히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소금 속 미네랄은 균의 밥이 되고, 염화나트륨은 잡균의 숨을 막는다. 소금은 짠맛이 아니라 균의 속도 조절기다. 짠맛은 입이 느끼지만, 균은 염도의 리듬에 맞춰 숨을 쉰다.


3. 공기를 막되, 숨은 막지 않기

김치의 적은 온도보다 공기다. 공기가 닿는 순간 곰팡이와 산패가 김치의 결을 무너뜨린다. 다만 공기의 ‘차단’은 ‘질식’이 아니다. 김치도 숨을 쉰다. 젖산균이 발효하며 내뿜는 미세한 기체가 항아리 안을 가득 채운다.

공기를 완전히 막기보다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저산소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김치통을 가득 채우되, 윗면은 배춧잎이나 무 조각, 랩 한 장으로 덮고 뚜껑과 김치 사이에 작은 숨 쉴 틈을 남긴다. 이 정도의 여백이 김치를 부패가 아닌 발효의 길로 이끈다. 공기를 막되, 숨을 막지 않아야 한다. 김치도 살아 있는 존재이므로.


물러지지 않는 맛있는 김치 담는 간단한 방법 2가지


① 석이버섯 한 줌 — 미네랄로 유익균을 깨움
② 종자김치국물 — 발효의 정석 이어받음


절제의 미학, 균형의 지혜


양념을 많이 넣는다고 깊어지지 않는다. 좋은 김치의 맛은 오히려 양념이 절제되어 있다. 좋은 재료, 균형 잡힌 숙성, 세심한 보관 이 세 가지가 모이면 김치는 오래도록 아삭하고 여름에도 향이 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해균을 줄이고 유익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김치의 특급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면 가서 배워라. 손맛이 아니라 양념 속의 미생물을 조련한 방법일 것이다. 속는 셈 치고 그대로 담가봐라. 온도 습도가 안 맞아도 제대로 된 레시피라면 흉내만 내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런 레시피를 얻을 방법이 없다면 아래의 2가지를 제안한다.


1. 석이버섯 한 줌 - 천연 방부제, 유익균 방어

김장할 때 석이버섯을 채 썰어 소금에 약간 절여 물기를 뺀 뒤 양념에 섞거나, 김장 육수를 끓일 때 석이버섯 몇 조각을 함께 달여 식혀서 사용하면 된다. 김장김치가 쉽게 물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산소·수분 과다와 젖산균의 불균형 때문이다. 석이버섯은 천연광물성 미네랄을 함유해 김치 속의 미생물 균형을 잡고 산패를 억제한다. 이 방법은 김치국물의 산도가 안정되어 오래도록 배추의 아삭함이 유지된다.

석이버섯은 ‘돌에 붙은 귀’라는 이름처럼 바위에 붙어 귀 모양으로 자라는 야생버섯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비와 이슬만으로 생존하며 50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로 성장하는 데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어 채취가 어렵고 채취량도 적어 예로부터 매우 귀한 약용버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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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종자국물 넣기 - 발효의 정석 이어받기


제대로 만들어진 균의 기억을 이어받는 방법이 있다. 맛있는 식당의 김치를 포장해 와서 김치 국물을 버리지 말고 모아두자. 그 안에는 지난해의 발효균과 미네랄, 그리고 시간의 지혜가 살아 있다. 그 국물을 김장할 때 함께 섞어 넣으면 새 김치가 낯선 환경에서 길을 잃지 않고 익숙한 발효의 길로 들어선다. 이것이 바로 옛 종갓집의 ‘종자김칫국물법’이다.


매년 김장을 하다 보면 “이게 정말 내가 담근 게 맞나?” 싶을 만큼 맛이 깊은 해가 있다. 그건 실력이 늘어서가 아니라 어쩌다 하늘이 도와준 덕분이다. 김장 때마다 달라지는 손맛으로는 그 맛을 내년까지 이어갈 수 없다. 그러니 한 해만 먹고 잊어버릴 게 아니라, 그 맛의 씨앗을 보존해야 한다. 그게 바로 발효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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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사람의 손끝보다 시간과 균이 빚어내는 예술이다. 균형잡힌 미생물의 특급 레시피를 모른다면 석이버섯을 첨가하거나 맛있는 김치의 국물을 소중히 모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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