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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지 Oct 01. 2017

결혼으로 가는 길, 시작.

유부로 가는 길, 그 시작





그는 나와 교제를 시작할 때부터 결혼을 생각했었다. 나는 연애를 좀 더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는데, 그래서 지지부진하며 기나긴 여정을 그가 꽤 오래 참아왔다. 그 과정에서 결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내 마음 때문에 서로 힘들기도 했었고, 아빠의 병으로 그 시기가 더 늦어질 거란 예상도 있었지만, 그때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올해 초, 아빠는 큰 수술을 받았다. 우리도 우리대로 마음고생을 했지만 그의 부모님도 걱정이 되셨을 터. 몸이 좀 회복되면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다. 봄이 되고 아빠의 몸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엄마는 부모님들이 식사할 자리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리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하자고 했다. 그 날, 나는 그에게 전화로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제 진짜 결혼할 것 같은데, 기분이 어때? 하고 물었다.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게, 정말 결혼을 하네,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약점과 상처를 지켜보면서도 결혼을 더욱 꿈꾼 사람. 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들었다.




부모님들이 처음으로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는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이 자리가 있기 전 이미 남자 친구의 부모님들도 여러 번 만나 부모님들의 성향이나 대화 방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 자리의 무게를 잘 느끼지 못해서였기도 하다. 예상대로 부모님들은 모든 잡다한 절차들을 빼고, '우리'를 위한 결혼식을 원한다고 하셨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들은 이후에도 더 맞춰가야 했지만 그 자리는 부드럽게 마무리됐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각자 부모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긴장됐다고 말했다.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혹시라도 의견이 잘 모이지 않으면 어쩌나. 주변에 조언도 많이 구했고 사이에서 어떤 말이라도 하며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야 할 것 같아 부담이 됐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그런 그 덕에 긴장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나왔는지 모른다.




두려워하던 결혼, 하기로 했다. 우리의 결혼. 준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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