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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지 Oct 01. 2017

 나의 발견

관계 안에서 알게 되는 새로운 나





나는 스스로를 잘 꾸미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흔한 네일숍 한 번 들어가 본 적 없고, 반지나 목걸이는 정말이지 가진 게 없었다. 그야 물론 학교를 다닐 때에는 알뜰히 살다 보니 갖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도 나에게는 해야 하는 것들이 먼저였다. 그런 것들이 습관이 되며 직장인이 되고 돈을 벌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에게 쓰지 않는 큰돈을 쓰면서도 나를 위해 좋은 것을 사는 것에는 인색했다.




그는 그런 나의 모습을 알게 된 때부터 지금까지 그것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돈이 없어 더 공부하기를 포기했던 나에게 같이 공부하자고 말하고, 내가 무언가를 고르는 것을 아깝게 대한 적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받는 것이 어색하고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도 잘 몰랐지만, 그는 계속 무언가를 선물했다.




절대 먼저 뭔가를 갖고 싶다 말하지 않는 나를 무심한 듯 여자들이 가득한 액세서리 가게로 데려가 반지를 골라 샀고, 가방이 필요하다고 작게 말한 것을 기억하고 예쁜 가방을 선물하기도 했다. 한 철 내내 편한 신발 한 켤레를 신는 나에게 원하는 만큼 구두를 사도록 뒀다. 그는 프러포즈에 작은 반지를 줬다. 내가 좋아하는 꽃을 사고 편지를 썼다. 결혼식 비용을 줄이려 저렴한 드레스를 찾는 나에게 주인공이 되라며 반짝이는 드레스를 골라줬다.




나는 항상 귀찮다고 말했고 정말 몰랐지만, 작은 반지를 끼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나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그 행복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튀지 않는 작은 반지가 반짝이는 것이 좋아서 손가락을 보고 싶어 글을 쓰게 되고 피아노를 치게 된다. 남들이 어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내가 보고 싶었다. 그것은 나에게 귀찮았던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쪽이 그 말을 하는 나에게나, 나를 보는 이에게나 더 편했던 것뿐이었다.




나에게 이런 것들은 늘 삶의 뒷순위에 있어 쉽게 챙기지 못하던 것들인데 한 사람이 작은 것들을 바꿔준다. 그리고 몰랐던 나를 알게 한다. 삶을 바꾸는 것들은 아주 작은 것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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