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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Our Wedding
by 김영지 Dec 01. 2017

자연스러운 것




가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를 생각한다. 우리는 정말로 다른 사람이라 어찌 보면 친해질 이유가 없었달까. 활동적인 그와 달리 나는 정적이고, 그는 운동과 성경이 관심사의 팔 할인 데다 감정의 변화도 크지 않다. 반대로 나는 낭만적인 것들을 항상 생각하고 내 마음은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를 정도로 이랬다 저랬다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친구는 됐는데, 우리가 어쩌다 이런 사이가 됐을까?



돌이켜보면 우리 사이에는 어떤 '자연스러운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자신의 고민과 속 얘기를 해 와도 우리는 다른 이에게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던 사람들인데, 우리는 만나면 마음속 안에 있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살면서 고민했던 것들,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방식, 꿈꾸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꽤나 빠르게 흘렀다. 그러다가 말을 하지 않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자연스러움을 늘 원했다.



우리 집은 시골 동네의 오래된 주택이라 곳곳에 지붕도 내려앉고 땅이 습해 벽지와 천장이 우그러진 곳도 많다. 화장실에는 세면대도 욕조도 없어 우리는 물을 받아 씻는 것이 익숙한데 잘 닦여진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은 우리 집에 오면 으레 낯설고 싫기 마련이라 화장실에도 잘 가지 않으려 한다. 사실 나도 아파트에 살 때에는 이런 집에 가면 그랬기에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연애하는 동안 우리 집에 종종 찾아왔던 그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그에게는 이 집은 연인의 집이며 '자연스러운 곳'이었다.



나이가 어린 우리는 모아둔 것은 없고 부모님들이 도와주실 형편도 되지 않아 다달이 벌며 결혼을 준비했다. 신혼인데 그래도 집다운 집에 나를 부르고 싶은 것이 느껴져 부지런히 집을 보러 다녔지만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곳이 나타나지 않았다. 속으로 계산해보니 결혼식을 마치고 부지런히 모으면 될 것 같기도 했다. 그에게 그가 지금 살고 있는 원룸에 결혼식 후 몇 달을 더 살며 돈을 좀 더 모아서 전세를 구하자고 말했다. 나에게 결혼이란 어떤 추상적인 소망들이어서 어떤 집에서 어떤 가구를 쓰고 어떤 차를 타는지가 당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건 앞으로 이뤄도 괜찮았다. 내 것이 아닌 것들로 시작하여 하나씩 내 것을 장만하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나에겐 우리의 이런 시작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는 정말로 다른 사람이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취미와 관심사도 다르고 꿈꾸고 사랑하는 것들도 달랐다.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도 달라 가끔은 한마디 말 때문에 다투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우리의 닮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비슷한 점은 취향이나 성격이 아니라, 사물과 사람을 보는 방식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았고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일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우리는 다른 꿈을 갖고 있었지만 서로가 꿈을 이루길 바라고, 그 옆에 서로가 있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는 함께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나와 네가 할 수 없는 일을 억울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우리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가끔은 그런 것들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앞에서 자연스럽고, 지금 우리에겐 작은 것들로 뭔가를 만드는 것이 그저 현실이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군가 우리에 대해 물어와 대답하며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이 말을 하는 순간에 나는 정말로 뿌듯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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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Just Our Wedding
장르는 낭만
여백과 빛, 문장과 노래, 사람과 사진

인스타 @bbangzi
사진 @film_ann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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