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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콩달 Jun 07. 2024

다시 시작, 난임시술 두 번째

#2-1_난임 극복기 part 2

  2번째 난임시술이 시작되었다.

3월, 임신이 안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한동안 우울감에 빠져 지냈었다. 끊었던 술도 잔 하면서......

한 달 쉬고 다음 생리 시작일에 맞춰서 오라는 간호사의 말에 5월 생리시작일에 병원을 방문했다.

  "어, 너무 일찍 오셨는데요. 보통 시술 한 번 하고 나면 3개월 쉬라고 해요. 몸이 예전상태로 돌아온 다음에 해야 난포도 잘 크고 효과가 있는데 3개월은 쉬어야 예전상태로 돌아오거든요. 환자분은 나이가 있으니까 2개월 쉬고 시술하는 걸로 할게요. 6월 생리시작할 때 다시 방문해 주세요."

  '한 달을 더 쉬다 오라고?' 마음속으로는 당혹스러웠지만 "네."라고 한 마디 대답만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허탈함에 당황스러웠다. 3월 첫 시술을 할 때 힘들었기에 4월 한 달을 쉬라는 말에 기뻤지만 한 달을 더 쉬라는 말은 당황스러웠다. 나이가 있다 보니 한 달, 한 달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일 년 12번인데, 3달에 한 번씩 하면 많아야 4번이 가능한 것이었다. 다른 병원은 어떤가 해서 물어봤지만 케이스마다 다르다 보니 딱 정해진 룰은 없어 보였다.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의 룰인듯했다.

  한 달을 더 쉴 수 있다는 기쁨과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교차한 가운데 어느새 5월이 지나 6월 생리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주사 양을 좀 더 늘려볼게요. 이틀 후부터 정해진대로 주사를 넣으시면 되세요."

  2번째여서 그런지 처음부터 주사가 2대가 되었다. [고날-에프] 300ml과 [폴리트롭 75]. 저번에도 받았던 주사들이다. 

  '휴~ 벌써 아프네.'

  주사기를 보고만 있는데도 한숨이 나왔다. 처음 할 때는 몰랐기 때문에 용감했던 걸까?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주사를 보는 순간 배가 아파오는 듯했다.

  주사 맞기는 역시나 수월하지 않았다. 다시 시작된 알람의 공포에서 허우적 되며 매일 아침 10시 눈물을 머금으며 주사를 넣었다.

  


처방된 주사들

  3일 후에는 주사가 3대로 늘었다. [폴리트롭 225] , [가니레버]와 [아이브이에프엠에이치 멀티도즈 600]. 가니레버는 난포를 터지지 않게 하는 주사라 당연히 추가되는 게 맞다. 그런데 추가된 다른 하나는 주사약이 들어있는 약병에서 주사기를 이용해 직접 주사약을 담아야 했다. 마치 간호사들이 하듯이 말이다. 천천히 설명해 주는 간호사의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듣기는 했지만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마지막에 주사기 안 공기를 밀어내고 손가락으로 주사기를 탁탁 털어."

 다음날, [아이브이에프엠에이치 멀티도즈]를 주사기에 나눠 담는 방법을 J에게 시범을 보여주자 J가 웃으며 말한다. 

  "방금 완전 간호사 같았어."

  "괜찮았어?"

  시범을 보이는 그 순간은 간호사가 된 것 같아 왠지 신이 났다. 어릴 적 병원놀이를 하면서 간호사 꿈을 꿨던 적이 있어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잠시일 뿐, 주사의 고통은 더 심해졌다. J가 주사를 넣는 요령도 늘었고, 나도 최대한 힘을 빼고 주사를 맞는데도 이상하게 주사는 더 아파만 갔다. 배에 멍이 드는 것은 이제 일상이고, 병원 진료를 할 때마다 난포가 얼마가 큰지에 대한 스트레스로 하루하루 힘이 들었다. 난포가 크는데 도움이 되라고 잠도 일찍 자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도 열심히 먹으며 나름 노력했지만 난포의 개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병원 진료가 끝나고 J한테 전화보고를 할 때면 목소리는 기어들어갔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스트레스받으면 더 안 좋아." 라고 말해주는 J가 고맙기도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함이 들기도 했다. 

  난자채취를 앞둔 마지막 진료날, "몇 개 정도 채취가 될까요?"라고 조심스레 물어봤다. 

 "난포가 터지지 않고 잘 있어준다면 4개에서 5개 정도 될 듯하네요. 난포가 터지면 안 되니까 통통거리지 말고 조심히 다니세요."

  처음 시술할 때 3개였으니 4, 5개면 선방한 건가? 그러면서도 '난포가 터지지 않고 잘 있어준다면'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는터라 하루종일 조심조심 다녔다. 그래도 이제 곧 주사에서는 해방이다! 

길고 긴 주사의 시간이 지나고 난자채취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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