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곰살곰 Oct 30. 2022

변신 : 비대칭의 부조화 속 조화로움 추구

거실 벽면 타일 시공

어느 날 남편이 우연찮게 중고물품 거래 앱에서 타일 무료 나눔을 확인하고 음료와 다과물품을 사 가지고 방문한 적이 있다. 현장에 가보니 나눔자분께서 물건을 옮기고 계셨다고 한다. 인사만 하고 나눔 물품만 가져오는 게 미안했던지 남편이 도와줄 것 없냐며 나서서 짐 옮기는 것을 1시간 넘게 도와드리니 나눔자분께서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추가로 주셔서 가져왔던 적이 있다. 

운 좋게 얻은 타일을 가지고 1층 거실 한쪽 벽면을 아트월로 꾸며 보기로 했다. 255mm*75mm 정도의 파벽돌 같은 검은색의 화강암 모양 타일인데 조금 어색할지라도 한쪽 벽면을 포인트화 하기 위해서 붙여 보기로 했다.


사실 인터넷에서 주로 봤던 아트월과 너무 다른 분위기의 타일이기에 정말 우리 집에 어울리는지 이상하지는 않겠는지 남편에게 여러 번 확인을 했었다. 고민하는 나와는 달리 이미 결정을 한 남편의 미적 감각을 믿어보기로 했다. 

나눔 받은 타일은 표면이 울퉁불퉁한 타일이기에 타일 줄 눈 작업을 안 하기로 하고 줄 눈 간격을 1.5mm 스페이서를 이용해서 붙였다. 이런 타일에는 건식 줄눈재를 사용해서 줄 눈 시공을 하는데 일반 타일처럼 반죽을 차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푸석푸석한 느낌으로 반죽을 하다 보니 시공 시에 가루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세라픽스 7000 본드와 레이저 레벨기를 이용해서 차근차근 붙여 나간다.

타일은 가로와 세로의 줄눈이 삐뚤거리지 않고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완성도가 높은데 나눔 받은 타일은 '파벽돌'은 아니지만 파벽돌의 효과를 내는 타일이어서인지 크기가 일정하지 않았다. 작게는 2mm, 크게는 5mm까지 차이가 나는 타일이기에 줄 눈을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배치하는 것보다 차이가 많이 나는 곳의 부근의 타일은 간격을 적절하게 나누어서 배치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차피 타일을 모두 붙이고 나면 간격이 조금씩 차이가 나더라도 눈으로는 알아채지 못한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기에 타일 컷팅기로는 절단이 힘들기에 그라인더를 이용해서 하나하나 잘라줬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에게 늘 안전과 관련된 이야기는 빼놓지 않는 남편이 유의 사항을 알려왔다. 


"그라인더를 사용할 때는 될 수 있으면 면장갑을 착용하지 말고, 무리하게 눌러서 힘을 가하지 말고 살짝 눌러 천천히 잘라야 해요"


그러면서 남편은 면장갑을 착용하고 있는 건 왜 일까??? 어쩌면 깜빡하는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신호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다음부터 그라인더를 사용할 때 면장갑을 착용하면 잔소리로 알려주려 한다.

문을 기준으로 왼쪽 벽면의 타일 작업은 거의 완료가 되었다. 왼쪽 벽의 하단에 타일이 붙어 있지 않는 곳은 나중에 다리 없는 TV장을 만들어서 붙이기 위한 자리이다. 


이제 문을 기준으로 오른쪽 타일을 붙일 할 차례이다. 나눔 받은 파벽돌 모양의 타일이 부족해 비슷한 흰색 타일을 붙이기로 했다. 파벽돌 모양의 타일과 모양과 크기가 다르지만 그래도 현무암 같은 겉에 구멍이 송송 뚫린 형태인지라 크게 이질감이 나지 않았다. 흰색 현무암 모양의 타일은 68mm * 285mm로 검은색 화강암 타일과는 크기가 상당히 차이가 났다. 그래서 문 위쪽은 나중에 검은색 화강암 모양 타일과 흰색 현무암 모양 타일을 절반씩 하던지 아니면 한 타일로 붙이던지 하기로 하고 오른쪽의 벽면을 채워갔다.

몇 번의 타일 작업을 통해서 속도가 빨라진 남편이지만 이런 작업에는 초보인 관계로 본드를 작은 면적만 도포하면서 붙여 나갔다. 전문가들은 넓은 면적에 도포하고 나서 한 번에 붙여나가지만 본드를 도포한 후 30분 이상 지나면 표면에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 접착력에 문제가 생기므로 빨리 붙여야 한다. 


한 참을 붙여나가고 있는데 돌발상황 발생했다. 붙이고 있는 흰색 현무암 타일이 아닌 느닷없이 검은색 현무암 타일이 나타난 것이다. 타일 박스의 모양과 표기된 정보가 똑같아서 모두 같은 타일인 줄 알았는데 4박스째를 개봉했을 때 느닷없이 검은색 타일이 나와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자세히 보니 동일한 박스 모양의 한쪽 귀퉁이에 서로 다른 모델번호가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아니 그런데 왜 중간에 튀어나와 주지 않고 4박스째에 나왔는지...


남편의 당황함이 커서 사진 찍는 것도 잊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정말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흰색과 검은색의 '비대칭의 조화로움'을 기대하기로 하고 검은색 타일 속에 흰색 타일이 피어오르는 컨셉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남편의 멘붕으로 당시 상황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지만 사진의 오른쪽 검은색  타일이 붙어 있던 곳의 10개 정도의 타일을 부랴부랴 뜯고 검은색 타일을 다시 붙였다. 그런데 흰색과 검은색의 타일 크기가 서로 다르다. 파벽돌 같은 검은색 화강암 타일은 자연석을 표방해서인지 가로, 세로가 반듯한 직각도 아니다. 타일의 크기도 조금씩 제각각인데 반해서 현무암 타일은 가로, 세로가 반듯하고 크기가 일률적인 타일인데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검은색 현무암 타일이 흰색에 비해 2mm가 적은 283mm이었다. 같은 회사 제품인데 어찌 이런 일이...

그래서 자세히 보면 흰색 타일보다 검은색 부분의 위아래 줄 눈 간격이 아주 조금 더 크다.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남편의 한숨이 이어졌다. 난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 남편은 신경이 쓰이나 보다.나의 샤방샤방한(?) 긍정 힐링의 에너지로 기운을 차린 남편이 다시 작업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벽 끝쪽은 타일의 폭에 딱 맞게 떨어지지 않고 3cm 정도 해서 2cm XPS 단열재와 9.8mm 석고보드를 붙이니 부족한 3cm가 딱 맞게 떨어진다. 

벽 두께를 조금 수정하여 타일을 붙여 타일 절단 없이 마감이 떨어졌기에 옆면도 타일을 서로 맞대어서 붙였다. 

비디오폰 설치 자리와 스위치, 콘센트 자리의 타일도 모양에 맞추어 재단해서 붙였다. 문 위쪽은 검은색 화강암 타일과 흰색, 검은색 현무암 타일 3종류를 섞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섞어서 붙여 우리만의 예술적인 아트월이 완성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여러 상황 속 퍼펙트 함과는 이미 안녕이라며 남편은 우리의 아트월 컨셉을 '비대칭의 부조화 속 조화로움 추구'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완벽했기에 늘 그렇듯 만족스러움을 과하게 표현하며 남편이 작업 과정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려 노력했다. 밝은 색의 페인트나 벽지가 좋을 거라 생각했던 거실이었는데 타일이 하나씩 붙여질수록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다. 남편은 자신을 위로해주려는 말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눔으로 받은 타일을 활용하고 거기다 생각지도 못한 다른 타일의 등장에도 굴하지 않고 이리 멋진 아트월을 완성해놓고도 잘 모르는 남편을 위해 수리하기 전의 사진을 꺼냈다.

이런 변화를 보고도 아쉬운 부분이 있냐고 물으니 남편은 미소로 회답해왔다. 


밤이 되어 전구색 조명을 켜니 타일 위 작은 반짝이들이 별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주택으로 이사 후 마당에만 나가면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이제는 집 안에서도 별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남편에게도 별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잘 보이는 각도에 서보라며 불을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좋아하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다며 웃는 남편을 보며 나도 함께 웃었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중고물품을 무료 나눔 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앱을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남편이나 나나 중고물품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편이고,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을 생각한다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은 최대한 재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버려질 수도 있는 타일을 활용해서 만든 우리 집 만의 아트월은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감동도 선물해 주었다. 


이처럼 나에겐단순한 타일이 아니기에 더 멋져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집과 조금 어울리지 않는것 같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전해오기도 했다. 무료나눔이나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조금 궁상맞게도 보는것도 같다. 유행은 빠르게 변하고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물건을 손쉽게 구하는 세상이다. 내 아이들이 이런 부모의 모습에서 경제적인 부분 외 자연과 지구상에 존재하는 또 다른 생명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이전 13화 집에 살을 입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