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왜 현상기반 주제배움을 할까?

'교과'가 목적? '현상'에서 출발하니 살맛 나는 배움을 누려!

학생들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 핀란드 이야기다. 연 190일로 학기가 짧고 사교육이 없는데도 최고의 학업 성취도를 보여 주목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에 대비하여 초중등학교는 의무적으로 ‘현상기반배움PBL:Phenomenon-Based Learning’이라 하여 학생들이 과목별 학문이 아니라 특정 주제를 둘러싼 다양한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다.

역사 공부에서 ‘고대 로마와 현대 핀란드의 비교’라는 모둠 주제 수업 사례를 보자. 학생들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고대 로마의 목욕탕과 오늘날의 고급 스파를 비교하거나 콜로세움과 현대 경기장 건축을 비교하기도 했다. 3D프린터로 로마 건축 모형을 만들어 보드게임도 즐기고. “학생들은 각자의 그룹이 정한 주제의 전문가가 되며, 기계, 조사방법,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이다.” (하우호 종합학교 알렉시스 스텐홀름 교사)

과거에는 지식을 과목으로 나누어 가르쳐 왔지만, 우리 뇌는 통합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나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엔 어떠할까? 당장 ‘교과목’이 아닌 ‘주제’로 배움 설계를 하고 학생 생활을 하며 배움과정을 마련해서 발표, 토의, 토론 수업이나 과정 평가로 맞춤 배움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까?


핀란드의 현상기반 배움(phenomenon‑based learning)은 교과에서 출발하지 않고, 온누리(세계)의 현상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 “도시의 이동”, “가짜정보”, “돌봄” 같은 현상 하나를 놓고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세운다. 그러면 교과들은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된다.

수학은 통계를 빌려주고

과학은 원인을 설명하고

국어는 읽고 쓰는 힘을 주고

사회는 구조와 맥락을 보여주고

예술은 표현의 길을 열어주고

정보는 필요한 기술을 제공한다

교과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교과가 ‘목적’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배움은 “한 과목의 진도”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낫게 다루는 과정”으로 조직된다.


현상기반 배움 방식을 한국 교실에 그대로 가져오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이제는 ‘가짜뉴스 걸러내기’처럼 비판적 사고와 이해가 중요하니까.(헬싱키대학교 교육심리학과 크리스티 론카 교수)

‘가짜정보’라는 주제로 배우는 하루다. 아침, 학생들은 뉴스 속 ‘가짜정보’ 사례를 함께 본다.

누가, 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왜곡하는지 질문을 세운다.

한말글(국어)은 기사와 댓글을 분석하며 언어의 프레임을 읽어낸다.

사회는 정보가 유통되는 구조와 권력의 작동 방식을 살핀다.

과학은 알고리즘과 확산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수학은 데이터의 통계적 오류를 찾아낸다.

예술은 ‘진짜와 가짜’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본다.

정보는 알고보니(팩트체크) 연장(도구)을 직접 다뤄 본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주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학생은 “가짜정보”라는 현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그 현상을 더 낫게 다루는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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