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11월 경제동향을 보면,
한국 경제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수출은 둔화되고, 건설투자는 계속 힘이 빠지는데
소비만 홀로 완만하게 회복 중이라고 한다.
종합해보면 이렇다.
“짓는 건 줄이고, 버티는 건 사람의 지갑으로 버틴다.”
건축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구조는 조금 불안하다.
도시는 여전히 공사판이지만,
정작 기업의 사옥·오피스·매장은
몇 년째 리뉴얼 계획이 미뤄진 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불안해질수록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이 공간에 대한 투자다.
새로 짓거나 고치는 일은 뒤로 밀리고,
“지금 있는 건물로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말이
회의실에서 쉽게 나온다.
하지만 소비로 버티는 경제에서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후순위로 두는 선택이
과연 현명한가?
매장을 리뉴얼하지 않은 리테일 브랜드,
직원 경험을 방치한 사무실,
고객이 오지 않는 쇼룸은
보이지 않는 비용을 조금씩 쌓아 올린다.
공간이 낡아갈수록
브랜드의 시간도 함께 낡아간다.
건설투자가 줄어드는 시대라고 해서
모든 공간 투자를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디를 줄이고, 어느 공간에 다시 투자할 것인가”를
더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나는 요즘 기업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시공비 견적보다 먼저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떤 장면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사옥의 로비, 회의실, 매장, 라운지, 교육공간…
그 장면들이 결국 소비와 브랜드, 채용과 투자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건축가의 눈으로 보면,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장면들의 합이다.
어디에 사람이 모이고,
어디에서 결정이 이뤄지고,
어디에서 돈이 쓰이고,
어떤 공간에서 시간이 머무는지.
2025년 겨울의 한국 경제를 보며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짓지 않는다고 해서, 공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짓지 않는 동안에도, 우리가 만든 공간은
경제를 계속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지금 더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짓느냐”가 아니라
“어떤 공간이 이 경제를 버티게 할 것인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