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유학생 생활이 시작되었다. 새 학기가 정식적으로 시작되는 것은 9월이지만, 그전에 학교 측에서 주최하는 'Intree week'이 있었다. 새로 입학한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신입생 환영회' 정도 되겠다.
Intree Week
'Intree Week'은 약 5일 동안 진행되는 행사로, 학교마다 'Intree Week', 'Entree Week' 등등 이름이 다르다. 하지만 결국은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을 위한 행사 주간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학교 측에서 주최하는 행사이다 보니 규모가 제법 큰 편이고, 학교에서 이런 행사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따로 각 전공마다 신입생 환영회라든지 OT 같은 행사는 하지 않는다.
이 행사는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00% 학생들의 선택사항이다. 그리고 무료도 아니다. 학교마다 다른데,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1인당 약 100유로가 조금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처음에는 이게 뭔지도 모르고 일단 신청하고 돈까지 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돈 낭비 시간낭비다.
약 5일 동안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온갖 액티비티로 스케줄이 가득 차있다. 소풍, 크루즈, 스포츠, 클럽, 바비큐, 식사, 공연, 박물관 등 정말 다양한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다. 정말 놀기 위한 행사이다. 가장 스케줄이 많은 날의 경우 아침 10시부터 새벽 3시 ~5시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온갖 열정을 다 바쳐서 노는 행사가 바로 이거다.
결국 나는 5일 동안 진행되는 행사 중 고작 2일만 참여하고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점심때부터 마시는 맥주, 쉬지 않고 피우는 담배 연기, 무수히 돌아다니는 경로, 나는 관심도 없는 분야의 활동들. 네덜란드어를 더 공부해도 부족한 이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Intree Week'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Intree Week'은 새 학기 전에 정말 원 없이 놀고 싶다는 분들께만 추천한다.
Introductie dag
그렇다면 새 학기 시작 전에 입학하는 전공 과나, 학교 생활에 대한 안내는 없는가? 있다. Intree week과는 별개로 'Introductie dag'이라고 한다. 이것 역시 학교마다 명칭이 다르다. 'Introductie dag'는 이름 그대로 소개하는 날이다. 각 과별로 모여 앞으로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게 될지, 나와 1년 동안 함께 공부하게 될 스터디 그룹의 학생들은 누구인지, 그 그룹의 담당 멘토는 누구인지 등등 이 날 알 수 있다. 그래서 'Introductie dag'는 참석이 필수이다. 'Introductie dag'는 일반적으로 'Intree Week'이 진행되는 주간에 이루어진다.
'Introductie dag'가 마냥 딱딱하기만은 하지 않다. 기본적인 정보 전달이 끝난 뒤에는 1년 동안 함께 공부하게 되는 그룹 별로 모여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간단하게 서로 자기소개를 하게 된다. 또한 학교 측에서 같은 그룹 학생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액티비티를 준비하기도 한다. 도시 탐방이나 학교 탐방 같은 것을 하기도 하고, 학교 측에서 미리 예약한 식당에서 무료로 음료, 맥주 및 와인 등을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스터디 그룹은 학교 측에서 지정하는데, 1년 동안 함께 공부하는 그룹이다. 모든 전공생이 함께 교수의 수업을 듣는 '대강의(Hoorcollege)'외에,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이 그룹별로 진행된다. 팀 과제도 이 그룹 안에서 팀을 이루어하게 된다.
입학이 쉬운 네덜란드 대학?
네덜란드 대학은 상대적으로 입학기 쉬운 편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다 입학을 받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서 원하는 요건을 간춘 학생이라면 거절이 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과 신입생은 무려 75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모든 학생들이 졸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학만 되었을 뿐, 졸업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Introductie dag'에서 한 교수님은 신입생들을 환영한다는 말씀을 하신 뒤, 우리에게 닥친 냉정한 현실을 말씀해주셨다. 입학생 중 최소 1/3이 1년 안에 그만두게 될 것이라는 거다. 이것은 비단 우리 학교, 우리 과만의 문제는 아니고, 네덜란드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다. 1년 뒤에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디 있냐고 묻지 말 것. 전공이나 학교가 자신과 맞지 않아서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에서 요구하는 일정 성적이 되지 않아 잘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 많은 인원이 1년 뒤 그만두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네덜란드의 전반적 분위기나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고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학생이 자신에게 딱 맞는 전공을 찾는 게 쉽지 않는다는 걸 사회적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고등학생이 전공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여름 프로그램이나, 매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매칭 프로그램은 참석이 필수다. 단, 외국 졸업장으로 입학하는 외국 학생의 경우에는 매칭 프로그램 참석 의무가 제외되기도 하고, 학교에 따라서는 외국 학생을 위한 매칭 프로그램이 따로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후자인 경우에는 외국 학생을 위한 매칭 프로그램에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실제로 17살에서 19살 사이 나이가 어린 신입생들은 1년 정도 공부하며, 이 전공이 어떤지 경험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만약 해당 전공이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언제든 그만두고 다른 전공이나 다른 학교를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또 학교나 전공을 중간에 그만두고 바꾸었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의 커리어나 히스토리에 마이너스가 되지도 않는다. 충분히 도전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과제, 과제 그리고 또 과제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첫 수업을 위해 미리 해가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첫 주 강의라서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끝나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첫 주, 첫 강의부터 수업이 시작한다. 각 과목별로 매주 미리 해야 하는 과제들이 주어진다. 그래서 학기가 시작하지 않았더라도 읽어야 하는 책, 문헌, 미리 준비해야 하는 과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