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선 정말 건조하게 일한다. 일하는 모습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딱딱하고 느긋하다. 근데 처음 입사할 때 그렇진 않았다. 쉽게 흥분했고 조그만 일이 하나 터지면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근데 하다 보니 그렇게 일희일비하는 태도가 일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됐고 감정조절을 조금씩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을 벤치마킹 했다. 신뢰감을 주는 사람을 보면 언어를 중언부언하지 않고 핵심을 정확히 말했다. 그리고 빠른 어투보다는 느린 어투를 사용했다. 업무를 하는 데 이유를 알고 일했다. 생각을 하고 일하는 이와 들어오는 대로 쳐내는 업무를 하는 사람은 그 결과물이 차이가 났다. 이왕 하는 일이라면 완성도 높게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얼마 전에 인수인계받는데 선배가 'x 사무관은 점잖아서 괜찮아. 근데 o 주무관은 말투가 왜 거칠고 톤이 높아서 처음에는 당황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데 나는 어떤 사람일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는 차분하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선배가 말했을 때 '아 내가 차분한가.. 그거 만들어진 건데..'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러기까지 얼마나 많은 번민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도 마음은 번뇌로 가득 차 있지만 말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