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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y 14. 2021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동물들

남해를 여행하다(3)

몇 해 전, 짝꿍과 양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짝꿍은 가까이에서 양을 본 것이 그 때가 처음이라고 했다. 영국에도 양이 정말 많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그들과 교류하거나 먹이를 주는 등의 체험 활동을 하는 공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 때 짝꿍은 양이 정말 귀엽다고 했고, 근처에 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면 꼭 찾아가곤 했다. 남해에서도 우리는 양을 보러 찾아갔다. 



많은 동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 남해 상상양떼목장


남해에서 가볼만한 곳을 찾아보던 중에 양을 볼 수 있는 목장을 발견했다. 남해 북쪽의 산 꼭대기에 위치한 상상양떼목장이었다. 숙소에서 꽤 먼거리였긴 하지만 양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도 꽤 길었고, 중간에 다른 목장이 하나 더 나왔지만 우리는 기어코 정상까지 올라갔다. 그 곳에서 우리는 양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티켓을 구매하는 건물 안에 작은 동물들이 꽤 있어서, 그들부터 보게 된다. 다양한 종류의 새, 토끼, 기니피크, 햄스터 등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무리지어 지내고 있었다. 티켓과 함께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먹이 한 통을 주기 때문에 우리가 다가가면 그들이 먹이를 보고 우리를 향해 얼굴을 내밀었다. 그 모습이 귀엽고 깜찍해서 자꾸만 먹이를 주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먹이 한 통이 금방 사라져 버린다. 그래도 그 작은 동물들이 조그마한 입으로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고 미소가 지어진다. 



"이제 양을 보러 가자!"

"그래! 근데 여기 사슴도 있대! 사슴부터 볼까?"


먹이 한 통을 해치우고 우리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야외에는 넓은 초원 위에 목장이 만들어져 있는데, 그 위에 양과 염소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티켓을 판매하는 직원께서 목장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사슴 목장이 있으니까 그 곳을 먼저 보고 오라고 권해줘서 우리는 그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도 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먹이통을 들고 있는 우리를 보더니 먼 길을 달려오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사슴 목장에 도착도 하기 전에 우리는 양에게 시선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양과 약간의 교감을 하고 난 후, 우리는 사슴 목장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갔다. 주다 만 먹이가 못내 서운했는지 양들은 우리 뒤를 계속해서 따라왔다. 그 모습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우리는 굳건하게 사슴 목장에 도착했다. 사슴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갈색의 사슴을 생각했는데, 이 곳에는 하얀 사슴이 가득했다. 울타리로 막혀 있긴 하지만, 사슴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정말 넓어서 기분이 좋았다. 



하얀 사슴 무리 사이에 까만 색 털을 갖고 있는 동물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바로 알파카이다. 사슴 무리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다소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애처로워 보였는데, 한 편으로는 그들과 어울려 지내는 모습에 완전히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슴들이 혼자 있는 알파카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사슴 무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그들과 같이 있는 것을 보면 사이가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슴 무리 한 켠에 조용히 앉아있는 어린 사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먹이로 유혹을 해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가만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던 녀석이었다. 유독 예쁘고 귀여운 모습에 반해 계속해서 바라봤는데, 짝꿍은 이 사슴을 보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 밤비 같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 보이는 사슴이 혼자였는데, 바로 옆에서 엄마 사슴이 지켜주고 있는 듯한 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건강하게 자라서 다른 사슴들과 함께 뛰어노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뭐야... 저 염소 못 됐어. 자기 혼자 먹이 다 먹네. 어린 양한테 양보 좀 하지..."


사슴 목장을 나와서 이제는 정말 양이 풀어져 있는 목장으로 향했다. 그 목장에는 양과 염소가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역시나 먹이 바구니를 들고 있는 우리를 보더니 어김없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특히 염소 한 마리와 어린 양 한 마리가 함께 다가왔는데, 염소가 먹이를 독차지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짝꿍은 어린 양에게 먹이를 주려고 했는데, 그 때마다 염소가 양을 공격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 양이 먹이를 먹지 못하고 도망다니기 바빴다. 


순하고 어린 양은 맞대응도 하지 못하고 먹이를 포기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우리는 염소에게 조금 주고, 염소가 먹고 있는 동안 양에게 다가가서 몰래 주기도 했다. 짝꿍은 그런 양이 안타깝기도 하고, 염소가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먹이를 줄 때마다 공격을 받는 모습에 더 이상 먹이를 주는 것조차 미안해했다. 얼마 남지 않은 먹이를 모두 건네주고 우리는 한적하게 목장 주변을 거닐기 시작했다. 먹이 바구니가 없어서인지 더 이상 양들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고, 우리는 비로소 평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는데 그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멀리 보이는 바다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목장의 동물들까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이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도 보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다양한 동물들도 보고 돌아왔다. 동물을 워낙 좋아하는 짝꿍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어린 양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귀엽다고 하고, 그들이 풀을 뜯어 먹는 모습조차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이 짝꿍을 기분 좋게 했다. 산을 내려가면서 짝꿍은 먼 길이었지만 오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운전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뿌듯해했고, 돌아가는 길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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