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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Aug 10. 2021

짝꿍과 올림픽을 함께 보다.

세 개의 국가를 응원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안겨주던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나도 짝꿍과 함께 올림픽을 즐겨 보았다. 짝꿍이 평소에 스포츠를 즐겨보지는 않는데,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규모의 스포츠 행사는 챙겨보는 편이다. 3년 전에는 평창 올림픽을, 얼마 전에는 유로를 열심히 챙겨봤고 이제는 도쿄올림픽의 차례가 되었다. 


짝꿍은 올림픽이 도쿄에서 열린 덕분에 올림픽을 보기 위해 밤을 새거나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3년 전 평창 올림픽이 열릴 때에는 영국에 있었고, 얼마 전 유럽 각지에서 경기가 열리는 유로 대회는 한국에서 봐야 했기에 새벽에 일어나거나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나와 짝꿍은 누구보다 바빴다. 평소에는 한국 경기만 챙겨보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짝꿍의 국가인 영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까지 열심히 챙겨보았다. 나는 일반 티비를 통해 한국 경기를 봤고, 짝꿍은 영국 방송인 BBC나 미국 방송인 NBC를 통해 짝꿍 국가의 경기를 챙겼다. 한국 경기가 없을 때에는 짝꿍과 함께 영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를 봤고, 같이 응원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렇게 함께 응원하다가도 중간에 어쩔 수 없이 적이 되야했던 상황도 있었다. 한국과 영국이 경쟁했던 경기도 있었고,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이 맞붙었던 경기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게 각자의 팀을 응원했던 경기는 여자배구와 야구 동메달 결정전이었다. 여자배구는 한국이 이겼고, 야구는 져서 도미니카공화국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야구가 동메달을 따지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상대가 도미니카공화국이어서 조금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짝꿍과 함께 올림픽을 보면서 시야를 한 단계 넓힐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한국 경기 위주로 보고, 한국이 출전하지 않는 경기는 아예 모르고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한국이 없더라도 그곳에 영국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생전 보지 않던 경기를 많이 보게 되었다. 영국은 정말 많은 종목에 출전했고 종합 순위 4위를 기록했을 만큼 결승까지 가는 경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짝꿍 덕분에 내가 평소 모르고 있던 경기를 마음 졸이면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 경기가 열릴 때면 짝꿍은 그들을 절실하게 응원했다. 한국이나 영국은 매 올림픽마다 일정 개수 이상의 메달을 획득하지만, 도미니카공화국은 메달을 가져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도쿄올림픽 이전까지 도미니카공화국이 획득한 올림픽 전체 메달 숫자가 9개였으니까, 그들에게 메달은 색깔에 관계없이 매우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이 총 5개의 메달을 땄다.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도미니카공화국이 경기를 할 때마다 짝꿍은 진심으로 응원했고, 메달을 따는 순간 누구보다 기뻐했다. 


누군가는 금메달이 아니어서 좌절하고 아쉬움을 드러내고, 누군가는 메달은 당연히 따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반면에 누군가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이고, 누군가에게 메달은 색깔에 관계없이 인생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많이 응원했다. 그리고 그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서 기분도 좋다. 다음 올림픽에는 더 많은 경기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짝꿍과 함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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