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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May 06. 2023

그림을 그리는 이유

최근 드로잉 근황

 최근 들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줄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다 핑계다. 어떠한 심경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왜 줄어들었을까에 대한 이유를 찾기 전, 왜 그리기 시작했는지 왜 좋아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대학생 시절 '영국 여행'을 계기로 펜드로잉을 시작했고 이후 수채화, 아크릴화 등 여러 미술 재료들도 접해보며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에 흥미로움을 느꼈다. SNS에 올리면서 서로 교류하는 부분도 좋았고 주변 사람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좋은 말을 해주는 것에 자신감도 붙게 되었다. '공대생', '비전공자'라는 용어를 무기이자 방패 삼아 스트레스 없이 마음만큼은 편하게 그려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 현실적인 비판은 들어본 적은 있으나 비난을 들은 적은 다행히 없었다.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그린게 다였으니 안 좋은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내 그림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칭찬을 듣는다면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 무기를, 비난을 듣는다면 '비전공 자니깐'이라는 생각 방패를 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얼마나 위험하고 위태로운 생각인가 싶다. 지금은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림들을 보며 흐뭇했던 날들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보면 괜스레 뿌듯함을 느낀다. 일부는 액자에 담겨있고 다른 일부는 포트폴리오 파일 속에 들어있다. 조금씩 그림체도 바뀌고 섬세하게 표현이 늘어가는 게 눈에 보여 신기했다. 회사에서 하는 일과 분리되어 다른 것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다른 이에게 운동, 피아노 연주, 요리하기 등 모든 활동들이 해당되지 않을까.


 가끔은 입사 초에 직장 생활이 힘들거나 다른 스트레스가 있을 때에는 그리기에 몰입할 수 있어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해 줬다. 그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거나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있을 때 온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중요한데 드로잉은 이에 아주 적합하다.




 

 예전엔 늦게 일 마치고 퇴근하고도 카페에 가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썼고, 집에서 조금씩이라도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요새는 예전 같지가 않다. 나만 느끼고 아는 사실이겠지만 '열정'이 줄어든 듯하다. 그렇다고 그림을 손 놓은 것은 아니다. 할애하는 비중이나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도 조금씩 꾸준히 하고자 하는 마음에 반성, 다짐하는 겸해서 글을 쓴다.


 그림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 실행 과정에서 어떠한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 인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뎌진 것인지 최근 개인적이고 복합적인 상황들에 얽혀있어선지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조금씩 그려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아크릴화를 조금 크게 그려보고 싶어 8호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 붓을 사서 주말마다 조금씩 그리는 중이다. 아직 완성이 된 것은 아니지만 펜으로 표현하다가 아크릴 물감으로 붓칠을 하니 새로웠다. 이렇게 다시 마음을 붙여서 조금씩이라도 그려나가야지.


 더욱 다채롭고 다양한 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그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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