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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Jul 04. 2019

교실 이야기

복도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동 속도가 기본적으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공간만 있다면 어디든 파고들어 골을 넣는 메시처럼 달음박질할 공간만 있다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달린다. 중독된 것처럼 달린다. 넓은 공간이 있다면 일단 달리고 본다. 그런 아이들에게 왜 달리느냐고 물어보면 이유가 없다. 그냥 달리는 것이다.


 배가 고프면 먹고 마려우면 싸듯이 어딜 가야 하면 달린다. 본능인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쭉 뻗은 일자형 복도는 환상적인 트랙이다. 한쪽 면에 커다란 창이 나서 기분 좋은 햇볕이 들고 화사한 복도 색은 발바닥을 살살 간질인다. 저 멀리 아는 애라도 나타나면 머릿속에 신호탄이 터진 것처럼 아이들은 달려 나간다.


 아이들은 달리는 게 본능이지만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 보니 더더욱 복도는 육상 트랙처럼 보이는 것 같다. 실컷 놀기엔 촉박한 쉬는 시간, 누군가 달리면 덩달아 뛰고 싶은 충동, 어른들보다 부족한 인내심, 점점 성장하는 신체에 턱없이 부족한 운동 시간은 아이들을 더 재촉하며 넓고 곧은 복도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장소가 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백날 뛰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선생님 말은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아이들 귓가를 지나간다. 어쩔 수 없이 선생님들은 수업시간도 쉬는 시간도 없이 늘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신경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은 쭉 뻗은 복도만 보면 어지러워 곧장 보건실로 가고 싶은 마음이다.


 선생님의 고충을 해결해주고자 화분 같은 장애물을 복도에 놓아두지만 아이들에겐 더 흥미로운 공간으로 바뀐다. 단거리 달리기는 허들 넘기로 바뀌고 선생님 일은 두 배로 늘어난다. 이쯤 되면 새로 짓는 학교들이 구조를 바꿔볼 만 한데 여전히 우리네 학교는 성냥갑 같은 구조에 쭉쭉 뻗은 복도가 매달려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아이들의 생활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학교는 효율과 사업성을 우선으로 한다. 그렇게 학교가 앞장서고 사회 전반에서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지 않은 덕분에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한 이십 년 후에는 복도의 안전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뛰어다녀도 부딪힐 만큼 아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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