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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Jul 09. 2019

교실 이야기

선생님의 복장

 학교에 교생이 왔다. 그들은 조문객에 가까운 복장으로 교실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들의 젊음과 때 묻지 않은 마음은 무채색 옷으로 감추어도 빛이 났고 아이들은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마찬가지로 교생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와 다르게 차려입은 채 교생 앞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수업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이처럼 공개 수업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들 차려입고 교실 뒤편에 서 있기 때문에 교사들도 덩달아 빳빳한 정장을 입고 수업을 한다. 어차피 보여주기 식 수업이기 때문에 복장도 보여주기 식으로 차려입어도 괜찮지만 실제 수업을 위한 복장으론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선생님은 비교적 편한 직업으로 여겨지지만 사무직이라 하는 것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강도 높은 육체노동도 아니지만 정장은 교실에 적합한 복장이 아니다. 교실에선 서고 앉는 동작 외에도 다양한 자세가 요구되고 온갖 오염에 노출되므로 선생님의 복장만 관찰해도 어떤 부류의 선생님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구부리기 불편한 복장이라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책상에 붙어 지도하는 선생님은 아니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아이들 곁에 가서 1:1 지도를 세세하게 해 줄 자세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보는 이도 입은 이도 편한 복장이라면 아이들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집중하느라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고 쪼그려 앉아 아이와 대화하고 흘린 우유를 닦고 사인펜, 분필이 묻어도 툭툭 털어내는 선생님이 될 준비가 된 것이다.


 고학년이 되어서도 눈높이 대화가 필요하고 손이 가는 것이 아이들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선생님은 등산복까진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복장이 적합하다. 물론 정장을 그런 식으로 소화한다면 가능하겠지만 보통 빳빳하게 드라이한 옷을 그렇게 다루며 입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다.(어딜 가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고 불편해 보이는 옷으로 아이들을 잘 지도할 선생님도 있을 것이다.)


 간혹 가다가 파란만장한 하루를 보내고 나서나 옷 입기가 귀찮은 아침이 되면 근무복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선생님의 근무복이 있다면 아마도 다양한 교구와 문구류를 수납할 수 있는 카고 바지나 낚시 조끼에 튼튼하고 오염에 강한 직물을 사용한 옷깃이 있는 셔츠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사육사나 군인, 탐험가와 비슷한 복장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을 길러내고 때론 사회의 규범에 복종하게 하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탐험으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제법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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