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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Jul 12. 2019

교실 이야기

프로불편러

"선생님, 있잖아요?"

"응?"

"그게요..."

"알겠어. 고마워."

"선생님, 근데요~."

"응..."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대부분 아무 탈 없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당부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너무 잘 맞고 사랑해서 결혼까지 한 부부들도 부부싸움을 하는데 같은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한 반에 데려다 놓은 아이들이 잘 맞을 수가 없다. 안 맞고 삐걱거리는 학교생활이 정상이다.

 불편하고 마음에 안 들고 화가 나고 짝꿍과 말도 하기 싫어지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선생님은 각종 크고 작은 문제를 조정하며 반을 운영해간다. 그러다 보면 놓치는 일도 있고 아이들이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일도 생긴다. 그러면 조용히 와서 반의 문제를 일러주는 아이들이 있다.

 이른바 '프로불편러들'이다. 이들은 자주 불편하다. 자기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엔 즉각 호소하고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또 누군가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요령을 피워 이득을 얻으면 신속하게 일러바치며 부조리를 울부짖는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번 선생님을 부르는 아이들이다. (나를 이렇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아이들은 불편하지 않은 일들을 이들은 불편해하니 선생님 입장에서도 난처할 때가 있다. 넘어갈 수도 있는 일들을 용납하지 못하니 마지못해 조치를 취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친구들을 조금 더 너그럽게 봐주라는 말을 한다. 물론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그냥 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행동해선 안 된다. 그들은 그냥 불편러가 아닌 '프로' 불편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꼭 교실에 필요한 전문가들이다.

 프로는 냉정하다. 규칙을 어기는 일을 용납하지 못하고 친구들을 지적해야하니 스스로가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다. 또한 프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아마추어보다 준수한 실력을 선보여야 하므로 그들은 일 년 내내 꾸준한 불편함을 유지한다. 선생님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을 때도 아이들이 크게 엇나가지 않도록 불편해하고 사소한 일은 선생님을 거치지 전에 적절하게 마무리 짓거나 작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니 그들은 조금 귀찮지만 꼭 포섭해두어야 하는 아이들이다.

 물론 빈틈도 많고 간혹 독단적인 판단으로 선생님조차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들의 재능을 높이 사고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아이들을 존중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규칙을 지키고 사회에 적응하게 만드는 교육도 놓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자 또, 앵두 같은 입으로 세상에서 제일 심각한 논의를 하는 프로불편러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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