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듀군 Dec 02. 2021

저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나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지난주였다. 나는 풋살(미니 축구)을 하다가 경기를 펼치던 상대팀, 구경하던 다른 팀들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와, 저 파란색 옷 진~짜 열심히 한다~'.

다리를 뻗어 미끄러지기도 했고, 얼굴에 공을 맞아가며 막기도 했으며 상대팀이 외치는 공격 소리에 투쟁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우리는 내리 지고 있었다. 15분마다 다른 팀과 릴레이로 맞붙었다. 흡사 동네 오합지졸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으며 단 한골도 넣지 못했다. 우리 팀은 안 보이는 곳에서 저마다의 깊은 탄식을 내뱉고 있었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런 나의 속 타는 마음을 비집고 들려오는 저 소리가 나는 반가웠다. 공간엔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의 소리가 두서없이 섞여 있었지만 내 귀에 들려오는 또렷한 저 소리는 마치 제 주인을 찾은 양 다가와 정확히 내 귀에 앉았다. 그때 느꼈다.

나는 졌지만 이겼다는 걸.

by pixabay

나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한 팀을 이뤘다. 운동, 재미, 훈련 등 저마다의 목표는 달랐었을 수 있지만 나의 목표는 승리였다. 혹자는 '웃자고 던진 말에 죽자고 달려들듯' 승리에 대한 과잉 집착이 아닌가 물을 수도 있겠다. 나는 묻는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의 단합, 화합을 통한 승리 스토리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스포츠는 이렇게 욕구를 들춰내게 만든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조금 내려놓으면 편하다.

조금 내려놓고 승리를 바라보면 과정 속에 마주하는 기쁨이 있다. 스포츠의 결과는 냉정하지만 과정안엔 치열한 내면의 요동침이 있듯이 말이다. 이 일렁임은 나를 되려 편안하게 만들고 직시적 결과를 망각하게 만든다. 마치 내게 들려온 저 소리를 잡아 승리의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처럼.


괜스레 웃음이 난다. 뿌듯하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좀 더 확장해보기로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한 '열심히 한다'에서 '열심히'는 무엇을 뜻할까.


우선,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열심히: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골똘하다: 한 가지 일에 온 정신을 쏟아 딴생각이 없다.

-Naver 어학사전

공통점은 무엇인가?

바로, 온 정신을 다해 딴생각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나는 사전적 정의대로 열심히 경기했다. 온 정신을 다해 딴생각 없이 굴러가는 공들을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이 가져온 나의 '열심'을 상대들이 알아줬다.

이렇게 보면 열심히 한다는 것, 혹은 열심히 산다는 것, 그거 나도 할 수 있었구나..


나는 열심히 살고 있지 않다고 착각했던 자기 비난을 바로잡는다.

나는 지금 열심히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깨닫는다.

열심히라는 말을 열심히 쫓다 보면

있던 힘도 빠진단 걸.


가끔은 내려놓음을 통해 나를 사랑해주기 위한 나를 만나러 가야 한단 걸.



매거진의 이전글 다리가 없어서 무릎으로 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