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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Dec 23. 2021

면접은 때론 가장 큰 배움이다.

스타트업 면접 이야기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출처 : 일간 마케팅

사진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머릿속에 잠겨있던 생각을 펼쳐보니 이러하다.


'할머니 앞에 자연은 핑계다.'

'저 채소들은 할머니에게 어떤 의미들일까?'

'폭우가 내리는 날 할머니는 쪼그려 앉아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펼쳐진 생각의 파편들을 하나씩 모으다 보니, 하나의 생각으로 귀결된다.


폭우에도 불구하고, 사람 한점 없는 곳에 나오신 할머니를 움직이게 했던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아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무엇일까?


나는 그중 한 가지 답을 오늘 면접을 통해 찾았다.


나는 오늘 스타트업 면접을 봤다.

두근대는 마음과 함께 강남으로 향했고, 행여 늦을까 봐 일찍 도착했다. 으리으리한 건물을 오랜만에 봐서 인지,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사람들의 멋진 소리를 들어서인지, 그들이 화려해 보였으나 내 마음엔 위압감이 엄습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긴장을 안고 들어선 건물엔 사람들로 즐비했고, 그중 아이컨택을 한 담당자분의 안내에 면접에 임했다.


면접이 시작되고, 압박 질문이 쏟아졌다. 구체적으론 내가 조금 긴장했던 탓에 횡설수설한 것 같다.

꼬리를 무는 질문은 계속되었고, 목은 타들어갔다.

4:1(지원자)면접이 오랜만이라 당황도 한 듯싶다.

지금 생각해보니, 마치 돈을 넣으면 바로 음료를 뱉어내는 자판기처럼 대답했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경직된 답들이 오고 가던 면접 속,

나를 움직이게 하는 포인트를 발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심이었다.


면접을 보던 중, 대표님이 나지막하게 말씀하셨다.

'범주씨는 참 힘든 여정을 걷고 계신 것 같아요. 주변 도움 없이 홀로 싸워가고 있는 이 현실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지네요. 누군가에게 손 내밀 수도 없었고, 혼자 감당하기엔 벅찼을 텐데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습니다.'


나는 울컥했다. 누군가에겐  삶이 노력 없는 것으로 비칠  있지만, 다른이에겐 악전고투한 순간으로 보일 수도 있음을 깨닫고 울컥했던 것이다.

나는 울컥함을 참기 위해 노력했다.

'나이가 들었나, 갱년기인가, 대표님은 그냥 툭 던진 말이었겠지'라며 버텼다.

대표님은 그냥 던진 말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을 ‘그냥’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겐 특별한 ‘진심으로 다가왔다.


이후 나의 마음은 들끓었다. 나의 진심을 알아봐 준 것에 화답하고자 마음을 바삐 움직였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대답했고, 나의 솔직하고 자신 있는 모습들을 더욱 꺼내놓았다.

면접을 빙자한 자기 고백 시간이었다.


그간 면접은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 자리이자,

회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더 있었다.

귀중한 시간에 나를 더 움직이고 진심을 쏟을 수 있다면, 그건 채용의 개념을 뛰어넘는 배움의 시간임을 느꼈다.

그 배움은 이번 면접의 합격이 아니더라도 삶의 순간 속 큰 자양분이 되리라 확신했다.


나는 오늘 애써 포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드러냈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보았건, 나는 진심에 움직이는 나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횡설수설로 시작했던 면접 끝엔

진심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만남았다.


어떤 답을 했건, 어떤 생각을 보였건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후회도 없다.

배웠기에 그걸로 충분하다.



비 오는 날을 뚫고 나왔던 할머니를 움직이게 한 건 진심이 아니었을까?


진심의 소리를 들었거나,

진심으로 무언가를 랐거나,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하려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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