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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Dec 28. 2021

관계를 꼭 가져야 해요?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어제 모처럼 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기껏해야 두 명이지만 : )


연말이면

항상 뜨문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뤄진다.

2021년의 끝이라는 생각이 크기에.

그것이 지나가기 전 우리는 만남을 자처한다.

사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2022년의 시작도 중요한데 말이다.

송년회,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는 여럿 보이나

새해를 마주하며 만나는 모임은 이에 비해 적은 듯싶다.


어쨌든 새해이건 연말이건 우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할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굴러가질 않을 것만 같은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것이 직장이든 모임에서든 가족이건, 친구건 어디에서나 말이다.

어제의 친구들에게도 다소 그런 면이 있었던 듯싶다.


우리는 나 혼자 있을 때만 관계에서 자유롭지, 현관문을 여는 순간 공동체와의 관계가 시작된다.

혹여 공동체를 마주하기 싫어 그 문을 열지 못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다. 나도 어느 순간 잠깐 그랬던 것 같다. 그냥 온전한 내가 좋았기에, 아무 방해 없이 홀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좋았기에.

하지만, 우린 어쩔 수 없이 공동체를 살아가야 함을 직시하는 순간 현실에 다시 또 타협하게 된다.

by pixabay

공동체라는 것을 더 면밀히 보면 관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관계가 덩어리째 모여 이뤄진 것이 공동체 아니겠는가.


핵심은 이 관계가 공동체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즉, 관계가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산속, 섬 속에 홀로 살아가고픈 사람들에겐 예외지만..)


그럼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린 무얼 하며 살아갈까.

아마 가장 근접한 것은 '가면의 나'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압박을 피하기 위해, 부끄러운 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우린 저마다의 색으로 칠해진 가면을 쓴다.

가면만 썼나? 아니다.

짙게 바른 립스틱처럼 우리의 입술에도 필터링을 바르고 무겁게나마 입을 뗀다.

by pixabay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현실은 냉정하고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가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가 있냐고.

현생에 솔직한 사람들이 몇이나 된다고.


하지만, 나는 가면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가면을 벗어던질 용기는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자유로움이 더해지는 것이다.


관계에서 나의 자유함을 더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누릴 수 있는 구성원들을 만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며칠 전 채팅을 하다가 17살의 고등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은 친구가 없다고 했다.
학교에서 소극적이고, 집안이 편안하다 이야기 했다.

그렇게 된 이유를 묻자 그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애써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물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뭘로 풀어요?'

학생은 기쁨에 차오른 것 같은 말투로 대답했다.

'피아노 치면 진짜 즐거워져요! 소심한 나 말고 뭔가 당당해져요!'

그 학생에겐 피아노를 치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소통의 창구인 것이다.

피아노를 치는 순간만큼은 소심하고, 쭈뼛쭈뼛하는 내가 아니게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나답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면 기쁘다.

나아가 이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관계라는 사슬이 헐거워지고

좀 더 자유로운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어머님들이 꽃꽂이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아버님들이 등산을 하며 화포를 풀듯이 말이다.


나는 우리에게도 이러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그런 사람들로 묶을 수 있는 관계.

by unsplash

그런 곳을 찾아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식적인 가면을 벗어던질 용기를 얻고 솔직한 나를 더 마주할 수 있을 것만도 같다.

왜 요즘은 커뮤니티 플랫폼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끝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

내가 돈을 썼을 때 전혀 아깝지 않은 것

그 순간만큼은 진짜 내가 되어가는 것들을 깊이 살펴보는 것 같다.


그것이 곧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고, 그것들로 이루어진 관계가 자유로운 관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도 좋아하는 것은 있으나

관계엔 서툰 것 같다는 고백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결론은 좋아하는 것을 찾았으니 사람들을 만나고 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겠지.


좋아하는 것을 통한 자유로운 관계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쓸쓸하다 생각하지 말자.


우리, 그 에너지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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