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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Dec 29. 2021

익명 채팅 속 그 사나이..

대화는 치유이자 희열이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사람들은 저마다의 힐링 포인트가 있다.

운동, 산책, 독서, 음악 감상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여백을 채운다.


나에겐 그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니 

 가지로 축약됐다.

바로 글쓰기와 대화다.

오늘은 그중 대화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4년째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이성친구가 있다.

나는 감성적인데, 그 친구는 현실적이다.

나는 미래지향적인데,  친구는 현실 지향적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감성적인 것에서 오는 감동을 만나기보다 현실적인 조언과 충고에 베이는 나를 발견하곤 정신을 번뜩 차리게 된다.

물론, 그 점이 존경하는 부분이고 배울 부분이기에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다 : )


가끔 그 친구와의 대화도 좋지만, 세상엔 흩뿌려져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을 때가 있다.

정말 순수한 대화만을 하고 싶은 그런 때 말이다.

그래서 나는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쉽게 접근할  있는 익명채팅을 이용하기도 한다.


사실 옛날엔 익명채팅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익명의 힘을 빌려 악성 채팅, 사행성, 이상한 만남 등을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일면식은 없지만 종종 결이 맞는 사람을 찾게 된다.

이를 통해 느끼는 건, 예전과는 달리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고 네트워크 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by unsplash

대화 속 나의 포지션은 진행자다.

익명이더라도 말하기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많기에

나는 그것을 끌어내는 역할을 자처한다.

나는 원체 듣는 걸 좋아하는 팔로워이기에, 사람들의 대화 속 감정과 관심사를 캐치하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진행자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진행자가 되다 보면

질문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그저 의미 없는 질문이 아닌,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하려 했을  깊은 질문이 나오고, 상대방은  질문에 자신을   내려놓은 채 몰두하기로 확언한다.


단, 이 모든 대화의 전제조건은 사실여부는 배제한 채 그 사람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것이 내가 대화를 대하는 기준이자 마음가짐이다.

그래야 나도 진심을 다해 몰입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이제껏 내가 만났던 상대들은 어땠을까?

대게 나보다 어렸다. 17살부터 25살까지 다양한 직업과 가치관들이 있었다.

하나 그들은 나이만 어렸지 같은 사람이었다.

저마다의 깊은 슬픔, 아픔을 가진채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고군분투 속에 도전해 나가는 모습이 내게 되려 배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틀을 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들도 있었고, 자신의 것을 찾기 위해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했으며, 밖으로 드러나는 숨겨진 나 대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개성 있는 이야기에 나는 도전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대화의 끝엔 여러 명의 사람들로부터 친구 추가 제안이 온다. 나는 그저 열심히 듣기만 했을 뿐인데 힘이 되었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때론 묵묵한 경청이 아름다운 말보다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하나보다.


나는  한마디를 들었을 , 대화의 희열이 온다.

  방울의 정보도 섞이지 않은 사람이지만

텍스트로 위로를 전했다는 사실에 에너지를 얻는다.

서두에 말했던 나의 힐링 포인트가 대화라는 사실을 한번  증명해주는 셈이다.


다만, 네트워크 익명 채팅에 지나치게 동요되면 현실과의 혼동이 생길 수 있음을 자각한다.

자칫하다간 대면대화가 어색해질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익명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선을 조절해야 함을 느낀다.


뭐가 됐건, 나의 힐링 포인트는 대화라는 사실이다.

대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 역할을 앞으로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화라는 것이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판매, 마케팅, 브랜딩, 예술도 

대화라는  범주 아래에 속한 것들이다.

고객에게 이야기를 팔기 위해 대화하고,

창작자와 관람자가 자유로운 시선과 대화를 통해 

나지 않는가.


대화는 곧 다리인 셈이다.

이러한 다리 위를 걸어갈 때

도전과 배움을 얻는다.

나아가 상처가 회복되기도 한다.

by unsplash

삶에 지친 순간 그저 무기력하게 눕기보다

나는 일어나 이 대화라는 다리를 걷기로 한다.

나는 그저 걸었을 뿐인데

다리는 내게 치유를 내려놓는다.


이것이 대화의 힘이다.

나는 그런 대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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