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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Jan 02. 2022

엄마에게 선물한 난생 첫 미역국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언젠가 문득, 미역국의 유래가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왜 생일날 미역국을 먹게 된 걸까?

의문점을 가지고 초록창 지식 in 검색을 했다.

유래를 알고자 했던 글엔, 여느 때와 같이 판매로 이어지는 홍보성 짙은 글들이 많았다.


찾아보니 미역국은 요오드와 칼슘 성분이 들어있어 성장기 어린이와 산모에게 특히 좋은 음식이라고 했다. 어머님들은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 미역국을 드셨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오는 것이었다. 소중한 발견이었다.

나아가 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한번 더 검색을 하던 중

내겐 아주 감사한 글인 아래의 글을 만나게 되었다.



출처 : NAVER 지식 IN


첫 두줄을 읽다 보니 이전 정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글이었다.

두줄만 읽고 스크린을 끄려던 찰나

나는  번째 줄에 시선을 뺏겼다.

'어머니의 고생과 희생이 있던 날이었는데, 생일 축하는 자식들만 받아왔네요. 미역국을 혼자 끓여 드실 수 있는 나이가 되시면 생일엔 부모님께 직접 미역국을 대접하며 사랑과 감사함을 표현해 보시길 권해드려 봅니다.'

이것이 다른 글들과의 차이였다.

홍보만 해오던 글들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그 사소한 홍보의 차이가 찔림과 울림을 줬다.

홍보글이 보이면 가차 없이 스크린을 벗어 나오던 내 이전 모습과 달리, 이 글에선 스크린에 머물러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적절한 홍보이자, 카피였다고 생각한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면

여느 때와 같이 그냥 스크린을 벗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마음이 밀려왔고

미역국 유래를 찾으려 했던 나는

어느새 속으로 엄마를 찾고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저 글의 목적은 홍보글이었는데,

글에 져 넘어간 내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뭉클했다.


어찌 됐건,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미역국을 진짜 단 한 번도 끓여준 적이 없었다.


아버지와 동생 생일 때마다 항상 큰 냄비에 미역국을 끓여주시던 어머니는 정작 자신의 생일 때도 다를 바 없이 홀로 미역국을 끓이고 계셨다.

그런 어머니가 너무 안타까워지기 시작했다.

미안함이 몰려왔다.


나는 글을 보고 느꼈던 그 때의 감정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의 이번 생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반드시 소중한 한 끼를 대접해 드리자며..


글을 읽다가 혹시 저 홍보글의 미역을 구매했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아쉽지만, 집에 미역이 있었기에 저위의 링크로 미역을 주문하진 않았다.

혹시 모른다. 진짜 집에 미역이 없었으면 사이트에 들어가 주문을 했을 수도..


마침내 어머니 생신이 다가왔다.

이번엔 아무 말 없이 내가 큰 냄비를 집어 들었다.

한 번도 끓여본 적 없었지만 뭔가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진심 어린 갈망이 커지다 보면 자신감이 될 수 있겠지라며.


어쨌든 나는 큰 냄비와 한 몸이 되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냄비에 신경 쓰는 내 모습을 본 엄마가 한마디를 던졌다.


'아주 그냥 미역국 안으로 빠지겠어!'


나는 안다.

이것이 엄마가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이란걸.


그날 우리 가족은 맛있는 식사를 했다.

단연 화두는 엄마의 생신과 미역국이었고,

앞으로도 가족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줄  있다는 사실에 나는 기뻤다.


단순한 홍보성 글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커다란 감동이 되어 집안 전체를 감쌌다.


사소한 것을 꽉 움켜쥐려 했던 나의 마음이 실천으로 드러났고, 실천은 곧 행복이 되어 빠르게 퍼져나갔다.


엄마의 아름다운 오십 일곱 번째 생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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