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듀군 Nov 24. 2021

서점에서 찾아온 뜻밖의 행운

기다림이 끝나기 싫었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지난달,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영풍문고에 들렀다. 서점 입구 매대 쪽엔 부와 관련된 책들이 즐비했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는 증가하고 여가생활이 감소함에 따라 경제와 재테크에 사람들이 관심이 몰려서 인 듯싶다.

나는 이러한 관심을 뒤로한 채 서점 끝 편 브랜딩, 심리 관련 코너로 향했다. 눈에 들어오는 책 하나를 들고선 잠시 앉았다.


그 후 10분이 지났을까. 한 아이와 어머님이 내 옆자리로 왔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서였다.

당당하게 걸어오는 아이에게 내 시선을 잠시 뺏겼다.

어머님은 그림책을 설명해 주시는 듯싶었다.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으나 어머님의 재밌고 조리 있는 말씀 덕에 잠시 옆자리에 귀를 맡기기로 했다.


이내 곧 아이의 반응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어머님 쪽으로 자세를 기울인다. 그러곤 질문세례를 퍼붓는다.

아이의 호기로움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쏟아지는 질문세례를 받아낸다.

처음엔 창과 방패인 듯싶었으나 이건 명백히 새 하얀 눈 속 위, 행복한 눈싸움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괜스레 흐뭇해졌다.

by unsplash

아이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나의 귀가 평온해졌다.

적막이었다.


어머님은 아이보다 훨씬 긴 인생을 살아왔지만, 아이의 질문 앞에 잠시 숙연해진 것이다.

무어라 말할지 생각이 안 났을까? 깊은 생각에 잠기는 질문이었을까? 어떤 감정이었을까?

아이의 미소 섞인 질문에 따뜻함을 느껴서였을까?

나는 아직 부모가 아니라 그분의 숙연함이 어떤 마음인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키운다면 도리어 순수한 아이의 생각을 먹고 함께 성장하고 다 느껴지는 내 마음은   같았다.


부모는 아이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배우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의 가장 좋은 선생이자 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by unsplash

누군가를 기다리기로 시작한 장소에서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예기치 못한 배움도 함께 왔다.

나는 이걸 행운이라 불렀다. 행운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들여다볼 때 오는 것이기에.


나는 유독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기다림이 끝나지 않길 바랬던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보면 나는 이 현상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었나 보다. 내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이.


짧은 시간여행을 마친 느낌이었다.

충분히 생각하게 만들었고, 자유로이 상상했다.

이젠 진짜 기다렸던 사람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일어나려는데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수줍게. 그리고 감사한 눈빛을 담아 눈인사를 전했다.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이기적인 것이 잘못된 거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