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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Dec 16. 2024

권력이란 무엇인가?

feat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s)

최근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정주행 하였습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시즌 6, 챕터 73편에 걸쳐 공개된 장편의 드라마인데,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나라 정치적 현실과 겹쳐 매우 흥미진진하다가옵다. 현실의 정치판의 이야기 좋아하지 않거나  말조차 섞고 싶지 않더라도 드라마라는 장르의 세계를 통해 그 속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수작이었지요. 


이 이야기는 작금의 이해하기 힘든 현실의 상황대해서, 민주주의 보스의 나라답게, 이미 겪어온 그 체제의 불완전함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찌 하나 빠질 것 없이 지금 존재하고 있는 현실 정치의 캐릭터들을 드라마에 모두 다 담고 있어 소름 끼칠 지경이었지요. 마치 그런 일들과 그런 사람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존재하였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권력은 늘 그렇어둠 속 독초처럼 피어났다가 해가 뜨면 사그라드는 것이라고요.

화이트 하우스

이야기는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장관직을 거의 약속받았다가, 예상치 못한 다른 경쟁자로부터 밀리자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하여 이를 차지하고 말겠다는 프랭크 언더우드라는 한 남자의 집념 넘치는 복수심의 발로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는 절대 흥분하거나 불만 표출하지 않으며 분노를 뒤로 감춘 채 주특기인 권모술수를 치밀하게 밀고 나가지요. 목표는 단순히 국무장관 정도가 아니라 그 자리를 임명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리, 바로 미국 대통령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는 사실상 권력에 집착하고 매우 위험하기까지 한 성격 탓에 임명에서 탈락하였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삼아 현직 대통령에게 복수하고 자리에서 밀어내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지금껏 쌓아온 모든 능력을 발휘해 보기로 결심하지요. 이를 위해 겉으로는 대통령을 돕는 척 존경과 복종을 무한히 보이면서도 뒤로는 탄핵하여 사임시킬 함정을 준비하여 마침내 빠뜨리는 데 성공합니다. 이미 부통령직에 오른 그는 대통령의 자리를 꾀차게 되지요.

케빈 스페이시 (프랭크 언더우드)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이 프랭크 언더우드라는 캐릭터무려 22년간 하원에서 산전수전 치적 기술을 연마한 노련한 정치인으로 묘사됩니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사관학교를 졸업하여 반듯한 품성을 갖춘 듯이 보이는 친근하고 소박하기까지 한 캐릭터지요. 달변가에다가 위트가 넘치며 지칠 줄 모르는 일벌레입니다. 그의 옆에는 또한 오직 권력을 목적으로 결혼한 시민단체를 이끄는 부유한 집안 출신의 클레어 언더우드 아름답고 지적인 부인이 등장하지요. 이 결합의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한 아이는 둘 사이에 없지만, 그들에게 아이는 때론 떼쓰고 달래줘야 할 국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모 역할을 위한 그들의 권력지향은 매우 역할 분담적이며 협조적이지요. 그래도 역시 미국은 국민을 개돼지가 아니라 아이 취급 정도는 해 주는 보다 성숙한 민주의식을 보이긴 하는 것도 같습니다. 부부간에는 모든 추악한 정보와 전략을 끊임없이 공유하고 원하며, 그것이 곧 사랑의 원천이라 믿는 이상적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합니다.


특정한 기자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상대방을 무너뜨리려는 비밀 정보를 흘리고 여론을 조장하는, 특히 우리나라 검사들이 즐겨 쓰는, 방식 프랭크의 주특기입니다. 특종을 통해 빨리 명성을 얻기 원하는 기자들 또한  불법 게임에 참여하고 기꺼이 정치인과 몸을 섞기를 마다하지 않지요. 그러다가 쓰임이 다한 기자는 사고를 위장하여 죽이는 것에 어떠한 거리낌도 없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통제가 어려운 기자도 위협이 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긴 마찬가지지만요. 이의 실행을 위해서는 무덤까지 비밀을 안고 갈 유능한 비서관이 필요하게 마련이지요.

비서실장

이를 위하여 능력 만렙 '더그 스탬퍼'란 비서관등장합니다. 뒷조사, 협박, 살해, 은폐, 못하는 것이 없는 전문가지요. 거의 깨어 있는 대통령 보다 잠도 안 자고, 지시한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믿음의 화신입니다. 물론 미리 계획해서 제안하고, 그렇다고 권력의 자리를 넘보지도 않습니다. 사실 비서관정치적 군주의 종교적 숭배자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구원함을 받은 후, 그 서사의 가스라이팅에 이미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가장 그 어려운 상황조차도 일부러 군주의 의도에 의해 철저하게 만들어진 그물이었다는 것을 전혀 모른 체 말입니다.

러시아 vs 미국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면 북한을 핑계되듯 러시아를 이용하기를 즐겨하는 것은 국룰 같은 것입니다. 이슬람의 전쟁 위협과 테러의 공포를 조장하는 것도 뻔하지만 항상 쉽게 먹히기에 선호하는 수법이지. 이를 빌미로 해외의 뜬금없는 중동 지역에 폭격을 가하기도 하군사가 희생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내국에서도 재난과 테러를 빙자하여 주 방위군을 동원해 공포를 일으켜 선거를 통제하려 하기도 하고, 인터넷 키워드와 알고리즘을 조작해 여론을 호도하기를 서슴지 않지요. 물론 이를 담당한 실무자들은 비밀을 폭로하기 전에 희생의 제물 깨끗이 사라지고 말지요.


이렇게 패배를 모르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노련함으로 프랭크는 마침내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을 사임시키고 결국 그 대신 대통령의 자리 오르지요. 그러나 정작 대통령에 오르자 이토록 처절하게 추구했던 권력 탈취의 기쁨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이미 목표를 달성해서 이제 목표가 사라져 버려 그럴까요? 더 이상 추구할 더 높은 권력이 없어서가 문제일까요? 분명하지는 않지만 불안감이 몰려옵니다. 재선도 되어야 하지만, 권력의 정점에 도달해서는 더 이상 올라갈 곳 없이 내려갈 길만 남은 것이지요. 이제 그 움켜쥔 권력을 낭떠러지 끝에 서서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분군투 합니다. 영구집권 러시아가 부럽고 북한이 되고 싶은 순간입니다. 민주주의의 권력은 그 유한성에 그 숨은 작동의 원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결국 문제는 이 획득한 권력이 부정하게 무리수를 두어서 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일시적 도파민에 빠진 후 이제 부작용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수순이지요. 이제 그렇게 달성된 권력은 재선이라는 시험대 앞에서 불가능한 것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려는 무수한 압박과 싸우며 무리수로 나아가게 됩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살인이 살인을 부르게 되지요. 권력을 빼앗는 것보다 지키는 것은 무척 피곤하고 재미없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마치 멈출 수 없는 도박 같은 것이지. 이번에 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되지만 어차피 밑천이 다 떨어질 때까지 해야 될 게임입니다. 쉴 틈 없는 공격에 대응해야 하며 작은 구멍이 결국 큰 둑을 무너뜨릴 듯이 맹렬히 물결이 몰려듭니다. 권력에 아부하여 떡고물을 모두 원하지만 조금만 다른 이득이 생기면 등 돌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배신이 난무하지요. 권력이 틈을 보이면 눈감아 주던 죄의 값어치가 더욱 올라가 더 비싼 대가를 요구합니다. 마음 편하게 대화를 나눌 동료하나 남지 않고 외로움에 치를 떨며 잠 못 이루고 외도와 부정으로 작은 쾌락에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그마저도 발목을 잡기에 또 살인을 저지르지요.

클레어 언더우드

 권력은 이제 부부 사이에도 나눌 수 없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대통령에 오르게 된 공로에 남편의 살인과 외도에도 눈을 감고 권모술수와 모략에 공헌한 부인은, 경력일천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UN대사며, 부통령의 자리까지 넘보게 되지요. 부인인 클레어남편인 프랭크와 전략적 동반자였음과 동시에 범죄 공동체였음을 내세워 이제 꿈꿔왔던 자아실현을 이루고자 합니다. 그것은 남편과 항상 동등한 위치에 서고자 했던 시작에서 비롯되었다가, 이제는 남편은 단지 권력의 최정점에 이르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성찰의 결과였지요.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는 서사를 이끌어 나가'케빈 스페이시'가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성추문 사건으로 하차하며, 드라마상에서도 죽음으로 하차함으로써 마침내 부통령이었던 부인에게 자리를 헌납하고 떠나게 되고 말지요. 드라마 상에서도 이런 추문은 간간히 등장하는데, 드라마가 현실이고 현실이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권력 3인방

단 한 가지 현실과의 차이점은 언더우드 부부의 엄청난 열심입니다. 현실에서의 대통령은 술에 빠져 지각과 결근을 밥먹듯이 매우 게으른 캐릭터인 것과 달리, 드라마 속 이 부부는 권력을 향한 부지런진심이지요. 거의 식사할 시간도 제대로 없이 샌드위치를 먹어가쉴 새 없이 모사를 꾸미고 토론하며,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잠을 쪼개가며 쉬는 날 없이 오직 일에 매진합니다. 러시아와 중동 같은 대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도 골치가 아프지요. 비록 의도가 숨겨하더라동의를 받아야 하는 의원들과 국민을 감동시키기 위해서 연설 문구 하나하나를 혼신을 다하여 작성하고, 밤늦도록 연습에 몰두하지요. 사고가 생기면 쫓아가 위로하고 표단속을 위해 애씁니다. 또 건강을 위하여 매일 달리기와 귀찮아도 운동을 멈추지 않으며, 그들에게 있는 달콤한 휴식이라곤 늦은 밤 겨우 담배 한 가치를 나눠 피며 이 권력 지향의 동반자 관계를 서로 격려하며 보내는 시간뿐입니다. 가끔 외도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그렇게 마음이 끌리는 상대라고 해도, 목적을 위하여는 사랑에도 눈을 질끈 감고 살해하기를 주저하지 않지요. 이제 권력은 달콤하기보다는 쓰디쓴 맛이 나지요.


그들은 패배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지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더라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선이라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의도했던 데로 되지 않아서 실패해도 결코 서로를 나무라거나 뒤돌아 보지 않고 바로 다음 해결책만 생각합니다. 정말 권력에 최선을 다 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진심을 가장하여 이야기하지요. 그래서 그들의 신념에 반하거나 이를 수행하는 주변의 이들은 엄청 피곤합니다. 좋은 자리를 주고, 권력을 나누어 주는 것처럼 보여서 이 게임에 불나방처럼 날아들었지만 희생양이 필요할 경우 제물이 되는 것을 거부할 길은 없지요. 

그러라고 준 자리니까요.

하우스 오브 카드

하우스 오브 카드의 뜻은 카드로 지은 집, 즉 사상누각, 모래로 쌓은 궁전 정도가 될 것 같네요. 드라마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 기술과 솜씨가 뛰어날 경우, 또는 아주 운이 좋으면, 모래 위에 카드로 집 짓는 것도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든 한 순간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모래성 같은 것이지요. 나중에는 무엇을 위하여 쌓은 지도 잊게 되게끔 그 집을 쌓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깔리게 하는 감옥이 되고 말지요. 태초부터 문제 있던 모래성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갖가지 거짓말과 무리수로 온갖 기둥을 덧대는 은 결국 모래성뿐만 아니라 파티에 참석한 모두를 파멸로 이끌고 맙니다. 오직 그 끝에는 피할 수 없는 죽음과 불명예의 모래 무덤만이 기다리고 있지요.

토마스 예이츠 (왼쪽 끝)

이 드라마에서도 작가가 한 명 등장합니다.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토마스 예이츠'라는 독특한 이 작가는 프랭크로부터 선거 홍보에 도움이 될 자서전을 쓰길 부탁받고 이 아수라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러나 클레어와 내연 관계에 놓이게 되며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말지요. 결국은 비밀이 탄로 날 것이 걱정되자, 이 작가의 운명도 죽음이라는 모래비를 피하지는 못하지요. 통찰력조차 권력의 본질 앞에는 흐려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입니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과연 권력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제목에 잘 나와 있습니다. 카드로 지은 집, 모래 위에 쌓은 성 같은 것이지요. 결국은 권력은 내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잠시 위임을 받아서 힘을 얻게 되었을 뿐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다시 되돌려 주어야 할 무엇이지요. 그래서 권력의 본질은 내 것도 아닌데 남의 것을 내 것처럼 쓰는 것입니다. 남이 이야기하고 쓴 것을, 내 것처럼 이야기하고 내가 썼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한마디로 표절이지요. 원작자를, 위임자를 밝히지 않고 내 것이라고 우기면 표절입니다. 왜냐하면 이 노래는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다기에 잠시 당신에게 부를 수 있게 허락해 줬을 뿐, 당신이 만든 노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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