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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Zero Day 위원회의 필요

feat 제로 데이 (이번에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by Emile
한국사람 보라고 만든 드라마?


'로버트 드니로'가 열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제로 데이'는 그냥 봤더라면 평범했거나, 약간 개연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2.3 비상계엄의 상황을 대입해 보면 소름 끼치게 아귀가 맞아 들어가 드라마가 급 재미있어집니다. 이 드라마는 한국사람 보라고 만든 것이었을까요?


제로 데이 = 계몽령


'제로 데이'는 '계몽령' 같은 것입니다. 고착화된 정치 분열로 국가적 재난에 처했을 때 얼마나 시스템이 취약한지를 알리겠다고, 전기, 교통, 통신을 단 1분간 끊는 '계몽성' 사이버 테러를 일으키지요. 하지만 그로 인한 현실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비행기 추락, 교통사고, 의료마비 등으로 수천 명이 죽게 됩니다. 마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비상계엄의 몇 시간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박살 나고 수십조 원이 날아간 상황과 비슷하지요. 그 '계몽령'이 일어났던 날을 '제로 데이'라고 명하고 사건을 일으킨 배후를 찾는 진상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제로데이위원회
(Zero Day Commission)


2차 계엄과 같은, 2차 테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기에 대통령과 의회는 '제로데이위원회(Zero Day Commission)'라는 임시기관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통해 배후를 규명하고 제2의 제로 데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로 합니다. 이 기관은 일종의 '특검' 역할인데, 경찰의 역할을 더하고, 법원의 절차 생략을 거쳐, 중차대한 국가적 사태에 직면하여 조사를 위해 체포 구금과 같은 법적 기본권도 침해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국민적 신뢰를 위하여 재선이 확실한데도 은퇴해 버린 전직 대통령, 조지 멀린(로버트 드니로)에게 위원장을 맡아 줄 것을 부탁합니다.


처음에 이 테러는 계엄령의 이유가 '북한'이었기를 원했던 것처럼, 제로 데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합니다. 하지만 이는 바라는 가정이었고 쉽게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고 있었을 뿐 조사를 통하여 적은 내부에 있었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차이는 우리나라의 빌런이 대통령이었던 것과 달리 미국의 빌런은 하원의장이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야를 막론한 여러 의원과, 테크놀로지 기업의 수장까지 하원의장의 내란에 동조하여, 겉으로는 구국의 길이라 외치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계몽령을 통한 공포를 조장해 권력을 탈취, 독점하기 위한 호박씨를 까고 있었지요.


게다가 이 계몽령의 멤버들은 진상 조사를 맡은 조지 멀린(로버트 드니로)의 딸과 같은 가장 가까운 인물들 까지 끌어들여 아버지의 일을 감독하게 하는 하원 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해 압력을 행사하려 듭니다. 이는 법원에 캐비닛과 같은 것을 볼모로 압력을 행사하여 불합리한 시도를 도모하는 현실과 닮아있지요. 계몽령의 무리들은 모든 전모가 밝혀진 후에도 결국 위원장의 딸이 이 멤버에 참여하고 있음으로 자신들의 죄를 공표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미국에서도 이 '내란'으로 인한 처분은 '사형'인가 봅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버지가 하나 남은 딸을 죽일 수 있겠냐며, 제로 데이 위원회의 권한을 넘기고 오히려 사임하라며 계속되는 내란을 시도합니다. 최근에는 전임 대통령의 딸과 사위를 엮어서 기소하는 비슷한 전법이 현실에서도 시도되어 드라마와 오버랩되어 놀랐지요.


K Zero Day 위원회의 필요


'제로 데이 위원회'는 평시라면 특검과 경찰의 기능에 법원의 절차마저 생략해 절대 도입을 반대할 기구였을 것입니다. 그 권한을 누가 행사하냐에 따라 수술을 위한 칼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을 해치는 칼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 입이다. 그러나 K국의 망가진 관료와 법의 시스템을 고려한다면, 도처의 주요 부처에 남아서 암약하고 있는 무리들을 진압하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무너져 가고 있는 법의 불공정성을 믿기 어렵다면, K Zero Day 위원회는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기관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IMF를 기회삼아 은행을 헐값에 넘기고 영달을 챙겼던 자가 대행으로, 기업에 삥을 뜯던 자가 경제수장으로 한몫 챙기기에 이 무정부적 상황은 너무나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립서비스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던 자들이 갑자기 열심을 내어 미국에 쫓아가고 협상이라는 것을 할 때는 120년 전 을사년 나라를 팔았을 때처럼 다시 을사년을 맞아 눈에 보이는 팔 물건이 등장한 것이지요.


썩은 뿌리는 심히 깊고, 부위는 매우 넓다는 것이 이번에 제로 데이 이후를 통하여 여실히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과연 조지 멀린(로버트 드니로)은 사형에도 이를 수 있는 그 딸의 죄까지 물어가며 이 진상을 밝힐고 내란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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