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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브런치의 정체성

feat 작가의 정체성

by Emile
브런치냐 브런치스토리냐?


며칠 전 '브런치스토리'에서 다시 '브런치'로 이름을 회귀한다는 안내를 본 것 같은데 감쪽같이 없어졌습니다. 브런치에서 브런치스토리로, 다시 브런치로, 다다시 브런치스토리로라고라구요? 제가 유령을 잘못 본 것일까요? 정말 그런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의 기억력은 이제 깜박깜박하니까요. 저 말고 누구 그런 안내 보신 작가님 없으신가요?


브런치의 정체성


브런치 10년을 맞이하였지만 브런치는 아직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브런치'냐 '브런치스토리'냐 에서부터, 브런치란 이름 자체에서부터 이것이 먹는 것이냐? 쓰는 것이냐? 또는 읽는 것이냐? 의 혼란을 일으키지요. 브런치 10주년을 맞이한 '숫자로 보는 브런치 10년'은 브런치의 정체성을 잘 나타냅나다. 즉 '문자'나 '글' 보다는 '숫자'나 '금액'이 더 중요해 보이니까요.


작가냐 기자냐?


일단 '작가'라는 말은 성공적인 키워드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작가가 되고 보니 진짜 작가를 원하는지, 카카오(다음) 포털의 한 콘텐츠를 담당하는 기자를 원하는지는 좀 헤갈렸지요. 그러더니 '크리에이터'처럼 춤도 좀 추라는 것 같고, 블로거처럼 맛집도 취재하길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네이버 지식인'도 원하고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도 돼라 하지요.


크리에이터?


그러더니 정말 '크리에이터'라는 뜬금없는 전문가를 임명하기 시작합니다. 전문가라면 차라리 '프로페셔널'이지 왜 별풍선을 연상케 하는 크리에이터였을까요? 이것은 한 분야의 글만 쓰라는 일종의 칸막이 같은 것이었지요. 왜냐하면 카카오(다음) 포털의 카테고리에 띄우기 위해 이 경계를 벋어 나는 글은 별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맞춰 글을 쓰면 진급할 수 있다고 은근쓸쩍 힌트를 주는 것 같았었지요. 그런데 작가면 되었지 진급은 필요 없고 돈이나 주세요! 그래서 이때부터 브런치는 돈 걱정을 하게 되었을까요?


작가냐 직원이냐?


생각해 보면 이 칸막이는 작가의 채용에서부터 엄격하게 적용된 유일한 기준이었다고 보입니다. 이 일관된 칸막이 안에서 글을 연재할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이 읽힐만한 간판을 보았던 것이지요. 그것이 책으로 출판되기 위해서 그랬다는 설명을 달았지만 글에 대한 열정이나 퀄리티보다는 조직의 뜻에 잘 따를 수 있는 간판 좋은 신입 직원, 작가직을 뽑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회사가 원하지 않는 오답, 오작을 내놓은 작가는 영문도 모른 체 여러 번 고배를 마셨을 것이지요.


블로그?


브런치는 글도 쓰지만 네이버 블로그 하고도 경쟁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지만 마치 직원에게 시키듯이, 인기 있는 네이버 블로그처럼 기사를 생산하라고 은연중 압력과 힌트를 주고 있었으니까요. 그리하면 카카오(다음) 포털의 카테고리에 올려주어 인스타처럼 인기와 조회수를 보장해 주겠다고 말이지요. 그 족보는 한때 유용하기도 했습니다. 먹방 주제가 한때 진짜 먹는 브런치처럼 조회수를 올리는 차트키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브런치가 결국 글이 핵심이 아닌 사진과 자랑이 난무하는 인스타가 될까 봐 걱정하기도 했었지요.


웹작가?


그러더니 브런치는 웹툰과 웹소설도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만 무료'라는 쌈마이 키워드를 앞세워 멤버십을 세일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한 편의 무료글을 읽고 구독할리가 있을까요? 유튜브 프리미엄도 무료체험이 한 달인데 너무 짧은 것은 아닐까요? 제 글 첫 편을 웹툰이나, 웹소설처럼 강렬하게 써야 하는 것일까요? 어쩐지 제가 마약글을 표방하며 글에 양념을 치고 있더라고요.


멤버십?


멤버십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예 완결된 브런치 북이나 수상작을 대상으로 하면 모를까, 블로그 같은 글을 쓰기 원하면서 웹툰과 웹소설 멤버십 같기도 한, 여전히 블로그와 웹툰 사아의 정체성 혼란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좋은 것은 더 따라 하고 갖다 붙이고 싶은 욕심 많은 벤치마킹 따라쟁이 전문작가 브런치지요. 이것을 브런치 전문점에선 퓨전요리라고 주장하겠지만 정체 모를 잡탕밥이 될 수도 있다고요.


작가의 정체성


그렇다면 작가의 정체성은 어떠해야 할까요? 브런치의 정체성과 같이 흔들리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은 것이 바로 '작가의 정체성'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먹방글이 조회수가 된다고 집을 순례하고, 크리에이터 배지를 준다고 한 분야의 글에 목을 매고, 브런치 첫 표지에 걸리기 위해 '오늘만 무료' 멤버십 세일에 목숨 걸지 않는 것이 바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지요. 그것은 '에이스 침대'라고요? 네 맞습니다, 정체성은 바로 '브랜드'와 같은 이름이기 때문이지요.


브런치의 방향을 잘 따르면 분명 이익이 있긴 합니다. 카카오(다음) 포털에도 걸어주고, 크리에이터도 시켜주고, 상도 주고 책도 내고, 멤버십으로 돈까지 벌게 해 주니, 시키는 대로만 하면 가장 빨리 작가가 되는 길일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직원이 아닌 작가라면 이보다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이 있어야겠지요. 왜냐하면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직원이 될 수 없는 진정한 '프리랜서'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정체성은 친절하게도 '작가소개'란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론 작품 보다, 작가소개를 더 흥미 있게 읽기도 하지요. 저의 정체성은 '브런치에 길들여지지 않는...' 아, 난장 맞을 정체성을 잡았었네요. 그런데 이게 좋았습니다. 격렬히 사랑을, 아니 글을 나누어도 흔들리지 않은 편안함이 있었기 때문 입니다.





사족 : 개인 멤버십은 받지 않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기업 멤버십은 괜찮으니 '에이스 침대'는 '응원'이나 '멤버십 구독'으로 광고료를 대신해도 괜찮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글에서 '에이스 침대'가 다시 언급될 보장은 없겠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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