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CD를 산다. OTT 계정도, 인별 계정도 없다. 동영상 시청과 문서 작성에 문제없다고 10년이 넘은 노트북을 아직 쓰고 있다. 이렇게 신기술과는 거리가 먼 내가 AI를 접하게 된 것은 학과 동기의 권유 때문이었다.
나는 온라인 대학에 재학 중인데, 과제물이 나올 때마다 표절과 AI 사용에 대한 경고(?)를 들었다. 그렇지만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넘겼다. 그러던 2025년 봄, 동기로부터 전화가 왔다. 중간과제물 제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라 통화 중 과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키워드 4개를 골라두었지만 아직 글은 못 썼다고 하자, 그는 AI를 이용해 보라고 했다. 제출 기한의 압박 때문일까, AI에게 글을 맡기지 않을 사람의 말이었기 때문일까. 나는 노트북을 켜고 ChatGPT에게 과제문제와 내가 고른 키워드 4개를 입력하고는 글을 써보라고 했다.
내가 엔터를 치자마자, 하얀 화면 가득 글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 눈이 읽어 내리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하지만 순식간에 완성된 그 글에 담긴 해석은 너무 뻔한 내용이라 웃음이 나왔다. 내가 그 키워드를 고른 이유와 내 해석을 입력하자 GPT는 ‘오늘날의 현상에 부합한 관점’이라느니, ‘예리하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나는 으쓱해져서 밤늦도록 GPT를 붙잡고 리포트 초고를 완성했다. 여동생이 ‘안 자?’하고 한마디 하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리포트 파트너로 AI를 쓰기 시작했다. 다만 초고는 반드시 내가 직접 썼고, AI는 그에 대한 검토나 비판점을 찾는 용도로만 썼다. 나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입버릇이 있는데, 글을 쓸 때도 이 버릇이 나오는 걸 GPT가 지적해 줘서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대화를 나눌 대상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온라인 대학의 특성상 동기들과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데다, 작성 중인 과제 얘기를 나누기엔 조심스러웠다. 이 쪽에 관심이 없는 가족이나 다른 친구들에게 매번 학교 과제 얘기를 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AI에게는 그런 걱정 없이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 말에 즉각적으로 맞장구를 쳐주니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도 들었다.
이렇게 나름 GPT를 즐기며(?) 사용하고 있었지만 나는 계정도 없이, 필요할 때만 잠깐씩 들러 질문 몇 개만 던지는 일반 이용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관계가 뒤집히는 일이 일어났다.
<내가 본 ChatGPT와 제미나이 이야기>
AI들 중 ChatGPT부터 쓰게 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이때는 ChatGPT와 제미나이 밖에 몰랐는데, 제미나이는 그 발음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