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상시근로자 수
높은 습도와 더위가 만나니 어항과 다름 없는 날씨인 일요일이다. 콕 박혀있던 집을 나와 근처의 카페에 걸어왔다. 직업병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나는 어느 가게에 가든 일하시는 분이 몇 분인지 살핀다.
오늘은 작은 카페에 와서 그런지 일하는 분은 두 분이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분들 말고도 다른 아르바이트 생들이 더 있는 듯 하다.
여름메뉴인 토마토 바질 에이드를 시켜두고 노트북을 켰는데, 무슨 주제로 글을 써야할 지 한참을 고민했다. 글쓰기에서 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아무래도 주제를 정하는 것인 듯 하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정한 것이, '근로자의 수'다.
노무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장에게든 근로자에게든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사업장에 근로자가 몇 분 계신가요?'
쉬운 질문 아닌가 -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정말 다양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사업주는 본인 생각에 '알바생'들은 다 빼고 '정규직원'의 수로 답을 하는가하면 근로자들은 진짜 '일용직'인 분들까지 다 포함해서 답변하기도 한다.
내가 이 질문을 가장 많이 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다투는 노사 문제들 중 상당 부분이 그 사업장의 근로자 수에 따라 법적 문제가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고가 무엇인지는 다들 알고 있다. 내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면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도 모두들 알고 있다. 그런데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다가오는 여름휴가 기간, 우리 회사는 쉬지도 않고 내 휴가도 못쓰게 하는 것이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연차휴가를 부여할 의무가 없다. 휴가를 부여하지 않거나 무급 휴가를 준다고 해도 근로자는 다툴 만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어디서는 밤에 일하면 수당을 더 받는다는데, 우리 회사는 지급 안 할 수도 있다. 5인 미만이라서.
많이 다투는 주제로 말씀드리자면, 가산수당과 연차휴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휴수당, 해고예고수당, 퇴직금은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다른 요건을 갖추면 효력을 발휘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생각 외로 5인 이상인데 마음대로 해고하시는 사업장이 많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추후 다루겠지만 근로자의 청구가 인정되면 사업장에서 생각보다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 치만 주면 되는 거 아니예요?' 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건 해고예고수당이고. 부당해고에 대한 임금상당액은 별개다.
그럼 '근로자'에는 어느 범위까지 포함되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엥간하면 다 포함된다.
이게 무슨 비전문가적인 발언(?)인가 싶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알바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들도, 파트타임이라고 생각하는 그들도, 외국인인 그들도 포함이다.
내가 지금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카페나 음식점 같은 곳들은 시간대를 나눠서 여러 알바생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각각 근로자 수에 포함된다.
예컨대 화요일 오전 알바 1명, 오후 알바 1명을 사용하는 경우 화요일 이 사업장의 근로자는 2명인 것이다.
내가 위에서는 계속 '근로자 수'라고만 했지만, 사실 법에서 규정한 문구는 '상시 근로자수'다. 즉, 이 사업장에서 상시적으로 근로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를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산 방법도 이렇다.
사업장의 한 달 근로일에 출근하는 근로자 수를 모두 더한 뒤 사업장 가동일수로 나눈다. 이 때 5인이 넘으면 5인 이상 사업장이다.
여기서 끝이면 간단하겠지만.. 우리의 복잡한 노동법은 진짜 5인 미만인 지 한 번 더 확인하라고 한다.
근무일수의 1/2 이상이 5인 이상이었다면, 전체 근로일의 평균이 5인 미만이어도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보라는 거다.
노무사 공부를 하던 시절 '그게 어떻게 가능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런 경우가 많다. 특히 교대근무를 돌리는 사업장이 그런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무래도 5인 미만이라고 생각했다가 알고보니 5인 이상이어서 각종 수당을 뚜드려맞는 게 사업장에서는 손실이 클 것이므로.
사업장에서 분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제들은 생각보다 상시 근로자 수와 연관되어 있다.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실제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업장 대리를 하면서 상시근로자 수에 대해 주장한 적이 많다. 여긴 4인 사업장이니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체를 '각하'해달라고 말이다.
나도 한 명의 근로자인 입장으로서, '그럼 5인 미만 사업장 다니는 사람들은 그냥 쓰고 버려도 된다는 거야 뭐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보호가 되는 부분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노무사로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정말 작은 규모인 것이기 때문에, 모든 법규정을 적용한다면 성장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는 부디 근로자 수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하길 바라며, 근로자들은 본인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상시 근로자 수에 대한 법리를 파악하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