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데이터 속 기획 방향 변경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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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편에서는 90만 대에 육박하는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휴게소 충전 인프라의 현실을 짚어보았습니다. 단순히 충전소 위치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충전기의 전환 빈도(회전율)를 분석해 유저의 기약 없는 대기 시간을 줄여주겠다는 웹서비스의 첫 설계를 공유했었죠.
Django와 Kakao Maps를 활용해 전국 8,000여 개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며, 제한된 공공데이터 안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 구현 과정에서 마주한 벽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오늘은 그 한계를 어떻게 기획의 전환점으로 삼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전기차 차주가 도착한 휴게소에서 마주하는 것은 '고장' 혹은 '점검 중'이라는 차가운 안내판뿐일 때가 많습니다. 저는 직접 문제점을 확인할 필요성을 느껴 직접 주말 동안 충주휴게소(하행선)에 다녀왔고 문제가 많은 현장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당시, 밤 11시라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충전기 6대 중 3대가 사용불가하여 저는 충전을 하기 위해 대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동시에 앱의 실시간 정보와 실제 현장의 정보도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민간사업자(채비) 충전소는 총 4대 중 2대가 사용 불가능했지만 기계가 켜져만 있으면 가능으로 표시되었고 심지어 정확하지도 않았습니다. 공공사업자 충전소는 총 2대가 있었고 한 곳만 사용이 가능했지만 실시간 사용 정보, 수량(총 2대)이 부정확했습니다.
이렇게 앱의 실시간 정보와 실제 현장의 괴리는 상상 이상이었고 이것은 큰 고민거리로 다가왔습니다. 불확실한 데이터이기에 설계의 방향을 바꿀 필요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데이터가 부정확하다면, 차라리 그 데이터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저는 웹서비스의 방향을 실시간 전환 빈도(전환율)에서 확실한 IC 주변 충전소 추천으로 변경했습니다.
즉, 100% 신뢰할 수 없는 실시간 숫자 대신 대형 마트나 주유소 등 관리가 잘 되고 인프라가 풍부한 IC 주변 오프라인 장소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이동의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IC에서 진출 후 15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개방형 급속 충전소만을 선별, 유저가 도로 위에서 기약 없이 대기하는 대신 계산된 이동을 통해 가장 빠르게 충전을 마칠 수 있도록 최적의 옵션만을 전략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처음에는 욕심이 앞섰습니다.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를 시스템에 집어넣어 완벽한 지도를 만들고 싶었죠. 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는 과한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하여 과감하게 범위를 줄여 유동량이 가장 많은 경부, 영동, 서해안 고속도로 3개 노선에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교한 노드 시퀀스 구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단순히 점을 찍는 대신, 상/하행 주행 방향을 고려하여 IC와 휴게소를 순서대로 엮은 178개의 정밀 노드 시퀀스를 완성했습니다. 이제 시스템은 유저가 특정 휴게소를 지나쳤을 때, 주행 방향에 맞는 가장 가까운 '탈출구(IC)'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마주한 기술적 한계는 막다른 길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기획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완벽한 실시간 시스템을 그리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유저의 불편함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능부터 빠르게 검증하는 MVP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화려한 겉치레를 걷어내고, '휴게소가 붐빌 때 확실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단 하나의 핵심 가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동료 개발자와 협업하든, 혹은 스스로 바이브 코딩 역량을 끌어올리든 수단에 매몰되지 않고 이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사용자의 페인 포인트가 이토록 명확하고 시장이 간절히 원하는 솔루션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기획자는 어떻게든 증명해낼 길을 찾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