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이상한 자동차

by 작은별송이

IMF 시절 일가족이 자동차에서 목숨을 끊었던 비극을 글감으로 썼던 시입니다.



이상한 자동차



밤이 깊도록 잔별들 물놀이 즐기며 재잘거린다

모래톱에 빵 한 덩이

길 잃은 거북마냥 웅크리고 앉아 있다

소풍 나온 바구니 밖으로 튕겨 나온 걸까

어느 살진 짐승이 물가를 떠나며 팽개친 걸까

상처투성이다 식어버린 하얀 살결은 먼지투성이다

빵 속엔 단란한 가족이 모여 있는지

실바람 가볍게 몸 흔들 때마다

풀기 없는 침묵이 새어 나온다 물 위로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 소리보다

더 고요한 울먹임이다


한때는 꿈속보다 배부르고 달콤했을지 모를

저 빵

우듬지에서 새 한 마리 날아오른다

내일만 바라보던 아빠의 노랫소리가

밝았던 어젯밤을 칭얼대는 아이 소리가

물에 실려 어디론가 떠내려간다

반짝, 함초롬한 웃음 한 방울 떨구고

먼 곳으로 어린 별 도망쳐갈 때

빵 속에 환하게 불꽃이 핀다

빵을 빚던 시간과

달처럼 부풀어오르던 기억의 고속도로를 이글이글 달

리기 시작한다

아, 그러나 누가 가로막은 것도 아닌데,

빵은 한줌 재로 멈춰 서고

하늘로 오르던 연기는 산허리에 걸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개인적 느낌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