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절 일가족이 자동차에서 목숨을 끊었던 비극을 글감으로 썼던 시입니다.
이상한 자동차
밤이 깊도록 잔별들 물놀이 즐기며 재잘거린다
모래톱에 빵 한 덩이
길 잃은 거북마냥 웅크리고 앉아 있다
소풍 나온 바구니 밖으로 튕겨 나온 걸까
어느 살진 짐승이 물가를 떠나며 팽개친 걸까
상처투성이다 식어버린 하얀 살결은 먼지투성이다
빵 속엔 단란한 가족이 모여 있는지
실바람 가볍게 몸 흔들 때마다
풀기 없는 침묵이 새어 나온다 물 위로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 소리보다
더 고요한 울먹임이다
한때는 꿈속보다 배부르고 달콤했을지 모를
저 빵
우듬지에서 새 한 마리 날아오른다
내일만 바라보던 아빠의 노랫소리가
밝았던 어젯밤을 칭얼대는 아이 소리가
물에 실려 어디론가 떠내려간다
반짝, 함초롬한 웃음 한 방울 떨구고
먼 곳으로 어린 별 도망쳐갈 때
빵 속에 환하게 불꽃이 핀다
빵을 빚던 시간과
달처럼 부풀어오르던 기억의 고속도로를 이글이글 달
리기 시작한다
아, 그러나 누가 가로막은 것도 아닌데,
빵은 한줌 재로 멈춰 서고
하늘로 오르던 연기는 산허리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