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냄새나 위생으로 재단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래된 여관을 기억한다.

by 마루

추억은 냄새나 위생으로 재단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원주 태장2동 1군지사 후문 오래된 여관을 기억한다.

낡은 문고리를 잡으면 손끝에 전해지는 차가운 금속 감촉, 창가로 스며드는 햇빛, 그리고 문을 열며 마주한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

그 순간의 공기와 온도, 사람들의 표정이 그대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날의 밤은 단순한 숙박이 아니었다.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던 낯선 사람들과 나눈 대화,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시간, 그리고 느껴지는 묘한 동질감.

그건 오직 그 자리에 있었기에 느낄 수 있는, 그 시절만의 온기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 블러그 글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거기서 잤어요?

냄새나 위생은 괜찮던가요?”

그 순간, 조금 서운했다.

내가 적은 건 위생 보고서가 아니라, 그곳이 내게 남긴 감정의 기록이었으니까.

추억은 각자의 것이다.

누군가는 그 집의 냄새를 먼저 기억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창문 너머로 들려오던 빗소리를, 혹은 식탁 위 김이 모락모락 오르던 국을 기억한다.

내게 중요한 건 위생 상태가 아니라, 그곳이 나에게 남긴 이야기와 온기였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기억을 자기 잣대로 재단한다.

하지만 글을 읽을 때는, 그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를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글과 사람, 그리고 추억을 존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