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에 지어진 한 벌 오늘 창가에 걸린 건 가운

한복

by 마루

찰나에 지어진 한 벌

오늘 창가에 걸린 건

가운과 커튼지였다.

그런데 잠깐,

빛이 비스듬히 걸린 순간

그 둘이 겹쳐 보였다.

분홍빛 저고리 위에

문양이 잔잔한 치마가 내려오는 것처럼.

나는 그 앞에서

괜히 한 번 멈췄다.

“누가 한복을 걸어놨나?”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눈을 다시 맞추자

가운은 가운이었고

커튼은 커튼이었다.

착시는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한복의 형태만은

머릿속에 남았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한 벌을 본 기분이 들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습관일까.

눈보다 마음이 먼저 프레임을 만들고,

현실이 따라오지 못한 순간이었다.

걸레처럼 쓰이던 천과

창가에 걸린 커튼지가

잠깐 동안

가장 고운 옷이 되었다.

아마도

아름다움이라는 건

늘 완성된 형태로 오는 게 아니라

이런 짧은 오해 속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