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늘, 표부터 시작된다

설 연휴보다 먼저 시작되는 예매 전쟁의 기록

by 아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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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은 언제나 달력보다
기차표에서 먼저 체감된다.


아직 떡국 냄새도 나지 않았는데,
우리는 벌써 로그인 화면 앞에 앉아 있다.


2026년 설날 연휴는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하지만 이 며칠을 위해
사람들은 1월의 한가운데에서 숨을 고른다.


기차표 예매일.
그날의 공기는 묘하게 팽팽하다.


먼저 문을 여는 건 코레일이다.
1월 15일과 16일,
경로·장애인·국가유공자를 위한 사전예매가 시작되고
1월 19일부터는 모두의 차례가 된다.


아침 7시.
커피보다 먼저 켜는 건
코레일톡 앱이다.


대기 화면에서
몇 번이고 새로 고침을 누르다 보면
이게 여행인지 시험인지 헷갈린다.


경부선은 늘 마지막 날이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그 선로 위에
가장 많은 마음이 몰린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선택지는 SR의 SR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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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조금 늦게, 하지만 똑같이 치열하게 문을 연다.


사전등록, 전화 예매,
결제 기한.
하나라도 놓치면
좌석은 조용히 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브라우저를 바꾸고,
와이파이를 끄고,
손목을 풀어 둔다.


이 모든 준비가
단 하나의 문장을 위해서라는 걸
우리는 안다.


“이번 설에는 내려갈 수 있겠지.”


혹시 표를 놓쳤다면
끝은 아니다.
잔여석은 늘 오후에 다시 풀리고,
취소표는 생각보다 자주 나온다.


조금 늦게 가도,
조금 돌아가도
중요한 건 도착이라는 사실을
명절은 매번 가르쳐준다.


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그날만큼은
사람을 사람에게 데려다주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같은 실수를 하면서도
같은 시간에, 같은 화면 앞에 앉는다.


설날은 늘 그렇게
기차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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