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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y 21. 2024

33. 로키의 말싸움 : 일곱 - 말꼬리잡기

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로키, 로카센나, 악플러, 주둥이파이터

#. 말꼬리 잡기


  오딘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연회의 분위기는 이제 완전히 깨져버렸다. 이제 이곳은 악에 받친 로키가 신들을 모욕하는 '성토장(聲討場 : 여러 사람이 모여서 어떤 잘못을 논의하고 규탄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신들 모두가 긴장하는 가운데 프리그가 분위기를 가라앉혀보려고 나섰다.


 [그만들하세요. 둘 다 똑같다는 걸 다 아니까. 당신들이 한 짓이 뭐 그리 좋은 일이라고 떠벌리는 건가요? 그런 이야기는 묻어두길. 두 신들이 옛날에 무슨 일을 했는지 사람들이 알 필요는 없어요.]


 프리그가 나서자 긴장하던 신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오딘이나 다른 신들 중 누군가가 분을 참지 못한다면, 이곳은 술이 아닌 피가 가득한 곳이 될 것이었기에. 신들이 다시 서로의 잔에 담긴 술을 들이키며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데, 오직 한 신만이 그것을 거부했다. 바로 로키였다.


 [너나 닥쳐. 프리그! 너  '표르긴(Fjorgynn : 대지, 대지의 여신. 프리그의 어머니)'의 딸내미여! 그렇게 남자를 밝히고 다닌 네가 여기 끼어들면 안되지. '빌리(Vili : 환희, 오딘의 동생)', '베이(Vei : 비탄, 오딘의 동생)'와 붙어먹고 다닌걸 모르는 자가 있던가? 아홉 세상의 모든 이들이 '비드리르(Vidrir : 의미불명, 오딘의 다른 이름)'의 아내가 그 둘을 품에 안았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데?]


 로키는 결코 이 말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로키는 프리그의 가장 아픈 곳이 어디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말싸움을 중재하려던 프리그는 되려 자신이 모욕을 당하게 되자 참지 못했다.


 [내 아들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특히 '발드르(Baldr : 영광)'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결코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을텐데! 로키! 당신은 결코 '에시르(Æsir : 아사 신족)'의 아들들의 난폭함으로 부터 도망칠수 없을거예요!]


 프리그의 하얀 볼이 붉게 달아올랐고, 그녀의 아름다운 아미를 찡그려졌다. 그러나 로키는 멈추지 않았다. 오리려 혀를 내밀며 프리그를 더욱 조롱했다.


  [피~~ 그 놈의 아들타령.. 아, 지겹구나! 내가 나의 사악함을 얼마나 더 열거해야 하는거지? 이 자리에 발드르가 없는게 누구때문일까? 이 자리에서 발드르를 못보게 만든게 바로 나라고! 나! 라우페이의 아들, 로키!!]


 그 정도가 지나쳤을까? 로키가 프리그를 더욱 조롱하기 위해서 꺼낸 말이 다름아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입으로 발드르를 죽게 만들었다고 인정한 것이지만, 로키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발드르는 프리그의 마음으르 찢어지게 만들 가장 좋은 카드였기 때문에. 결국 프리그는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양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 모든 신들과 요정들이 가슴 깊이 아픔을 느꼈지만, 로키는 홀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프레이야(Freyia : 여주인)'가 황금 눈물이 맺힌 채로 로키를 노려보며 말했다.


 [미쳤어! 당신은 미쳤어! 로키, 그대의 그 못된 악행을 늘어놓다니! 그녀가, 우리가 몰라서 지금 당신을 가만히 두는 지 알아요? 우린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구요!]


 홀로 즐거움을 만끽하던 로키는 프레이야의 말에 흥이 깨졌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번에는 프레이야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누었다.


 [아, 쫌 닥치라구! 여긴 너 따위 창녀가 끼어들 순간이 아니라고! 악행이라면 너도 나 못지 않잖아? 여기 있는 에시르와 엘프들 중에서 너랑 붙어먹지 않는 놈이 있던가? 저것들 모두가 동서지간이라고~!]

 [당신의 혀는 거짓말로 만들어졌군요! 앞으로도 그 놈의 혀는 당신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니! 에시르와 아쉬뉴르가 당신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길! 당신은 결코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꺼예요!]


 프레이야도 지지 않고 맞섰다. 그러자 로키는 이번에는 프레이야의 치부를 들먹이기 시작했다.


- 신들을 조롱하는 로키,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95.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Lokasenna)


 [프레이야~ 프레이야~ 걍, 닥치라고 할때 닥쳐. 에시르? 아쉬뉴르? 네가 거기에 속한다고 생각해? 넌 마녀야. 아주 많은 악행이 다 너에게서 나왔지. 아, 그 중에 하나가.. 네 오라비를 화나게 만든 거였지? 네가 그렇게 사랑해 마지 않는 저 친절한 에쉬르들이 말이지. 그때 네가 뭘 했더라?]


 로키에 물음에 대답한 것은 프레이야가 아닌 그녀의 아버지 뇨르드였다. 그는 로키가 딸에게 하는 짓을 도저히 참고 있을수 없었다. 


[비단 옷을 입은 여인이 스스로 남편이나 연인을 찾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지. 하지만 남자로서 아이를 낳은 비참한 신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야 말로 놀랄 일 아니오?]


 로키는 뇨르드를 못마땅하게 보며 대답했다. 


 [딸이나 애비나 똑같구만. 조용히 해! 뇨르드! 넌 여기 동쪽으로 인질로 팔려온 놈이 뭔 말대답이야? 히미르(Hymir : 의미불명, 여기서는 티르의 양아버지 히미르를 뜻하는 것인지, 다른 거인을 뜻하는 것인지도 불명)의 딸내미들의 물받이나 하면서, 너의 입으로 그걸 받아먹던 놈이 아니던가?]

 [그건 나에겐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 내가 아사 신들에게 인질로 보내졌지만, 그 누구도 날 싫어하지 않았소. 그리고 내 아들도 아사 신들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지.]

 

 뇨르드는 잔잔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자 더 화가 나는 쪽은 로키였다. 로키가 악다구니를 쓰며 뇨르드를 몰아붙이려고 했다. 


 [헛소리는 그만! 뇨르드! 거짓말도 적당히 하라고! 내가 굳이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네 놈의 아들은 네가 내 여동생과의 사이에서 낳은 놈이쟎아! 그건 최악이라고!]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프레이 님은 아스가르드의 모든 고귀한 신들 중에서도 최고입니다. 그는 어떤 처녀도, 어떤 남자의 아내도 울린 적이 없죠. 오히려 그들을 억누르는 속박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분입니다.]


 그때 갑자기 티르가 로키의 말을 끊었다. 평소에 과묵하기로 유명한 그가 이렇게 나설 정도니, 연회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험악해 진 것일까? 그러나 로키는 그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에는 자신의 말을 끊은 티르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애송이는 그 입을 다물라! 티르, 넌 결코 나와 뇨르드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지 못해. 펜리르가 물어뜯는 바람에 네 녀석의 오른손은 쓸모도 없으면서.]

 [내가 손 하나가 부족할 지는 모르지만, 내 정직한 명성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은 모든 것이 모자라니 슬프군요. 펜리르를 말했나요? 그 늑대도 지금 결코 편하지 않답니다. 신들이 멸망을 하고 나서야 풀려날테니까요.]


 평소에 조용한 사람이 화가나면 무서운 법이라던가? 평소에 조용하던 티르였지만, 로키에게 만큼은 조리있게 대응했다. 그렇다고 물러날 로키는 아니었지만. 로키는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칫! 입다물라고 할 때 다물거라, 티르. 네 마누라가 어떻게 아들을 낳았을까? 그 놈의 아비는 나야. 네 놈이 아니라. 그래놓고도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놈 아니던가? 이 불쌍한 놈.]

 [적당히 하시오. 세상의 권세가 모두 사라지게 되는 날까지 늑대(펜리르)가 강어귀에 묶여있을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소. 그만 하지 않는다면, 당신도 그렇게 묶여있게 될 것이오. 로키, 악행의 설계자여!]


 이번에는 프레이가 로키의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티르가 자신을 위해 변호해주다가 모욕을 당하자, 프레이역시 참을 수가 없었다. 티르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용감한 신이었고, 프레이도 그런 그를 좋아하고 아꼈기 때문이다. 로키가 프레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너냐?' 하는 표정이었다. 

 

 [이게 누구야? 황금으로 '기미르(Gymir : 바다 또는 대지, 보호자)'의 딸내미를 산 놈이 아닌가? 그렇게 잘나셔서 넌 너의 칼도 갖다 버렸구나? 칼도 없이 뭘로 거인들과 싸울꺼지? 무스펠의 아들들이 어두운 숲을 지나 달려올 때, 불행히도 네 손에는 그 칼이 없을꺼야.]


그런데 이 말에 대꾸하고 나선 것은 뜻밖에도 프레이의 하인인 '비그비르'였다. 비그비르는 전부터 스키르니르에 대해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비그비르에게 스키르니르는 존경하는 대상이었고, 그 못지 않게 프레이를 잘 보필하겠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인간이면서도 감히 신인 로키에게 대들고 나선 것이다. 


 [내가 잉군의 프레이 님과 같은 고귀한 종족이었다면! 내가 그렇게 아주 아름답고 포근한 저택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이 까마귀처럼 지껄이나는 이 재수없는 자의 사지를 으깨고 말 것을!]

[허..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물어뜯지도 못할 거면서 열심히 꼬리를 흔드는 이 하찮은 놈은? 너같은 건 영원히 프레이의 귀 옆에서 재잘거리고 있을 놈이잖아.]


 로키가 기도 안찬다는 듯한 표정으로 비그비르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비그비르는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난 비그비르다! 모든 신들과 사람들에게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인정받고 있는 자이지. 그렇기에 '흐로프트(Hroptr : 의미불명, 오딘의 또 다른 이름)'의 아들들께서 계시는 자리에서 함께 술을 마실수 있게 되었다.]


 비그비르는 전혀 주눅들지 않고 로키에게 맞섰다. 그도 스키르니르만큼이나 용감했고, 그도 스키르니르만큼이나 프레이를 사랑하고 존경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그는 프레이를 모시는 것에 있어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신들로 부터도 스키르니르에 못지 않은 뛰어난 하인이라고 인정받았다. 또, 비그비르는 로키와 달리 이자리에 초대되어 온 것이기에, 초대를 받지 못한 로키를 에둘러 비판했다. 물론 이정도에 물러설 로키는 아니었지만.


 [비그비르, 조용히 해. 닥치라고. 니까짓게 뭘 했다고? 여기 있는 음식을 네가 내온 것도 아니잖아? 싸움이 일어나면 넌 네 바퀴달린 침대에 누워서 숨어있었 놈이.]


 로키는 눈을 내리깔고 비그비르를 내려다보았고, 비그비르도 얼굴이 벌게진 채로 로키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헤임달이 둘 사이를 막아서며 말했다. 


 [로키, 이제 그만하는게 어때? 아무래도 네가 취했나보군. 평소 너의 재치가 지금은 보이지 않아. 우리도 모두 거나하게 걸친 상태라, 우리도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지 못하는 것 같고.]


 헤임달은 평소 로키와 친한 친구사이였다. 비록 그가 자신의 형제를 죽게 만들었고, 그로 인한 분노와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헤임달은 이곳이 어디인지를 알았고, 왜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는지 알았다. 로키에 대한 처벌은 분명히 필요했지만, 그것이 지금 이렇게 술자리에서 결정될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술에 취했다는 핑계를 대며, 신들과 로키의 사이를 중재하러 나섰다. 그러나 로키는 그런 헤임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에는 헤임달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헤임달~ 넌 또 왜? 너나 조용히 좀 해. 일찍부터 너의 그 혐오스러운 삶이 정해진 걸 알긴 해? 네가 신들의 수호자라 불리지만, 그건 네가 영원히 경비나 서고 네 등을 땀으로 적셔야 한다는 거라고.]


 헤임달은 나름 로키를 도와주고 있었음에도, 로키가 자신을 비난하자 기가차서 할말을 잊었다. 그동안 잠자코 술잔을 비우던 스카디가 다시 한번 술잔에 담긴 술을 비우더니 로키를 향해 비아냥거렸다. 


 [웃기는군! 로키, 이렇게 까부는 것도 길지 못할꺼야. 신들이 널 바위 위에 네 차가운 아들의 창자로 묶어버릴테니까.]

 [저 신들이 그러던지 말던지. 저들이 네 아비, 샤치(Þjazi/Thiazi)를 공격했을 때, 가장 앞장선게 나라는 것만 기억해둬.]

 

 로키는 고개를 살짝 돌려 흘낏 스카디를 쳐다보며 대꾸했다. 그러자 스카디가 차갑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큭! 큭! 아, 그랬었지. 내 아버지를 공격할 때 네 놈이 가장 앞에 있었지. 나의 저택과 땅에서 너를 영원히 저주해주마.(로키는 거인의 분노를 맛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

 

 저주받을 것이라는 말에 로키는 몸을 돌려 스카디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교태를 짓는 것같은 표정과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


 [흐응~ 스카디~ 왜이렇게 차가워졌엉? 너의 침대로 날 초대했을 때, 넌 '라우페이의 아들(로키)'에게 훨씬 상냥했었다구우~ 뭐~ 우리가 우리의 악행을 정확하게 따지고 들려면, 그것부터 이야기해야 하지 않아?]


 로키의 말에 스카디의 표정이 굳어지며, 그녀의 손에 들린 술잔이 하얗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스카디가 로키에게 달려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미 많은 신들이 로키에게 비난을 받은지라, 신들도 로키를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고, 연회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럼에도 이런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시도 역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토르의 아내이자, 아름다운 황금머리칼을 가진 시프가 나섰다. 그녀는 손짓으로 하인을 불러 무언가를 가만히 지시했다. 하인은 서둘러 시원한 미드가 가득 담긴 술병을 가져와 시프에게 건넸다. 시프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술병을 들고 로키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로키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로키님, 술잔이 비었네요? 제가 한잔 따라드리죠. 다들 왜그러실까~ 자, 잘왔어요. 로키! 이 시원한 벌꿀술 한잔 하세요.]


 로키는 시프가 따라준 술을 말없이 받아마시고는 다시 뿔나팔로 만든 술잔을 내밀었다. 시프는 다시 술잔을 채워주며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 한잔 더 하세요. 이렇게 술을 따라주었으니 난 비난하지 말구요. 적어도 난 이 비난받을 일 없는 아사 신들 사이에서 오점없이 있었답니다.]


 그러자 로키가 빙긋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시프, 당신은 이 아사 신들 사이에서 유일한 오점이지. 당신은 당신의 짝에게 엄격하고 조신했으니까. 근데, 내가 딱 한명은 알아. 네가 사랑하는 '흐롤르리디(Hlorridi : 토르의 다른 이름, 시끄러운 기수)'의 라이벌, 그는 교활한 로키지.]


 시프에 대해서 만큼은 앞서와는 달리 로키의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다. 물론 이 말도 살펴보면 시프를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시프는 그것을 알면서도 화를 내기는 커녕,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프를 비난한 로키였지만, 시프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아스가르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 세손가락에 드는 시프의 미소를 이겨낼 존재가 세상에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런데 바로 그때, 어디선가 작은 흔들림이 느꼈졌다. 모두가 그 흔들림을 느꼈지만, 로키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는지 여전히 벌게진 얼굴로 시프를 황홀하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흔들림을 느끼고 의자를 붙잡고 있던 베일라가 남편인 비그비르를 보며 말했다. 


 [여보, 모든 산이 떨고 있어요. 내 생각에 이건 흐롤르리디가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그가 온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이들을 조롱하는 저 자의 입을 막을꺼예요.]  


 비그비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로키가 여전히 시프를 바라보며 베일라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저어보였다. 


 [베일라, 좀 조용히! 내 감상을 방해하지 말라고. 이 악행으로 얼룩진 비그비르의 마누라여. 이제껏 아사 신들 사이에서 너 보다 더 대단한 괴물은 없었으니까. 그러니 닥쳐. 이 더러운 창녀야.]


 말을 마친 로키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면서도 몽롱한 표정으로 시프를 보았다.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시프에게 추파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다시 더욱 커다란 흔들림과 함께 천둥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놀랐지만, 로키는 시프에게 추파를 보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흔들림이 멈추더니 연회장안으로 쿵쿵거리는 발걸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로키는 짜증이 가득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발걸음소리의 주인은 다름아닌 토르였다. 그가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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