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역할과 무거운 책임

by 하린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살아간다. 상담사로서 경험한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나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빛나는 역할 뒤에는 언제나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빛나는 역할은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한다. 사회에서, 가족 안에서, 혹은 친구 사이에서 우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해낼 때, 그 빛은 타인에게도 따스한 온기를 전해준다. 그러나 이 빛은 단순한 기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빛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성장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상담사로서의 삶을 돌아보면, 내담자들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는 순간마다 내 역할의 빛을 더욱 선명하게 느낀다. 동시에 그 빛이 내게 부여하는 책임감을 뼈저리게 체감하게 된다. 내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때때로 무거운 짐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에 작게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또 다른 빛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때때로 나의 소진과 무거움은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할지 모르는 씁쓸한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피로와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그 고백이 또 다른 무게로 돌아올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이런 씁쓸함은 내 빛나는 역할 뒤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때로는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책임은 때때로 나를 지치게 만들고, 어둠 속에 홀로 남은 듯한 외로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책임은 내가 성장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이다. 책임을 다할 때, 나는 비로소 내면의 성장을 이루고, 자신의 빛을 더욱 밝게 비출 수 있다. 내담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먼저 내가 그 희망을 품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약함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져야 함을 깨닫는다.


빛나는 역할과 무거운 책임은 서로를 보완하는 쌍둥이와도 같다. 한쪽 없이 다른 쪽도 존재할 수 없기에, 나는 오늘도 내 역할의 빛을 믿으며 그에 따른 책임을 묵묵히 감당한다. 그 길 위에서 때로는 넘어지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경험이 내 삶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그 빛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감당할 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밝아지길 믿는다.


상담사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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