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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거울 Oct 07. 2024

먹는 걸로 너만 왜 유난이야?

미달이었던 내가 비만이 되기까지

아주 어렸을 때 내 별명은 '미달' 이었다.

키, 몸무게 '미달'.


엄마가 사정사정한 후에야

김에 싼 밥을 한 입 먹었던 나는


아이러니하게 20대 중반,

'미달' 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


초등학교 때 그런 내가 걱정되었는지

엄마는 입맛이 도는 한약을 지어서 먹였다.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 고학년에 찍은 사진을 보면

볼이 아주 포동포동하니 아기돼지 같은 모습이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때까지의 나는 오히려

너무 '잘' 먹어서 탈이었고,


고등학생이 된 나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지!

라는 보기좋은 핑계를 대며 모든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다.


그렇게 나는 70키로 넘게 살이 쪘고,

지금 50키로까지 뺐다가 계속해서 5키로가 쪘다 빠졌다 하며

고무줄 몸무게를 유지(?) 하고 있다.


-


근데, 이 '유지' 는 말만 유지지, 거의 자기 학대에 가까운 듯하다.

초기 가혹한 다이어트로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나는


21살부터 식이장애가 생겼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많이 먹었으니까, 다이어트 해야지. 관리해야지.

하면서 특정 다이어트를 도전하고, 또 실패하는 삶을

4년 째 살아가고 있다.


병원도 다니고, 약도 타먹고, 일기도 쓰고,

직관적 식사. 라는 책도 읽어보고, 막 먹어보기도 하고.

별의 별 짓을 다 하고 있지만

아직도 '정상적인 식사'의 기준을 잘 모르는 나,


음식과 몸무게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삶이라는 걸

살 수 있을까?


-


먹는 걸로 유난 떤다. 라고 주변에서 하던 이야기가

이제는 내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가 되어버렸다.


이 이야기는

음식과 화해하지 못한

나,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종의 부끄러운 고백이다.


나를 죽이는 음식이 아니라

나를 살리는 음식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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