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서전은 처음이라
❙아무나 자서전을 출간하는 시대
출판사를 통해서만 출간을 할 수 있던 시대에는 일반인에게 출간은 참 요원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POD(Publish On Demand)덕분에 출판사를 끼지 않고도 혼자서 충분히 출판을 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자서전적 에세이집 출간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물론 구매자가 있어야 판매가 이뤄지긴 하지만, 일단 누구든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출판의 단계까지는 갈 수 있다.
그렇다고 4년전 브런치라는 앱에 첫 글을 올릴 당시 이렇게 에세지집을 출간할 생각까지는 절대 하지 못했다. 글 하나써올리는 데 며칠의 시간이 걸렸으니, 나의 5년간의 유학기간 전체를 아우르는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건 감히 엄두도 내지 못 할 일이었다. 그저 브런치에 매일 하나씩 글을 써서 발행하는 정도는 하려고 나름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 하지만 낱개의 글을 쓰는 것과 묶음의 글의 형태로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상당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4년 글쓰기 누적의 힘
평생에 벼르던 귀한 경험이었다. 그런 미국 유학을 무사히 마치고 2020년 귀국했다. 귀국 첫해는 적응하느라 분주했다. 적응의 6개월이 끝날 무렵 차분히 과거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기록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딱히 그 기록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 했다기 보다는 내 삶의 횡보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했다.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된 그 시절을 정말 잘 음미하고 회고하고 싶었다. 정신없이 살아온 그 세월의 속도에 나 스스로도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찬찬히 생각해보는 시간없이 매 순간의 역동적인 상황에 대응하며 행동해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다.
이제 다시 새록새록 5년간의 긴 여정을 다시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들을 가지고 그걸 기록하며 나는 또 한번의 5년의 미국 유학 여정을 머릿속에 되새기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어느 날은 슬프고 어느 날은 기쁘고 또 어느 날은 좌절하고. 다시 그날들의 추억에 온전히 나를 몰입하는 경험을 했다. 그런 4년의 글쓰기는 어느덧 300개 이상의 글을 기록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여정
그렇게 상당한 수의 글을 쓰고 나니 서말의 구슬을 꿰어서 완성된 목걸이로 만들어야 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구슬 만들기도 어렵지만 그걸 꿰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있었다. 책 구성, 각각의 글의 내용상의 타당성, 문체의 간결성, 책표지, 책의 페이지수 및 가격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
1. 책 구성
300개 이상의 글 중에 나의 유학과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된 글은 상당수를 차지했다. 그걸 어떤 유기적 관련과 연계성을 지으며 체계를 잡을지 고민스러웠다. 브런치의 글 목록을 따로 프린트해서 물끄러미 그 제목을 훑어보며 궁리의 며칠을 보냈다. 물론 시간의 순서를 따랐지만, 그 시간의 순서 안에서 다시 글 소재의 방대함에 길을 잃었다. 나 개인적 결심은 결코 나 개인의 순수한 이유나 동기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에, 주변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넣어야 했다. 또한 그 상황적 이야기에는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반해야 했고, 너무 상세한 디테일을 싣는 것도 주제의 일관성을 벗어날 수 있기에 범위를 적정하게 마름질하는 것 역시 어려웠다.
2. 내용의 사실성
남편과 함께한 여정이기에 당시를 회고는 많은 일들에 남편도 연관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기억도 사진처럼 정확하지 않은 데에다가 당시에 기록한다고 했더라도 인식의 차이라는 부분도 있기에 결국 원고 마지막 시점에서 남편의 원고 검토는 상당한 위기감을 주었다. 너무 지리부진한 과정과 남편의 이런 저런 사실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은 아예 책 출간 자체를 중단하려 마음까지 먹는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다시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마지막 인내를 더 해보기로 했다. 여러번의 수정 끝에 너무 개인적이거나 남편의 입장에서 오해할 만한 부분은 삭제하고 이야기의 전개를 좀 더 간결하게 하기로 했다.
3. 문체의 통일성 및 문장 수정
다행히 이 책을 발간하려던 즘, Chat GPT의 성능이 상당히 개선된 상황이라, 원고 수정을 Chat GPT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Chat GPT는 문체의 통일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게다가 영어스러운 이질적인 어투는 일일이 내가 손을 봐야했다. 하지만 대체로 Chat GPT의 Write for Me라는 앱을 활용해서 따뜻한 어조의 수필톤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요즘처럼 생성 AI의 기술이 발달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독창적인 글감이 문제이지 그걸 문장으로 단락으로 심지어 책으로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한 노하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하다.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쉽게 책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4. 책 표지
예술적 감각이나 정확한 치수에 대한 개념이 발달하지 않은 문과 성향의 나로서는 책표지 제작이 많이 힘들었다. 부크크의 작가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도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어줍잖은 자서전적 수필집을 발간한다고 표지 비용으로 몇 십만원을 들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았다. 결국 Canva의 다양한 표지 샘플을 활용하고 PowerPoint를 활용해서 직접 제작에 나섰다. 전문가의 작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내가 손수 제작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Canva에 자서전적 수필에 맞도록 수채화 느낌의 그림을 골랐고 제목에 어울리는 것을 최대한 고르고 골랐다. 수정원고 업로드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몇 번의 수정을 거듭했다. 전문 디자이너의 느낌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무엇임은 확실히 깨달았다.
5. 시리즈 vs. 단행본
거의 5년에 가까운 일들을 기록한 수필집이라 점점 페이지수는 늘어만 갔다. 게다가 초반에는 글자 포인트 및 자간 간격에 신경쓰지 않고 그냥 기본값으로 진행하다보니 페이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과연 출판을 한다고 해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질 테고 이야기의 내용을 줄이자니 그 역시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려 대략 난감이었다. Chat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으니 연결된 이야기는 단행본이 좋다고 하기도 하고 나의 애초 생각도 그러해서 일단은 단행본으로 일을 진행시켰다. 하지만, 이 일을 어쩌나, 실제로 부크크에 책을 출간하고 한 권을 주문해서 실물을 받아본 후에야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일단 가격이 2만원을 넘었다. 그리고 글자 자간도 넓어서 페이지 마다 내용에 비해 엉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판매중지 처분을 신청했다. 일단 일보 후퇴를 결정했다.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구매가능한 가격대로 내리는 것에 초점을 두어서 책을 1,2권으로 나누어 출간하기로 했다. <마흔에 떠난 미국 유학 1: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용기>, <마흔에 떠난 미국 유학 2: 낯선 도전 속 발견한 삶의 의미>로 1권은 떠나게 된 배경과 유학 초반의 이야기를, 2권은 유학 중반이후부터 귀국 후 이야기를 실었다. 물론 단순 나열의 글이라기보다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마음의 갈망과 이를 찾는 과정에 렌즈의 초점을 두기로 했다. 하지만 자녀 유학, 마흔의 무게, 영어공부, 미국 유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나의 경험이 유의미한 소재가 된다는 생각에 적절한 위치에 그런 측면의 이야기도 다루었다.
❙마침내 탈고
올 1월부터 책으로 출간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지 거의 9개월 만에 탈고를 하게 되었다. 방학기간에 집중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기에 3월 개학을 하며 일이 전면 중단이 되었다가 이번 여름 방학에 다시 마지막 작업을 이어간 덕분에 8월 개학 즘에 출간을 할 수 있었다. 지난 번 단행본 보다 훨씬 가격면이나 가독성면에서 만족하다. 여전히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게 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나의 인생의 상당한 의미를 준 유학기간의 경험을 한권의 책으로 정리했다는 뿌듯함은 컸다. 주변 지인들에게 출간 소식은 가급적 전하지 않았다. 괜히 나의 민낯을 공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적어도 영어 공부나 나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에게는 공유해보고싶은 마음은 있다. 그래서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는 조심스레 이 소식을 전했다. 오랜 세월 벼르고 벼른 유학 생활, 그리고 그걸 정리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나의 시간과 열정이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우리 두 아이에게 먼 훗날 좋은 기억의 한 조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더 훗날 앞날을 기대하는 것보다 과거를 추억하며 살 그런 훗날이 오면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거란 생각에 흐뭇해진다. 비록 판매량은 저조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베스트 셀러일 테니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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